Thoughts and Insights
일 잘하고 조직에서 성과내는데 필요한 여러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눕니다.
일 잘하고 조직에서 성과내는데 필요한 여러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눕니다.
나도 직접 경험해 보았고 주위에서 상담도 많이 받아본 이야기, “상사가 매번 리서치만 시키고, 이야기만 듣고 진행을 안 합니다.”
예전엔 “네가 아직 상사를 설득할 만큼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준비하지 못했겠지. 많이 가르쳐 드리고 조그맣게 실험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면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냐. 그렇게 해봐.”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안을 들고 가도, 그 안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리더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분들은 지나치게 소심해서 위에서 정해준 일 외에는 일을 만들거나 위험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원래 성향이 그럴수도 있고 그 동안의 직장 경험에서 위험을 감수했더니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괜히 손해만 나더라라는 선배들의 케이스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이런 분들이 고위 임원일 경우 자기 혼자 일로 끝나는게 아니라 조직원들과 회사까지 손해를 보는게 문제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리스크가 있다며 우리와의 제휴를 계속 피하던 파트너 금융회사 팀장님한테 “리스크가 있는 건 맞지만 팀장님이 안 하셔도 저희와 제휴하는 경쟁사가 나올 거고 팀장님 윗분이 넌 뭐했냐 하실 텐데 그건 리스크 아닙니까”했더니 그제야 제휴를 하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명분 때문에 잘 안 될 것을 알면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실리를 중요시하는 요즘은 투자대비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으면 투자금을 포기하고 될 만한 일을 다시 하는 조직도 많다.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을 본받아 필수 기능만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실험해 보면서 피드백 받고 수정해 나가면서 그 학습 경험을 조직에서 공유하고 자산으로 만들면 그 과정이 의미 있는 고생이 된다. “그래, 그런 건 안 먹히는구나, 이번엔 이렇게 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알아보자라고 리서치만 시키고 “그렇구나. 잘 봤어”하고서 실제 일은 아무 것도 진행을 하지 않으면 조직원들도 (어차피 진행 안 될 거니까) 그 다음 일에 힘을 쓰지 않고 대강 시늉만 해서 가져온다. 결국 그 리더는 자신의 무덤을 (심하면 조직원과 함께 빠질 무덤까지) 파게 된다.
실제 조직에서는 상사가 일을 진행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의 상사에게 올라가서 하자고 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 말고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조정할 수 있게 조직의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 회장님 같은 꼭대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뭘 해 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실험도 안 해 보고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다고 하면서 위 눈치만 보는 임원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주겠는가. 이런 사람인 것 같으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안 되면 자리를 내놓게 하고 일을 잘 할 사람을 발탁해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일하려 하는 조직원들을 경쟁사로 빼앗기지도 않고 조직도 죽지 않는다.
똑똑하고 훌륭한 젊은 친구들이 회사에 많이 들어왔다던데 올라오는 아이디어는 왜 매번 비슷할까?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20대 젊은 고객들이 사용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서 최종 결정은 서비스를 써 보지도 않고 이 고객층을 이해하지 못하는 50대 임원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객들과 같은 세대로서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젊은 직원들이 이런 게 좋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내면 위로 올라가면서 팀장선에서, 임원선에서 ‘윗분들’이 좋아하시는 서비스나 컨텐츠로 바뀐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서비스나 컨텐츠는 젊은 고객들이 보기에는 전혀 자기들과 맞지 않고 ‘이건 뭐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스펙 좋고 똑똑하긴 한데 헝그리 정신도 없고 그리 열심히 일하지도 않아. 칼퇴근과 연봉에만 관심이 있고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리더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본 젊은이들 중에는 칼퇴근이나 연봉보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밤새워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계속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이런 친구들은 돈보다는 자부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일에 대한 의미 등에 더 많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은데, 회의 시간엔 “요즘 젊은 친구들이 감각이 좋잖아, 이 친구들 아이디어 좀 들어보자고”하던 리더들이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애들 이야기’라며 무시하고 “위에서 이걸 좋아하실 것 같아”하면서 자기가 정해버릴 때 그들의 참신한 감각과 열심히 일하려고 했던 의지,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 등은 사라져 버린다.
기업의 리더분들께는 이런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다.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는지 면밀히 알아보고 그렇게 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젊은 고객들은 한 번 ‘뜨악’하고 놀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며, 회사에는 뭐가 문제였다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20대의 사용자들을 잡고 싶으면 20대가 많은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과정을 도와주며 성과로 이야기하면 된다. 목표 고객과 소통하지도 않는 50대 본부장이 예전 감성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만을 이야기할 때 회사가 망가지고 조직원들이 죽어나간다.
매년 자동차 보험을 갱신할 때가 되면 기존 보험사와 계속 거래할 것인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보험사로 옮길 것인지 고민이 된다. 난 꽤나 충성심 높은 고객이라 잘 옮기지는 않는데, 그래도 평생 무사고 운전자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금융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꿈꾸는 많은 핀테크 회사 중에 참신한 회사를 하나 발견했다. 금융, 그 중에서도보험에 소셜의 개념을 넣어 자동차 상품을 출시했는데 친구를 데려와서 함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친구들끼리 사고를 내지 않으면 보험료를 50%까지 할인해 준다.
예를 들어, 1년에 내는 자동차보험료가 50만원이라고 하자. 몇 년째 거래하고 있는 보험사에 올해도 50만원을 내고 가입하는 대신, 사고를 거의 낼 가능성이 없는 안전 운전자 친구들을 초대한다. 한 명당 5%씩, 10명을 초대해 10명이 1년 후에 모두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경우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 다음해 보험료를 모두 50% 할인해 준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사고가 났다. 최악의 경우 운 없게도 함께 가입한 친구들 전원이 사고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내년 보험료는 올해 내가 원래 거래하던 보험사에 냈어야 했던 50만원보다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런 상품이 나온다면 가입하시겠는가? 가입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지금보다 돈이 더 나가지 않고, 최선의 경우에는 50%를 절약할 수 있다는데 안 할 사람이 있겠는가. 물론 사고 처리, 보상, 고객 서비스 등을 잘 할 경우에 이런 서비스가 진정으로 성공하게 되겠지만, 다이렉트 보험도 처음엔 문제가 많다, 이상하다 하다가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 시장을 선도하는, 덩치가 크고 운영비가 많이 드는 대형사는 보통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런 상품을 먼저 만들지 않는다. 이런 작은 회사들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고객에게 유리한 ‘가성비(가격대 성능비)’를 무기로 공격하면 버틸 수 있을 동안 버티다가 결국엔 다른 경쟁자들이 다 움직인 후에 자기도 할 수 없이 움직이게 된다.
단기 실적으로 목숨을 연장하는 CEO들이 이런 결정을 하긴 쉽지 않지만, 어느 순간 이건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큰 트렌드라는 생각이 들면 늦기 전에 대응해서 따라가야 한다. 이런 핀테크 회사들의 공격을 당해 피를 흘리기 전에 큰 회사들도 진정으로 고객에게 가치 있고 저렴한 가성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지원해야 하는 기기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개발자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사람이 없어 개발을 못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려온다. ‘소프트웨어를 3D 업종 취급하더니 다들 고생한다’라는 생각도 들고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소프트웨어를 배운 사람은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생각도 든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다시 인기를 얻게 되니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개발 일을 놓고 높은 자리에서 관리자로 일하다가 다시 개발을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개발자는 계속 자리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어느날, 고객 관계 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가 된 ‘세일즈포스(Salesforce.com)’이라는 회사의 비디오를 보면서 개발자도 자동화로 많이 대체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일즈포스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도 (아예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선택을 비롯한 약간의 노력만 하면 그 플랫폼과 연동되는 인터넷, 모바일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세일즈포스 외에도 자동으로 (혹은 자동에 가깝게 쉽게) 모바일 앱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가 미국에서만도 10개 이상 된다. 물론 이런 도구는 개발자가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딱 그 기능을 만들기에 제약사항이 많지만, 멋진 인터페이스와 일관성 있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빨리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00년대 초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던 개발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워드프레스나 Wix같은 도구를 써서 개발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멋있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하다. 물론 이런 도구가 제공하는 정형화된 기능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자가 여전히 필요하듯, 자동화된 도구가 나와도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여전히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반가운 점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코딩(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 교육을 시켜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훨씬 많아질 것 같다. 이렇게 교육 받은 사람이 많아지고 10년쯤 지나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도 영어 분야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으로 할 줄 아는, 그러나 정말 잘 하는 사람들은 별도로 필요한. 10년 후엔 인공지능도 더 발전해 있을 테니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해 주는 서비스도 더 많이 생길 테고. 지금과 같은 개발자가 아닌,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서 일반적인 수준의 개발자나 로봇/알고리즘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개발자가 되어야 계속 일자리가 있지 않을까.
9월은 기업 창립기념일이 많은지 큰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몇 주년, 몇 십 주년 행사를 하는 회사들 몇 군데에 초대되어 강연을 하러 갔다. 회사에서도 돈을 많이 들여 전 임직원이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는 행사들은 그 중요도 때문에 회사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주시고 이번 행사는 이런 의미가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그 와중에 중견 기업의 CEO 분들을 몇 분 뵙고 사전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 기업들의 상황이 놀랍게도 너무나 비슷하다.
기업의 CEO들의 최대 관심사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과 ‘혁신’. 가정의 경제도 그렇지만 기업들도 겉으로 보기보다 눈에 안 보이는 돈이 많이 든다. 지금 인원을 유지만 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만큼 성장해야 하는지는 몇 번 계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성장해야 다들 자리를 지키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알려주고 같이 열심히 뛰게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 년 전 잡코리아 광고(https://www.youtube.com/user/jobkoreatv, 시리즈 모두가 재미있다) 중에 사장편이 있었는데 사장님 혼자 3천 프로 성장하자며 북을 치는데 직원들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힘 빠진 손을 힘겹게 겨우 든다.
“사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희가 볼 땐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 하는 거거든요.”라는 임원들, 팀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들으며 그들에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걸 공감하고 열심히 달리게 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몇 년간 매년 24% 성장을 하던 시절, 같은 24%인데 (매출이 매년 늘어나니) 다음 해의 목표 절대량은 매년 늘어났다.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들고 와서 할 수 있다고 외치던 상무님께 대들지는 못하고 ‘저 숫자를 어떻게 달성해? 말도 안 돼.’ 하던 우리를 모아놓고 상무님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데 2배의 물이 필요하다면 2배 빨리 길어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20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두레박이 아닌 펌프 트럭을 가져오든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때 ‘오,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럼 어떤 방법을 써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성장에 목숨을 건 사장님들(대리 과장들과 달리 사장님들의 목숨은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은 “가능하다, 기운 내라”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다른 생각과 시도를 하도록 지원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조직에 쌓고 성공의 방법을 찾는 여정에 앞장서야 하고, 임직원들은 사장님 혼자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 걷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게 하지 말고 같이 손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자. 밀지 말고.
얼마 전 여러 금융 회사(보험, 카드, 증권, 자산운용사)에서 오신 전략 부서 차 부장급 멤버들을 모시고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미니 워크샵 형식의 특강을 진행했다. 두 달 전에 했던 내용에 대해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한 번 와서 심화학습을 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처음엔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반갑기만 했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같은 청중에게, 전에 들어본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하는데다, 2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업무에 도움될 뭔가를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구성할지,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꺼내놓고 이 책 봤다, 저 책 봤다 하는데 시간만 가고 정리는 잘 안 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이분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뭘까?’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일은 아니고, 회사의 방향을 짜야 하는 전략 부서 분들이니, 디자인, 개발 등 프로젝트의 깊은 부분을 다루면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해외 선진 사례만 많이 보여드려 봤자 ‘뻔한 얘기네’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낄 상황이다.
‘그래, 전략가들이니 전략적 고민을 놓고 그걸 함께 푸는 걸 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실제 회사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상황을 놓고 조 단위로 고민하고 발표하기로 했다. 이런 건 많이 해 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동안의 고민들을 보여달라고 했다. ‘고생해서 준비해 왔는데 비슷한 걸 미리 해 봤으면 김새는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다행이다. 내가 준비한 것들과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등장하는 일반적인, 경영학 책에 나오는 멋진 단어들만 몇 개 써 있고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니 이런 걸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여러분, 이 정도로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습니다.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제가 준비해 온 서비스 아이디어를 먼저 예로 보여드릴 테니 이 정도로 고민하고 써 주셔야 합니다.”라고 하고 준비한 5개 아이디어 중 하나를 오픈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매년 이 회사와 계속 거래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고객이 실제 사고를 당했을 때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불편함과 불안함을 고객으로 빙의해서 (나도 고객이니까 그 심정을 안다) 이야기하고 ‘왜 이런 걸 안 해 주나?’라고 생각되던 것을 하나씩 서비스로 제안하는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이와 유사하게 고민해 달라고 했다.
고민하고 토론할 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증권/자산운용사 분들도 보험 비즈니스에 대해 꽤나 깊이 고민하고 당장 회사에 제안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고, 업의 전문가인 보험사 분들은 역시나 가장 깊이 있는, 다음 날 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시작하기 전에 봤던 그 동안 많이 연습했다던, 많이 보던 단어들 한 두 개 적힌 혁신 아이디어가 아닌, 고객이 정말로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진정한 고객 가치 사이에서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까지, ‘야, 똑같은 분들이 맞나? 어떻게 30분 만에 이렇게 수준 차이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놀랐지만 오신 분들도 스스로 뿌듯해하며 말씀하신다.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이 제일 빡센 것 같아요.” “예, 저도 이 5가지 아이디어 준비하느라 2주 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중요하다고 요즘 어디서나 이야기하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면 까다로운 고객으로 빙의해서 그 고객의 삶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라이프스타일, 경제적, 심리적 측면까지 아주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까다로운 고객이 화를 내지 않고 ‘너희가 이렇게까지 하니 내가 참아야지. 고생한다’ 라는 마음이 들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 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자꾸 연습하면 보수적인 회사들도 얼마든지 혁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