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모르는 상사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면?

요즘 핀테크를 포함해 디지털 인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좋은 인재를 좋은 회사에 소개해 주면 양쪽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보람되기도 하다. 다만 이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윗분이 이 분야를 너무 모르셔서 정말 말이 안 통합니다.”

“윗분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써서 정작 혁신에 쓸 에너지가 없습니다.“

“팀장님과 일하는 것은 괜찮은데 팀장님과 부장님이 사이가 너무 안 좋습니다. 부장님께서 디지털을 잘 모르셔서 상무님한테 인정을 못 받으시고, 상무님이 말 통하는 팀장님에게 직접 일을 주시면서 팀장님 부장님 사이가 더 벌어졌어요.”

“저런. 그렇구나. 너 참 갑갑하겠다” 혹은 “좋은 회사 소개해 줬으니 알아서 살아라”라고 하고 전화를 끊기엔 석연치 않다. 중매를 섰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내가 소개해 줬는데 잘 살게 해 줘야지.

“그럼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니?”

“예, 저는 팀장님하고만 맞추고 팀장님이 부장님하고 잘 맞춰오시길 바라고 있죠. 그런데 오늘도 한 판 하셨어요.”

“지금 문제의 근원이 부장님이 이 분야를 잘 모르셔서 헛다리를 짚으셔서 그러는 것 아니냐. 부장님께는 누가 디지털을 좀 가르쳐 드리고 있니?”

“아니요.”

“공부는 따로 알아서 좀 하시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야! 너랑 너네 팀장님은 뭐하는 거야. 가서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면서 이쪽을 이해하게 만들고 아이디어를 같이 가지고 들어가서 상무님을 설득하면 될 것을, 부장님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만 하고 부장님이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또 상무님 만나게 하니까 자꾸 이러는 것 아냐. 팀장님한테 가서 말해.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자고. 그리고 부장님이 모르시니 가르쳐 드리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할 수 있으니 디지털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할 건데 부장님도 오셔서 같이 들으시면 어떻겠냐고 해.”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해 볼게요.”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이고, 대상이 부장님이건 사장님이건 똑같다. 그 분이 이 분야를 몰라서 일이 잘 안 되면, 알려 드려야 하고, 상사가 공부를 안 하시면 부담스럽게 두꺼운 책이나 자료만 갖다 드리지 말고 (바쁘시니)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을 표시해서 그 부분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하고 다시 가서 어땠냐고 묻고 중요한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 중학교 졸업 후 갑자기 어려워진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의 심정으로, 기운을 북돋아드리며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고 좀 더 깊은 내용을 함께 공부하자. 그 분은 늦게 배워 잘 몰랐던 디지털 분야에 대해 새로 눈뜨며 자신감도 찾고 우리 일도 더 잘 돌아가게 지원해 줄 것이며, 자신을 도와주고 가르쳐 준 과외 선생님인 우리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된다. 우리 커리어가 잘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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