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이 되려 찾아온 고객이 그냥 떠나는 이유

반가운 지인으로부터 카톡 문자가 왔다.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신규 앱을 출시하게 되어 지인 분들께 설치를 부탁드립니다. 이 앱을 설치하시면 추첨을 통해 OO커피를 한잔씩 드립니다. (중략) 추천인 사번을 꼭 입력해 주십시오. 12345입니다.” 이런 문자다. 금융회사가 앱을 출시한 후 프로모션을 통해 임직원들의 지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옛날 신용 카드나 새로운 금융 상품이 나왔을 때 임직원 프로모션을 걸어 한 명당 몇 개씩 가입시켜와라라는 방식을 많이 썼었는데. ‘아직도, 디지털 세상에서도 이렇게 임직원들에게 강매하듯 프로모션을 해서 실적을 올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케팅 부서의 한 임원이 “임직원 프로모션 한 번 돌려”라고 말하고 그게 전 임직원들에게 전달이 된 게 아닐까. 상세히 알 수는 없지만 지인과 친한 사이이니 이 정도 수고야 뭐 별 거 있겠나 싶어 “알겠습니다. 설치할게요.”라고 답변하고 들어간다.

카톡 메시지에 같이 들어있는 링크를 누르니 설치 페이지로 이동한다. 설치는 쉽다. 설치 후 회원가입 화면에 들어왔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화면이다. 검은색으로 써 있어도 잘 보일까 말까 한 작은 화면인데 메시지가 회색이다. (나는 아직도 손에 쏙 들어오는 아이폰 5를 쓴다)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봐야 보인다. 겨우 입력을 하고 아래 비밀번호 설정을 하려는데 아니, 글자가 안 보인다. 키보드가 ****로 표시되는 비밀번호 입력칸을 가리고 있다. 입력할 때 잠깐 보여주는 알파벳도 없다. ‘뭐야 이거. 맞게 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 잘못되면 다시 쳐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참고 입력을 한다. 겨우 입력을 했다. 확인을 누르니 입력한 글자수가 보인다. ‘아, 한 자 더 쳤다’ 다시 입력을 하려 하니 키보드가 한 칸 내려가 있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 키보드가 다 나오게 겨우 맞췄다. 입력을 다시 하는데 보니, 기존 키보드와 한 칸씩 다르게 (SDF가 있지 않고 WER 아래 있지 않고 ERT 아래 있다) 입력 실수를 유발한다. 완전 짜증이 나는데 또 참고 확인을 누른다. 마지막 화면, 추천인의 사번을 입력하라고 한다. ‘어? 사번이 뭐였지? 5자였던 것 같은데.’ 아까 문자로 받지 않고 카톡으로 받은 기억이 난다. 카톡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니 입력 화면이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없이 맨 위 왼쪽 화살표 (<-)를 눌렀다. 아까 그 메시지가 보인다. 사번은 알았는데 아까 그 화면은? 다시 처음부터 가입해야 한다. 이제 정말 욕이 나왔다. “이런 OO들. 이따위로 서비스를 만들고 지인들한테 가입을 하라고 하다니!”

처음 알려준 지인의 부탁으로 회원가입을 하려 했는데 서버 에러를 포함해 세 번을 하다 화만 나고 포기했다. “안해!” 화난 상태로 지인에게, “이거 누가 만든 거에요? 테스트도 안 해 보고 이런 걸 해 보라고 하다니 다른 사람들은 짜증 안 내던가요?” 지인이 미안해하며, “죄송해요. 다들 짜증내세요.” 일단 그날은 다시 하지 않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2주 후 그 회사의 다른 지인이 똑 같은 카톡 문자를 보내 부탁해왔다. 몇 번 해 본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사번을 복사해 놓고 시작했다. 2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회색 글자, 키보드 문제가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겨우 겨우 어렵게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마쳤다. 지인에게 회원가입도 이렇게 어려운데 서비스가 어떻게 잘 되겠냐고 꼭 고객 경험을 다시 살펴보시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물론 전달은 안 되었을 것이다.

이게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은행 중 한 군데의 수준이다. 이 회사의 고위 임원은 금융 혁신을 외치는데 실제 고객이 만나는 앱을 만드는 조직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쓰는 화면 작은 아이폰 5에서 회원 가입 기능을 만들고 나서 테스트도 제대로 안 해 본 것 같다. 이래서는 성공할리가 없다.

부탁한 지인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바쁜 시간을 내서 자사의 회원이 되겠다고 들어온 잠재고객에게 이런 짜증스런 경험을 주어 그들이 떠나가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은 그 회사가 만든 다른 서비스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고객의 시간과 관심은 웬만한 돈으로는 살 수 없다. 진정으로 고객을 신경 쓰는 마음과 이런 고민까지 했나 싶은 감동스런 고객 경험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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