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가입해서 무사고면 50% 할인, 사고 나도 돈이 더 안 나간다면?

매년 자동차 보험을 갱신할 때가 되면 기존 보험사와 계속 거래할 것인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보험사로 옮길 것인지 고민이 된다. 난 꽤나 충성심 높은 고객이라 잘 옮기지는 않는데, 그래도 평생 무사고 운전자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금융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꿈꾸는 많은 핀테크 회사 중에 참신한 회사를 하나 발견했다. 금융, 그 중에서도보험에 소셜의 개념을 넣어 자동차 상품을 출시했는데 친구를 데려와서 함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친구들끼리 사고를 내지 않으면 보험료를 50%까지 할인해 준다.

예를 들어, 1년에 내는 자동차보험료가 50만원이라고 하자. 몇 년째 거래하고 있는 보험사에 올해도 50만원을 내고 가입하는 대신, 사고를 거의 낼 가능성이 없는 안전 운전자 친구들을 초대한다. 한 명당 5%씩, 10명을 초대해 10명이 1년 후에 모두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경우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 다음해 보험료를 모두 50% 할인해 준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사고가 났다. 최악의 경우 운 없게도 함께 가입한 친구들 전원이 사고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내년 보험료는 올해 내가 원래 거래하던 보험사에 냈어야 했던 50만원보다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런 상품이 나온다면 가입하시겠는가? 가입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지금보다 돈이 더 나가지 않고, 최선의 경우에는 50%를 절약할 수 있다는데 안 할 사람이 있겠는가. 물론 사고 처리, 보상, 고객 서비스 등을 잘 할 경우에 이런 서비스가 진정으로 성공하게 되겠지만, 다이렉트 보험도 처음엔 문제가 많다, 이상하다 하다가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 시장을 선도하는, 덩치가 크고 운영비가 많이 드는 대형사는 보통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런 상품을 먼저 만들지 않는다. 이런 작은 회사들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고객에게 유리한 ‘가성비(가격대 성능비)’를 무기로 공격하면 버틸 수 있을 동안 버티다가 결국엔 다른 경쟁자들이 다 움직인 후에 자기도 할 수 없이 움직이게 된다.

단기 실적으로 목숨을 연장하는 CEO들이 이런 결정을 하긴 쉽지 않지만, 어느 순간 이건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큰 트렌드라는 생각이 들면 늦기 전에 대응해서 따라가야 한다. 이런 핀테크 회사들의 공격을 당해 피를 흘리기 전에 큰 회사들도 진정으로 고객에게 가치 있고 저렴한 가성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0 replies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