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왜 어려운가

지난 10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서 만든 모바일 서비스를 오픈한다. 오픈일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올지 조마조마하다가 얼마간의 사람들이 들어온 것을 보고 다행스러워하며 기록해 놓고 주간 보고에 올리기 시작한다. 첫 주부터 잘 되면 기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첫 주니까 하고 넘어간다. 다음 주는 첫 주보다도 못한 숫자가 들어온다. 덜컥 겁이 난다. 뭐가 문제지? 그 다음 주에 더 줄어들면 뻔한 결과인데. (디지털 시대에는 모바일 앱의 성공을 몇 주만 지켜봐도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누적 회원 수는 얼마, 그 중 액티브(active, 앱 설치만 한 사람이 아닌 활동하는) 사용자는 얼마라는 수치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 증가세도 발표한다. 누가 봐도 증가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제 앱을 다운받으면 상품을 주는 프로모션을 할 것인가, 200원씩 주면 회원 가입을 한 명 시켜줄 수 있다는 마케팅 업체를 고용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적어도 10만명은 가입을 시켜야 창피하지 않을 것 같으니 1천만원을 들여 5만명 이벤트를 하기로 한다. 10만명을 달성한다. 이벤트 후 증가세는 또 10분의 1로 눈에 띄게 줄어든다. 두 달이 지난다. 대박 소식만을 기다리던 고위 임원들도 이제 다른 이슈에 더 관심을 빼앗겨 우리 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주간보고에서 서서히 작은 비중으로 내려가다가 어느 날, 주간 보고에서 슬그머니 빠진다. 이렇게 몇 개월 지나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 관리해야 할 채널이 너무 많던데 다 조사해 볼까?”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그 서비스 아직도 하고 있어? 몇 명 쓰지도 않는 서비스, 고객들에게 미안하다고 공지 올리고 내려!” 그 동안 열심히 쓰고 주위에 홍보해 주었던 매니아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떠나간다. 그 다음 서비스를 더 잘 만들어도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또 실망하게 될까 봐 거들떠도 안 본다.

이렇게 슬그머니, 혹은 공식적으로 서비스가 내려간다. 네이버, 구글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데 전문 디지털 기업이 아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늘 일어나는 당연한 수순이다. 투자는 하는데 결과가 없다. 그 다음 디지털에서 뭘 해 보겠다고 기안을 올리면 “그 전의 서비스 어떻게 되었지?”라며 승인을 안 해 준다. 고객은 디지털에 다 모여있는데 디지털 프로젝트를 못하게 하니 손님이 오지 않는 줄 알면서도 돈 많이 드는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하고 디지털 프로젝트보다 더 투자수익률이 안 나오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올인한다. 비즈니스가 망해간다. 기안을 올리면 거절 당하고 거절 당하고 하던 실무자들끼리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예전이 좋았지 라며 신나는 일을 찾아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거기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직원들도 나오고, “뭐 하러 거절당할 일을 벌여. 나처럼 가만히 있어. 월급 따박따박 잘 나오고 힘들지도 않고 좋은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해.”라며 아무 것도 안 하고 누가 하려 해도 협조 안 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롤모델이 되어 청운의 꿈을 품고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 경력사원들이 뜻을 펼쳐보려 하다가 금방 조직에 물들어 포기한다. 혁신이란 말의 뜻은 알지만 우리 조직과는 별로 관계 없는 말이 된다.

프로젝트를 승인할 때는 왜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승인을 하는지도 알려주자. ‘위분들’의 눈치만 보면서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프로젝트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게 하지 말고 100%는 아니라도 최대한 명확하게 우리 회사는 이런 가치(비즈니스적인 이익 포함)를 추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런 가치에 맞으므로 이렇게 승인하고 지원한다 라는 걸 알게 해야 사람들이 회사의 방향성에 맞게 고민하고 서로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 승인했으면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학습을 했으면 그 과정과 결과를 조직 내에 공유해서 다 같이 시행착오를 하지 않게 하자. 실패한 사람을 조직에서 죽이면 (비유적 표현) 아무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죽지 않기 위해 손가락질한다. 그 사람 죽이고 새로운 사람 세워봤자 또 시행착오하고 계속 죽어나가기만 하고 그 동료들은 ‘우리 회사에서는 성공을 못해’라는 이상한 믿음만을 갖게 된다. 시행착오를 했지만 명확히 배웠으면 그 사람에게 다시 실수하지 않고 크게 성공할 기회를 주자. 대신 일을 할 때 대강 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계속 묻고 같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조직의 지식으로 쌓아 공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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