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을 때 일어나는 일

난 늘 자신감과 겸손함의 밸런스를 고민한다. 자만심까지는 가지 말아야 하지만 적절한 자신감은 나 자신에게도 기운을 주고 고객에게도 마음의 평화를 준다. 어떤 고객, 어떤 청중이 와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신 준비를 엄청 많이 해가면 보통은 결과가 좋다.

그런데 1년에 두 번 정도 충격적인 평가를 받을 때가 있다. 같은 내용도 단 한 번도 똑같이 하지 않고 뭔가를 바꾸기 때문에 (내가 지겨워서 똑같이는 못한다) 매번 그 전 강의와는 달라진 것이 하나는 있고 청중 피드백을 반영하기 때문에 더 나아진다. “잘 한다, 잘 한다” 이야기를 여러 회사에서 연달아 듣다가 “이 정도야 뭐” 하면서 잘난척하는 마음으로 가서 하는 날은 반응이 약간 미지근하다. ‘왜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지?’라는 마음이 생기면 똑 같은 메시지도 더 강압적으로 세게 말하고 더 잘난 척 내 셀링을 하게 된다. ‘오늘은 청중 표정이 좀 안 좋았는데 반응도 안 좋겠다’ 싶으면 여지없이 “좀 부담스러웠다”, “거북했다”, “잘 난 척 한다” 등의 피드백이 나온다. (내 생각엔 “재수없다”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다.) 주최측에서는 미안해서 말을 훨씬 온화화게 하고 때로는 피드백 원본을 보내준다.

처음엔 충격이 크지만 그 다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뭐가 잘못된 거지? 내가 뭘 다르게 했어야 했나’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며칠 생각해 보면 대부분 내가 청중의 상태를 알려고 하지 않고, 미리 판단해서 이렇게 하시라고 하고, 공감하지 않은 상태에서 왜 안 되냐, 난 되던데 하는 식으로 한 경우였다. 같은 회사의 다른 차수에 또 가서 이번엔 훨씬 겸손한 마음으로 청중들의 상태부터 파악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쉽지 않은 현실을 공감해 주고 나서, 그런데 이렇게도 해 보니 좋더라 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회사, 같은 직급의 청중인데도 반응이 하늘과 땅 차이로 나온다.

좀 잘 된다고 나를 찾아준 고객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돈을 쫓을 때, 사람들은 초심을 잃었다고 한다. 오픈하고 두 달 동안 친절하고 맛있던 음식점도 잘 된다고 불친절하고 음식양도 줄이면 손님이 조금씩 줄어들다가 문을 닫는다. 모든 일이 다 이런 것 같다. 요즘은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듣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전달이 되지 않아 소용이 없고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종종 기억하고, 되도록 겸손하게 보이도록 애쓴다. 물론 때로 불쑥불쑥 잘난척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이 때는 양해를 구한다. “아직도 제가 자신감과 겸손함의 밸런스를 못 찾고 계속 노력 중이라고.”

0 replies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