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금융회사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마인드

글로벌 유명 대기업 보험회사에서 워크샵을 하게 되었다. 다른 회사에서 공유했던 컨텐츠를 이 회사에서도 또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재미없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들여다 보고 개선할 점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한다고 들어서 시니어 회원 (50대 이상이라 원래 나이는 안 되지만 가입을 시켜줬다)으로 가입하고 시니어 메뉴에 들어가 멋진 컨텐츠를 읽어보고 서비스도 살펴봤다. 유명 교수님을 동반한 해외 역사 탐방 여행 상품이 소개되어 있었다. 가격은 127만원, 문의하려면 연락하라고 02로 시작하는 유선 전화 번호가 하나 써 있다. 옆에 후기가 한 개 있는데 참여한 회원이 쓴 게 아니라 회사에서 쓴 설명이었다.

몇 가지 불편함과 개선방향이 보였다. 주요 고객이 50대 이상이라 그런지 전화를 가장 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화번호만 기재해 놓았다. 통화 중일 때도 많고, 업무종료시간 6시에서 1분만 지나가도 ARS로 넘어가고 업무시간에 전화하라고 한다. 1분 늦은 고객은 ‘이 회사는 고객이 연락을 먼저 해도 서비스해 줄 마음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다. 60대도 눈만 좀 어둡지 디지털 제품을 쓴다. 아이패드로 쓰건 스마트폰으로 쓰건 어디서나 마음이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게 디지털 채널에서 연락이 되게 해 놓아야 한다. 미국의 한 자동차 보험 서비스 회사는 트위터에서 #그회사이름 쓰고 차종을 써서 트윗을 날리면 몇 초 내에 견적이 날아오고 링크를 누르면 제휴된 여러 보험사의 최적의 견적을 모아서 보여주는데,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었다면서 담당자가 자리 비우면 통화도 안 되는 유선 전화 딸랑 하나에, 그것도 6시에서 1분만 지나면 전화를 안 받고 돌려도 비즈니스가 잘 될까? 물론 내가 회사 사람들이 날 밤새면서 고객 전화를 기다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이면 디지털 채널로 연락할 방법도 열어놓는 게 좋다. 요즘 60대 분들도 다들 스마트폰 쓰시고 아이패드 쓰신다.

127만원은 어떤가. 요즘 고객들은 회원이라는 이유로 그냥 구매하지는 않는다. 다른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사한 상품/서비스와 가치, 비용을 꼼꼼하게 비교한다. 원래 얼마짜리였던 건가? 100만원인데 여기서는 127만원인 건가, 아니면 다른 데서는 이 정도 상품이 200만원은 받는데 우리가 특별히 핫딜을 만들어서 회원님들한테 주는 건가? 원래 가격 200만원을 쓰고 줄을 긋고 127만원이라고 쓰면 누구나 큰 가치를 느낀다. 그래도 고민하며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이만한 상품은 200만원이다. “핫딜 맞네” 하는 이런 경험 두 번만 하게 하면 그 다음엔 다른데 안 가고 믿고 우리한테 산다.

고객의 입장에서 회사 서비스와의 양방향 관계의 각 단계에서 불편한 영역은 어디인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이제는 고객 가치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무한 경쟁 시대라 차별화된 서비스 마인드와 고객 경험으로 승부해야 한다. 고객 경험과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좀 불편해도 이해하고 참아주시는 고객들이 아니라, 기대수준이 높은 까칠하고 민감한 분들, 그 중에서도 빅 마우스 (big mouth,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분들) 분들을 예우하고 모셔서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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