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할 때는 꿈과 공포를 팔아라

네이버 금융 서비스를 담당하던 시절, 미국 인터넷 금융 서비스를 한참 벤치마킹하다가 우리 나라에서는 잘 안 되는데 미국에서는 잘 되던 “계좌통합 (account aggregation)”이란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거래하는 많은 금융회사의 계좌를 한 곳에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우리 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고 임원분과 회장님께 보고하고 ‘네이버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를 준비하게 되었다. 회장님은 승인해 주시며 사람들이 많이 쓰는 금융회사와 엮어야 의미가 있으니 30개 메이저 금융회사와 제휴해야 한다고 숙제를 주셨다.

요즘과 달리 그 당시엔 금융회사들이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해 경험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네이버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지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네이버가 같이 하자는데 같이 해야 해?”라고 이야기하던 시절이었다. 1등부터 5등까지의 회사를 목표로 하고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회사를 찾아서 매일 회사가 있는 분당과 금융회사들이 있는 여의도나 광화문으로 왔다 갔다 했다. 지방에 있는 주요 은행들과의 제휴를 위해 부산, 대구, 광주 등에도 출장을 갔다.

보수적인 문화의 금융회사들은 신기하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와 왜 해야 합니까? 다들 하면 우리도 해야지요. 지금은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지금 제휴를 하시면 이런 혜택을 드립니다 라며 5천만원짜리 광고도 무료로 몇 달 해 드리고 등등 파트너로 참여시키기 위해 회사 내 여러 부서에서 얻어낸 떡을 가지고 갔다. 아무리 떡을 드리겠다고 해도 관심이 없다.

‘이번에 설득이 안 되면 다시 오기도 힘든데 어째야 하나, 누가 하나 먼저 해 줘야 나머지도 따라올 텐데.’하다가 어느 날 한 파트너께서 ‘이거 하면 우리가 큰 리스크(위험)을 먼저 져야 합니다.’라는 반응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팀장님, 이거 제휴하시면 리스크고 안 하시면 리스크 아닙니까? 저희는 다니면서 다른 회사들 다 꼬시고 제휴하면 신문에 낼 텐데 그 회사들이 작정하고 다 같이 안 하면 모르겠지만 그 중 누군가는 할 거고, 또 누군가가 따라 할 텐데, 나중에 경쟁사들 다 하고 나서 팀장님 회사만 안 되어 있으면 신문에 난 다음에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때 임원 분이 오셔서 김 팀장은 뭐하고 있었어? 하시면 뭐라고 하실 겁니까? 그게 팀장님한테 제일 큰 리스크 아닙니까?”

“어휴..”하면서 몇 초 생각을 하던 금융회사 팀장님, “합시다.” 이렇게 해서 1년 반 동안 금융회사들과 금융감독원을 설득해 30개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한 네이버 통합계좌조회가 탄생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편리한 서비스는 대다수 국민들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매니아 사용자층이 형성된 의미 있는 서비스였다.

오랫동안 많은 파트너와 고객, 위 아래 옆 동료들과 일하며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운 것은, 기본적으로 설득은 객관적인 사실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좋아지는 꿈을 꾸고 비전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반대로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을 갖게 하는 것’도 꽤나 효과적인 설득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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