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기 싫던 일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때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고객사에 나가 한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태국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네가 적임자인 것 같으니 가서 참여하면 좋겠다. 어떻게 생각하냐”는 이야기였다. 결혼한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신혼인데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해외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을 보내시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며칠 있다 다시 전화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공이나 기술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와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내가 딱이니 가라는 말이었다. ‘에이, 회사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나밖에 없겠어?’라는 마음 약간에, ‘내가 그런 후진국에 가서 프로젝트를 해야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한 번 더 고사했다. 세 번째 전화가 왔지만 그 당시 어떤 프로젝트에 죽어도 못 가겠다고 세 번 말하면 여간해서는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었던지라 너무하지 않냐며 마지막으로 버텼다. 약간 짜증도 나고 이제는 연락 안하겠지라는 마음으로.

한 주의 일이 끝나고 프로젝트 팀원들끼리 회식을 하던 금요일 저녁,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아무리 찾아도 너밖에 없으니 내일(토요일) 비행기표 알아서 구해서 월요일 오전 태국에 출근해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저녁을 먹다가 ‘야, 우리 회사는 정말 사람들 신경 안 쓰는구나. 이런 회사에 계속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회사 내 형님들에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형님들의 말씀은, “일단 회사의 명이 왔으니 태국으로 가고 그 다음 생각을 해라. 어떨지 모르잖냐” 였다. 본사에 전화를 해서, 플라이백 (flyback) 항공권 (3주에 한 번씩 집에 돌아올 수 있는 항공권을 준다)을 아내에게 보내 태국에서 같이 있으면 안 되겠냐 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처음 몇 주는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 나라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늘 친절하고 미소 짓지만 일을 빨리 처리해주지는 않는 사람들 때문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그러다 한 달 정도가 지나면서 그들의 역사, 종교, 생각을 이해하게 되면서 행동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중간에 날아온 아내와 태국의 유명한 유적지를 다니며 구경했다. (아직도 아내는 태국에서의 몇 개월이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라고 이야기한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그 나라와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억과 느낌을 갖고 돌아왔다. 처음 생각했던 ‘후진국’ 태국에서 우리 나라보다 훨씬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보았기에 이제는 동남아 나라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나라에서 잘 사는 사람들은 정말 잘 산다.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살면서 누가 뭘 해 보자고 했을 때 별로 좋지 않아 보여 피하려고 했던 일들을 피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생겼던 경험을 몇 번 더 했다. 이제는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 다가오면 피하지 않고 뭐가 또 잘 되려고 오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몸을 맡길 때가 많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떤 길을 갈지 고민이 될 때는 최선을 다해 노력은 하되, 애써 피하려 하지 말고 좋은 운을 믿고 맡겨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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