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인생에 더 도움되면 보내주자.

전의 직장에서의 일이다. 우리 회사가 인수한 기술기업의 출신 후배가 검색 분야에서 일하다가 금융 분야에 와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충원 계획이 있었는데다 금융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어려운 자격증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자격증을 중요시하지는 않는다. 다 따려면 3년이 걸리는 미국 자격증에 도전한 걸 보고 이 분야로 오려는 게 말 뿐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것이 중요했다) 팀에 받아서 일을 주고 지켜봤다.

이 친구는 금융 분야의 경험은 없지만 공부를 통해 알게 된 지식을 바탕으로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똑똑한 친구였다. 다만 이 친구의 고민은,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인수가 되어 연봉이 다른 동기들보다 많이 적다는 것이었다. 당장 올려줄 방법이 없어 일로 경력으로 동기부여를 하던 중, 이 친구가 하고 싶어하는 시스템 트레이딩 관련 업무에 오퍼가 왔다며 상의를 해 왔다. “몰래 알아보고 가다가 후회하지 말고 커리어 전문가인 네 팀장하고 상의해라”라는 말을 평소에 많이 해서인지 일반적으로 하기 어려운, 현 보스에게 오라고 하는 다른 회사에 대해 상의해 준 후배에게, “조건 이야기해 봐. 괜찮은지 보게.”라고 하니 일은 어떻고, 조건은 어떻다고 한다.

“야, 그 정도면 갈 필요 없다. 이번엔 고사하고 일하다가 정말 조건이 좋은 것 같으면 다시 들고 와. 네 인생에 정말 도움되면 보내줄게.”라고 말했다. 몇 달이 흐른 후 다시 찾아왔다. “팀장님, 이번엔 이 회사이고 이런 일이고 이런 조건입니다.” 들어보니 모든 조건이 이 친구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상황이다. ‘자기가 원하는 이 커리어를 우리가 여기서 만들어 줄 수도 없고 붙잡아봤자 잡힐 것 같지도 않은데 어쩌겠나’라고 생각하고 임원 분께 말씀 드리고 잘 하라고 축복해 주면서 증권사로 보냈다. 연봉은 딱 2배. 2-3개월 후 이 친구는 스포츠카를 타고 명함을 들고 회사로 찾아왔다. 새 회사에서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보상을 얼마나 받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데리고 있던 후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나겠다고 한다면 우리가 줄 수 있는 비전과 새 회사에서 가질 수 있는 비전을 비교해 보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도움이 될 선택을 하게 도와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위해 이야기를 해 줬는지 나의 욕심 때문에 거짓말을 했는지가 드러난다. 사람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신경 써 주는 상사에게는 몸과 마음을 바쳐 일을 해 주지만, 조직을 위한 희생만을 강요하는 상사에게는 어차피 최선을 다해 일해주지도, 오래 붙어있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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