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가 많이 괴롭혀 드릴 거에요.”

강의에서 만났거나 누구 소개로 처음 만난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생글거리는 젊은 친구들을 종종 보게 된다. 좋은 의도로 친한 척 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이 이야기를 듣는 내 입장에서는, ‘아, 얘가 앞으로 날 얼마나 귀찮게 하려고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쁜 짓을 많이 한, 잘 아는 후배라면 괴롭혀도 기꺼이 참아줄 수 있지만, 인간관계도 없었던 사람이 자기를 위해 나를 귀찮게 하겠다니 “예”라며 웃음을 짓긴 하지만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감사인사도 하지 않으면서 도와달라고 나를 수시로 괴롭히고 귀찮게 했다.)

반대로 아주 훌륭하게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있다. 5년째 KAIST MBA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 강의에서 만난 기특한 친구가 있다. 강의 후 SNS에서 친구를 맺고 follow-up을 하면서 안부를 묻는 후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친구는 정말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감정의 계좌에 입금을 한다. 정기적으로 안부 메일을 보내는 것은 물론, 내 일에 도움이 되거나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분야의 좋은 글, 기사를 보내주기도 하고 학교에 찾아오신 유명 CEO의 강연을 녹음해서 보내주기도 한다. 졸업할 때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가 성공하는데 필요한, 내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줄 생각이다.

인간관계가 완전히 동등한 경우는 별로 없고 누가 누구를 더 필요로 하는지가 상황마다 다르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일 때도 있지만 도움을 받아야 할 때라면 “조금만 도와주시면 된다”고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이야기를 하자. 상대는 조금만 도와주려 했다가도 내 노력과 정성의 여부에 따라 기특해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반대로 그가 바쁜지, 기분이 어떤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인지도 모르고 보따리 내놓으라고 예의도 갖추지 않고 계속 요구만 하는 사람, 처음 만났는데 앞으로 많이 귀찮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귀찮고 힘들더라도 기꺼이 시간 내주고 이야기해 주고 가르쳐주고 싶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이야기하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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