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난 이 부서 토박이인데 나보다 어린, 이 분야 경험이 없는 사람이 조직장으로 왔다. 어떻게 할까?

사람들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능력이든 나이든 나보다 잘난 것이 없는 것 같다면 인정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은연 중에 그 마음을 드러낸다.

팀장님이 회의시간에 어떤 일을 하라고 지시한다. 내가 볼 땐 방향이 영 아니다. “팀장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되요. 여기선 이렇게 하는 거에요.” 내 측근 후배 두 명은 나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팀장님 눈치를 보는 나머지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내용을 잘 모르는 팀장님도 멋쩍어 하며, “그런가요?”라고 말한다.

오후 팀 회의에서 팀장님이 업무 지시를 한다. 오전에 고개를 끄덕이던 두 명 중 한 명이 “제가 이걸 하는 게 맞나요?”한다. 이번엔 내가 ‘팀장,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지켜본다. “김 대리가 좀 해 줘.” 사정하는 팀장님을 보기도 불편하다. “그럼 누가 해? 하라면 해.”라고 해도 분위기가 싸했을 것이다.

새로 온 업무를 잘 모르는 팀장과 기존 조직의 터줏대감 사이의 갈등, 새로 온 임원과 고참 팀장과의 갈등 때문에 그 아래에서 새우등 터지는, 열심히 일하고 싶은 조직원들이 의미와 재미를 잃어간다. 당연히 조직은 썩기 시작한다.

3개월이 흘렀다. 팀장님이 이제 업무를 대강 다 파악했다. 누구 때문에 일이 잘 안 되는지도 알았다. 이제 부서의 쇄신을 위해 나를 다른 부서로 보내야겠다고 결정했다. 물론 나는 몰랐다. “차장님, 상무님이 지시하신 것도 있고 이제 다른 일도 좀 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번 TF에 넣기로 했습니다. 가셔서 6개월 하시다가 신설 부서로 발령날 겁니다. 가서 잘 해 주세요.” 팀장님이 말하지 않은 것은, 영화에서 본 유명한 장면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아까 똑같은 상황에서 팀장님이 일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코칭을 해 주었다면, 새 팀장님을 따르지 않고 나를 따르는 후배들을 데리고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나 고마워하던 팀장님이 나를 더 밀어주고 의지하면서 다른 부서가 신설될 때 팀장 후보로 추천해 주지는 않았을까?

조직장이 자리를 못 잡고 조직이 잘못되었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우스워보이더라도 일단 보스로 온 사람은 그 자리에 맞게 대접해 주고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맞다. 나의 그 마음가짐을 훌륭하게 생각하는 동료와 후배들까지 지지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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