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보냈는데요?”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보스가 결정을 안 내려주고 깔고 앉아있다. 어떻게 할 건가?”

마이크로소프트 R&D에서 세일즈 부서의 마케팅 매니저로 옮길 때 인터뷰에서 그 본부의 대장인 상무님이 물으셨다.

“결정을 못 하시고 답변을 안 하시면 저는 계속 기다리지 않습니다. 프린트를 해서 보스 방에 가지고 가서 옆에 서 있겠습니다. 컴퓨터 화면에도 띄워놓고 빨리 승인해 달라고 할 겁니다.”

‘혹시 이 녀석 윗사람들 너무 귀찮게 하는 스타일 아냐?’라고 생각하시면 어쩌나 약간 눈치가 보였는데 살펴보니 상무님의 얼굴이 환해진다. 다행이다.

별로 대단히 많이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늘 나보다 백만 배는 바빠 보이고 정신 없어 보이는 상사가 외부 파트너와도 많이 얽혀 있는 중요한 결정을 안 해 주고 있어 일 진행이 안 된다. 이번 날짜까지 놓치면 파트너들과의 이번 일은 실패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메일로 재촉하면 될까? 결정을 못한 상사가 여전히 답을 하지 않는다. ‘메일을 한 번 더 보내야 하나?’ 생각이 들지만 괜히 기분 상하게 할까 봐 더 재촉하기도 어렵고, 결정해야 하는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마음만 졸인다. 그러다가 날짜를 놓친다. 나중에 사실을 안 보스가 오히려 큰소리친다. “그럼 나한테 이야기를 했어야지!” 나도 신경질 난다. “제가 메일 두 번이나 보냈잖아요.”

보스의 입장에서는, 방금 여러분이 한 말은, “메일 보냈는데 안 읽어보고 뭐하셨어요?”라고 들린다. 평소 같으면 “미안, 내가 놓쳤다. 빨리 승인할게.”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는 “야, 내가 바쁜데 놓칠 수도 있지! 네가 챙겼어야지. 넌 뭐 하는 사람이야?”라는 반응이 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그래, 우리 팀장은 잘 안 움직이는 스타일이지만 그 위의 임원은 의사 결정이 빠르니 임원한테 보고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세 번째 메일은 임원을 수신자로, 팀장님을 참조에 넣어 메일을 보냈다. 기대했던 대로 1분만에 임원이 답장을 하신다. “급하다니 내가 결정해 줄게요. 이렇게 진행합시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방금 여러분은 팀장님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그것도 팀장님이 잘 보이려 매일 가장 신경 쓰는 중요한 사람 앞에서. 이제 임원은 팀장이 일을 잘 챙기지 않는지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에 대해 팀장님은 10배는 더 걱정하게 된다. 경쟁자도 아닌 바로 직속 부하직원 때문에. 이제 그 메일을 보내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한 여러분은 큰일났다. 가장 잘 지내야 할 보스가 날 찍어낼 첫 번째 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종종 상사를 뛰어넘어 그 위 임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권력을 쥐게 된 줄 알면 정말 오산이다. 이제 작은 실수 하나에도 벼랑 끝으로 떨어져 죽을 수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하여 메일만 보내지 말고 평소에 팀장님한테 짧은 보고를 자주 하면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한다. 여러 일로 정신이 없어서 놓칠 것 같으면 ‘자기가 승인 안 해줘서 그런 건데.’라고 하지 말고 찾아가든 전화로든 확인을 하고 정 어려우면 “언제까지 답변이 없으시면 이 방향으로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보고를 하고 일단 그 방향으로 진행을 하고 다시 보고하고 필요하면 수정하면 된다.

운전할 때 상대방이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어운전을 하듯, 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뭔가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Plan B를 준비해 놓고,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분들의 이해관계에까지 신경을 쓰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에도 기여하고 내 커리어도 쌓을 수 있는, 내가 잘 하고 싶은 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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