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의견을 모을 때 “통일”하려 하지 말고 괜찮은지 묻고 설득하자

저녁 회식 장소를 정하는 것처럼 간단해 보이는 일도 여러 사람들의 기호가 다르거나, 보스의 상사가 오시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때는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옷도 시간, 장소, 상황 (TPO — 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입으라고 하지 않은가. 똑같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회식도 어떤 의미의 행사이냐에 따라 장소가 달라질 수 있다.

“회식 장소를 정해봐”라는 명을 받으면, 팀장님이 소주에 삼겹살을 좋아하시니 ‘소주에 삼겹살’로 매번 통일하는 것이나, ‘아저씨들처럼 그게 뭐야, 우린 우아하게 파스타에 와인’을 정해놓고 “이렇게 정했습니다”라고 통보해서는 안 된다. 전원이 아니더라도 팀장님과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바로 그 다음 순위 선배에게는 상의를 하고 확인을 하고 공유를 해야 한다.

회식 장소를 정하는 막내가 이 사람 저 사람 쫓아다니며 선배들마다 다른 의견을 듣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도 안쓰럽지만,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다 맞출 수는 없으니 그냥 통일하시죠”라며 자기가 그냥 정해버리는 모습을 보는 선배들의 마음도 불편하다. 차라리 어쩔 줄 모르면 옆에서 “이렇게 해 봐”라며 도와주고 싶기나 할 텐데, 평가에도 안 들어가고 자기 경력에도 도움 안 되는 이런 귀찮은 걸 시키나 하는 투로 빨리 대강 해 버리고 ‘다 맞춰라, 아니면 당신이 정하거나’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더 얄밉다.

“다들 바쁘니 가장 덜 바쁜 (혹은 더 바쁘더라도) 막내가 정해라, 다들 그렇게 해 왔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작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사람들의 의견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혹은 부작용 없이) 모으고 결정을 내리는지가 보스의 눈에는 보인다. 관찰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옆에서 슬쩍 보면 흐뭇한 마음이 들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매일 보는 선배들한테도 이렇게 하는데 함께 일하는 회사 밖 파트너들과는 어떻게 일할까. 선배들과 보스들은 다 보고 알고 있다. 이런 작은 일이 모여서 경력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큰 일을 맡을 기회로 연결된다. 회사만 이런 것도 아니니 너무 힘빠져 할 필요 없다. 예전보다는 그런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화려한 스타가 되기 전 바닥에서 사람 대접도 못 받으면서 선배들 수발 들면서 눈에 들어 그들이 키워줘서 스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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