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이 적어 다른 조직으로 가야겠어요.” – 돈으로 보상하기 어려울 때

네이버에서 일하던 시절, 연말에 오픈하기로 한 서비스를 한창 개발하던 7월, 반기 평가 결과가 나왔다. 어느날 서비스 기획자인 팀원(과장)이 오더니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매일 야근을 하던 때라 일을 하다가 밤 10시에 카페에서 커피와 와플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팀장님, 보상이 적어 운영팀으로 다시 갈까봐요.”

‘엥?’ 한참 프로젝트 진행 중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핵심 기획자가 빠지면 안 되는데.

“원래 서비스를 기획하는 곳은 그렇잖냐. 서비스 나오기 전엔 결과물이 없으니 대접을 못 받잖니.”

“다른 팀은 인원도 많아서 저만큼 안 해도 A 받고 인센티브 많이 받아요. 그런데 우리는 인원도 몇 명 안 되고 늘 연말이 되기 전에는 제대로 인정을 못 받잖아요. 너무 기운빠져서 가야겠어요.”

1시간 반 동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논리로 꼬시고 기운을 불러넣어줄 이야기를 다 해 보았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이해해 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또 열심히 해 줘. 내가 잊지 않잖아.”

“몰라요, 그래도 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래요.”

‘아니, 1시간 반을 목아프게 이야기했는데 제대로 안 들었나? 자기 생각만 한 것 아닌가? 난 뭘 한 건가?”하는 생각에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는데 그래도 가야겠다면 어떡하냐. 난 네가 없어도 이 조직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인데 네가 도와주면 좋지만 없으면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데리고 와서 해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나 혼자라도 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해.”라고 하고 바로 일어서서 카페를 나왔다.

그 친구 따라나오더니 “팀장님, 한 번 더 투정한 걸로 그렇게 가시면 어떡해요.”하면서 “제가 잘 할게요.”한다.

안심이 되는 마음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는데 내가 특별히 인센티브를 더 챙겨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힘이라도 줘야겠다 생각을 하고 다음 날 프로젝트 팀원들 수십명을 모아놓고 말했다.

“우리 O과장이 요즘 동기부여가 안 되어 일하기가 힘이 드나봅니다. 내가 기운을 북돋워주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책임은 제가 지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앞으로 O과장이 할 테니 O과장 말대로 하세요.”라고 하면서 프로젝트 매니저의 타이틀을 물려줬다. 100명을 이끄는 힘, 눈에 보이지 않는 완장을 채워준 것이다.

프로젝트 총괄을 하게 되면서 힘도 생겼지만 그 다음 날부터 이 친구의 일은 3배가 늘어났다. 그동안은 기획자로서 서비스 기획하고 디자인, 개발 수정을 하면서 기획 요소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결정해 주면 되었는데 이제는 25개팀 100명의 사람들과 한 명 한 명 전화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정해줘야 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말 그대로 매일 날밤을 까도 끝이 없는 일을 맡아 죽도록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괜히 그런 이야기를 했나 싶었겠지만 힘(힘은 보통 일과 함께 온다)을 받았으니 무를 수도 없고 꾸역꾸역 얼굴이 반쪽이 되도록 고생하면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쳐 연말에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회장님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에게까지 이 친구의 존재가 알려짐은 물론 당연히 가장 큰 공을 세운 이 친구가 부서에서 최고의 성과평가를 받았다. 평가를 잘 받고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이 친구가 얻은 가장 큰 것은 100명을 리드하며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 다양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능력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 다음 해 가계부 서비스 모바일 버전 등을 만든 후에는 또 다른 어려운 일을 맡겼는데 네이버 일본 법인을 도와 일본에 금융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 친구를 일본에 파견했다. 고생한 것에 비해 돈으로 특별히 보상을 못해줬으니 일이라도 많이 가르쳐 키우고 글로벌 커리어라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회사에 부탁해 과외선생님까지 붙여 일본어를 배우게 하고 보냈다. 가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일본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 놓긴 했는데 그래도 일본 대지진 때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일본인들과 함께 일본 금융 서비스를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 커리어와 함께 또 다른 수준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일만 많이 하고 남는게 없는 것 같지만 잃은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게 있다고, 능력자가 되어 그 후에도 여러 회사에서 핵심인재로 대접받으며 일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사람들마다 일하는 양이나 생산성이 많이 차이가 나는데 평가는 그만큼 차등해서 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팀웍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형평성 이야기를 하면서 보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 핵심인재들 (보통 이들에게는 같이 일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은 서운함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인간적인 케어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능력을 조직이 인정한다고 생각할 정도의 보상은 해 줘야 한다. 고객을 홀대하면 경쟁사로 이동하듯, 조직원도 홀대하면 경쟁사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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