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껏 일하라. 단 ‘고객'(보스)한테 맞춰가면서.

소신껏 ‘이건 내가 맞아’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보스가 “잘 모르겠어” 혹은 “이건 아니지”라고 말하면 다 때려치우고 그만하고 싶다. ‘자기가 직접 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해 주면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왜 이 좋은 걸 못 알아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서비스해 드리는 고객인 보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해 드린 ‘서비스’가 딱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보스에 따라 글을 읽고 하나 하나 챙기면서 이해하기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글 읽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 정리를 하는 스타일이 있다.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도 나오지만 보스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 (reader),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listener)에 따라 다르게 보고를 해 드려야 한다. 뭔가를 읽는 것을 머리 아파하고 싫어하는 보스에게 자세한 브리핑을 해 드린다며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드리면 좋아할리가 없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자기 스타일을 파악하지도 못했으며 원하는 대로 해 주지도 않는다고 싫어한다. 이런 보스는 처음에 방향성을 말로 보고하고 중간 중간에 진행상황을 짧게 자주 보고하면서 방향을 맞추고 나중에 한  두 페이지로 정리해서 그동안 보고드린 것을 정리한 거라고 말씀드리면 쉽게 통과된다. ‘일 잘 하는 친구네’라는 인상도 주면서.

보스가 수요일까지 달라고 하시면 그날 퇴근 시간 전까지 드려야 한다. 나도 꽤나 꼼꼼한 완벽주의자라고 자처하며 늘 수요일 11시 50분까지 해서 보내거나 어떤 때는 목요일 새벽에 보내곤 했다. 그래도 완벽하진 못하고 90% 정도 되었다고 하면, 옆에 있는 동료는 70% 정도 된 것 같은데 미리 보내어 늘 칭찬을 받는다. 자세히 보니 보스는 우리가 보낸 보고서가 100% 완벽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수정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빨리 (시간 안에) 보고 수정을 지시하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 비즈니스에서는 시간이 품질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는 것을 몇 개월 동안 혼나며 배웠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준다.

“팀장님이 2주 후에 보자고 하시면 1주 반을 밤새워서 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다가 마지막 3일 전에 보여드리면 안된다. 첫날 질문을 해서 방향을 잡고 2-3일에 한 번씩 진행상황을 보고드려라. 라면을 끓여오라고 하면 얼마만한 냄비에 끓일지, 어떤 라면을 어떻게 끓일지 생각하고 그게 맞냐고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보고도 안 하고 잘 되고 있냐고 물어보면 열심히 하고 있다며 밤을 새우다가 (보스는 잘 하고 있겠거니 하며 눈치보여 꼬치꼬치 못 물어본다) 막판에 와서 바다를 끓이고 있었던 (시간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 없는 것까지 분석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 바다는 당연히 끓일 수 없다)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마지막 버전은 그 전날 보여드려야 한다. 늘 고객인 보스가 노심초사하지 않게, 일을 시키고 나서는 잊어버릴 수 있도록 네가 챙겨야 한다. 그래야 이 친구는 시켜놓으면 자기가 와서 확인하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렇게 해야 간섭도 덜 받고 진정으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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