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장님들이 뽑고 싶어할 사람

​지난 주 한 한기 동안 강의했던 경기도의 국립대학 취업 교과목 강의를 마쳤다. 그동안 특강만 많이 하다가 학기 전체를 맡아 한 첫 강의여서 그런지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내 새끼 같은’ 느낌도 들고 (실제로 저학년 학생들은 딸아이와 몇 살 차이도 안 난다) 철부지 아이들 같기도 한데 때로 어른스러운 모습에 감탄하기도 한다. 욕심을 내서 매시간 숙제를 냈다가 학생들도 나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배운게 많았다고들 하니 흐뭇하긴 한데 다음 학기까지 몇 명이라도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니 부담도 된다.

똑같은 숙제를 내도 어떻게 해 오는지가 학생들의 능력, 노력 수준에 따라 많이 다른데 몇 명의 학생들은 정말 놀라운 수준으로 써 온다. 그 중 한 4학년 학생은 학교를 다니던 중 (아마 휴학을 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몇 달 동안 일했던 작은 회사에서 1,000군데가 넘는 거래처의 미수금을 찾아내서 못 받은 돈을 받아내고, 10박스가 넘는 5년치 회사 영수증과 파일을 다 꺼내와 분류하고 증빙을 갖춰 세무조사에 대비해 세금을 절약했다는 이야기를 써 왔다. 다른 업적들도 있었지만 이 두 가지 일만으로도 ‘정말 모든 사장님들이 뽑고 싶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매 수업 시간에 이 학생의 숙제를 좋은 예로 소개하고 “다들 OO처럼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도 했는데 지난 주 마지막 시간에 “OO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니?” 했더니 모 대기업 금융기관 서울 본사에 인턴으로 지원했는데 이틀 후 최종면접만 남았다고 한다. 수제자 같은 친구인데 꼭 합격했으면 해서 수업 끝나고 잠깐 남으라고 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이나 잘 할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는데 업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재무 회계 쪽 일을 하려 하는데 꼭 어느 업종, 어느 회사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업종에 대한 열의도 보여야 하니,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중요한게 뭔지, 지원하는 회사는 뭘 더 잘 하면 좋을 것 같은지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게 하고 내 생각도 이야기를 해 줬다. 학생들 수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야기라 유심히 잘 듣고 녹음도 해 갔다. 보내면서도 ‘그날 잘 하려나. 잘 되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틀 후 오늘 연락이 되어 어떻게 되었는지 물으니 그날 인터뷰 후 바로 합격했다고 한다. 다행히 같이 준비한 질문들이 나왔고 면접관들도 대답을 참 잘 한다고 하셨다고. 주변 지원자들을 보니 다들 명문대에서 온 대단한 스펙의 소유자들이 많아 많이 쫄았었나본데 그리 알려지지 않은 학교에서 왔지만 누구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증명해 합격했다. 면접을 잘 한 것도 중요했지만 이 친구가 살아온 이야기를 서류로만 봐도 누구나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배경이나 스펙이 좀 부족해도 이런 친구들은 어딜 가나 성공한다. 주변에서 “네가 뭘 그렇게까지 욕심을 내니” 하더라도 본인이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꾸고 계속 노력한다면 아마 아는 사람들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같은 수업을 들은, 같은 과의 또 다른 훌륭한 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OO는 OO 금융기관 서울 본사 합격했다는데 들었니?” 이 친구 부러워하면서 약도 오르나보다. 묻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이렇게 할 거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길게 문자로 보내왔다. 나도 참 얄밉다.

1 reply

Trackbacks & Pingbacks

  1. […]  2014년 6월 7일/0 Comments/in 이력서, 인터뷰, 채용, 커리어, 핵심인재 /by Bradley […]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