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또 잘못 뽑았어.” 우리는 왜 이러나?

‘인사가 만사’라는 말, 이제 지겹다. 당연하고 또 맞는 말이라 지겹지만 또 한다. 아무리 다른 조건이 잘 되어 있어도 실제로 일할 사람이 잘 못하면 조직이 잘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어떤 사람을 조직에 데려올 것인가가 정말 가장 중요하다. “너 지금부터 일해”하면 일하고 “너 나가. (You’re fired.)” 하면 쿨하게 박스 하나 들고 나오는 미국과 달리 우리 나라는 뽑았다가 영 아니어도 어찌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부분은 정말 못 견디게 자존심을 건드려서 어찌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 볼 테면 해 봐라, 난 버틴다’ 하면서 수십년을 버티는 전설적인 존재들도 가끔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hire(채용)는 천천히 하고 fire(해고)는 빨리 하라고 하나 보다.

그동안 사람들이 원하는 커리어와 회사를 찾고 들어가게도 도와줬지만, 회사에서는 사람들을 뽑는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참여해 어떤 사람들을 뽑을지를 정하고 실제 뽑는 일도 여러번 해 보면서, 처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서 ‘음, 이렇게 하면 되는군’ 하다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 하는 것 같아’ 라고 깝죽거리다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서 뽑은 사람들이 시한폭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는 ‘역시 사람 뽑는 일은 어려운 일이구나’라며 겸손해진다. 이제는 ‘최선을 다하지만 잘못 뽑을 때도 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채용할 때 실수하는 것 (hiring mistakes)을 더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간 뽑았던 어떤 사람들은 왜 괜찮았고, 어떤 사람들은 왜 안 괜찮았나 생각을 해 보니, 일단 사람이 급해서 검증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부족한 일손을 채운 경우에는 실수가 많았다. ‘사람이 없어 일을 못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완벽한 사람을 기다릴 수는 없지’ 하면서 좀 부족해도 채용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건 ‘별 사람 없어. 너무 늦기 전에 결혼해야 해’ 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더 기다리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 (결혼이든 회사 일이든)도 있지만, 계속 기다리다가 혼기를 놓치거나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를 놓쳐서 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추천해 준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에 들었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추천한 사람을 뽑았을 때는 실망스러운 적이 많았다. 물론 이 사람들도 그동안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정받고 잘 살아왔고 추천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었는데 눈높이가 달랐을수도 있고 평가 기준이 달랐을 수도 있다.

종합하면 다 검증 시스템의 문제다. 나라의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을 뽑을 때나, 우리 동료를 뽑을 때나,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왜 그런지, 지금 우리에게 뭐가 부족해서 뽑으려고 하는 건지,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명확히 정의하고 시작해야 하는 거였는데, 귀찮아서, 바빠서 대강 해 놓고 나중에 끼워맞추듯 검증을 하니 제대로 된 잣대가 없어 대강 평가하게 되고 말 잘 하거나 마음에 드는 면이 있으면 차분하게 따져봤으면 고르지 않았을 사람을 급하게 골라 ‘사고(buy)’ 나중에 쓸모가 없네 어쩌네 하게 되는 것 같다.

인터뷰할 때 참 맞는 말만 하길래 행동도 그럴 줄 알고 뽑았는데 허당이다. 뽑은 내가 창피해서 참고 있다가 계속 빌빌거리면서 잘 못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 충격요법을 쓰고 분발하게 한다. 그 와중에 서로 ‘이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나?’ 하는 기대 사이에 간격이 생겨 마음이 멀어진다. 보통 아래 사람이 손해를 더 보지만 윗사람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도 고민이 되어 경험이 더 많은 형님들께 여쭤보니 공통적으로 “사람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전시킬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원래 자질이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고, 잘 뽑는데 8-90%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거야”라고 하신다. 끄덕끄덕 하다가 고개가 숙여진다.

앞으로 이 검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과 공부를 많이 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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