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중요한가, 전달이 중요한가?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처럼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거나 설득할 때에는 내 생각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반응 (대답, 얼굴 표정)을 보는게 더 재미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많이 배웠지만, Toastmasters (영어 스피치 클럽)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책과 고수들의 영상을 보면서 이제는 누가 스피치나 발표를 하면 뭘 좀 더 잘 했으면 좋겠는지가 예전보다 잘 보인다.

최근에 해외 투자를 받기 위해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을 도와드리고 중국 비즈니스로 진출하고 싶어 중국 파트너와 투자자들에게 회사와 제품에 대해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도 멘토링을 다녀 왔다. 어떤 분들일까, 어떤 회사이고 어떤 제품/서비스일까, 얼마나 잘 하시는 분들일까를 궁금해하며 인사를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보았다. 나름의 평가 항목을 놓고 뭐는 얼마나 잘 하시나를 검증하면서 듣느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잘 구성하고 ‘전달’을 잘 하면 되는데 이 중 뭐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둘 다 중요하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내게 뭐가 조금 더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예전엔 전달이 중요한 것 같다고 얘기를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전달이 제대로 안 되어서 그 가치를 못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전달이 중요하다며 그 기술만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보다 보니 전달 능력은 꽤 좋은데 쇼맨십만 있지 실제 내용에서 ‘와, 근사하다. 정말 훌륭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핵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모두는 ‘그래서 뭐라는 거지? 혼을 빼놓는 멋진 발표였는데 머리(마음)에 남는 건 없네?’라는 생각이 드는 발표를 본 적이 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승인받기 위해 상사들에게 하는 발표이건, 어려운 회사 상황을 견뎌주고 자기를 믿어달라고 직원들에게 말하는 사장님의 스피치이건, 회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하는 프레젠테이션이건,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내가 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나랑 무슨 상관인건지, 나한테 뭘 바라는 건지’를 알 수 있게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누가 들을 건지를 (청중)알아야 하고, 그들이 알았으면 하는 내용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청중이 거부하지 않고 가장 잘 받아들일지 (구성)을 고민하고, 그 후에 강하게, 부드럽게, 빠르게, 천천히, 손과 시선은 어떻게 할지 (전달)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혼 (soul)’이 없는 기교만 넘치는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마음을 울리고 행동을 일으키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프레젠테이션에 넣을 재미있는 사진, 멋진 애니매이션에 투자하는 시간의 반을 떼어 누가 내 청중(고객)인지, 그들에게 맞는 이야기가 있는지, 그들이 관심을 갖겠는지, 거부감 없이 이해하기 쉬운 논리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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