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의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전략 (3) 플랫폼(Platform)

몇 년 전, 카카오가 돈을 붓기만 하고 벌지는 못하던, 다들 “저건 안돼” 하던 시절, 국민 대박 게임 “애니팡”이 나왔다. 불과 몇 년만에 이제 카카오가 뭘 한다고 하면 “어휴, 또 뭐가 나오네. 다 잡아먹네”라며 우려를 하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당시 애니팡이 성공한 직후, 카카오와 제휴하자는 게임이 200개가 줄 섰다는 이야기를 카카오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부럽다. 카카오의 서비스가 다 성공한 건 아니지만 일단 관심 갖고 써 보는 고객이 많으니 얼마나 유리한가. 보통은 고객에게 존재조차 알리기가 어려운데.

그런데 우리는 애니팡 게임사가 더 부러운가. 아니면 수백개 게임사가 줄 서는 카카오가 더 부러운가. 금융회사는 히트 상품에 관심이 많은데 금융에서의 플랫폼은 또 뭔가?

안타깝지만 내 생각에 한국의 금융 회사가 고객이 정말로 좋다고 느낄 정도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내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정부 규제도 많고 금융 회사의 디지털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니즈를 한참 뒤에서 뒷북치며 따라가는 식이 될 것 같다. ‘금융 분야는 원래 이런 거지’라고 생각하기엔 고객들이 요즘 너무 똑똑하고 바라는게 많다. 올해 말 한다는 인터넷 은행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하면 “왜 너네는 이렇게 안 해?”라고 이야기하는 고객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

“괜찮아, 우리에겐 핀테크 회사들이 있잖아.” 그런가? 고객은 많은데 혁신을 못하는 (아이디어도 없고 실행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들만큼이나,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다지만 핀테크 회사들도 고객 기반이 없어 생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금융회사가 자기가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도 없다) 몸집이 작고 가벼워 여러 가지를 막 해 볼 수 있는 핀테크 회사들이 연결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자신들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 많은 모바일 앱에서 지도를 직접 만들지 않고도 네이버 지도와 구글 지도를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처럼 금융회사도 핀테크 회사들이 가져다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과 연결될 부분들을 모듈화하고 어떻게 활용하라고 규칙을 정해 오픈해야 한다. 이게 보수적인 금융 분야에서 그나마 금융회사들이 혁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2016년 디지털 뱅킹 분야의 가장 중요한 빅 트렌드 Top 10 중의 1위도 ‘금융의 플랫폼화’이다.

물론 보안, 개인정보 이슈 등의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있지만, 우리가 안 해도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겠다는 경쟁자들이 나타나 우리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고생을 많이 한 보람이 있었던 게, 서울대학교 교수님들과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참석하신 발표 대회에서 내가 도와드린 분들이 1등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핀테크 시대의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전략 (2) 디지털(Digital)

이번에 글로벌 리서치 자료를 많이 읽으면서 공통적인 테마를 하나 찾았다. IT로 유명한 액센츄어(Accenture) 뿐 아니라 전략으로 유명한 맥킨지(McKinsey)도, 투자 은행 JP 모건(JP Morgan)도 다 똑같이 주장하는 바는, “디지털이 단순히 새로운 채널이 아니라, 고객과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자산관리 (Wealth Management), 프라이빗 뱅킹 (Private Banking) 분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그러하지만 금융회사들도 오랫동안 고객의 이익이 아닌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열심히 일했으니 (카드 많이 쓰는) 여행을 떠나라고 했지, 고객의 입장에서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충동구매를 피하고 현명하게 소비하라는 메시지는 준 적이 거의 없다. 돈이 있는데도 깜빡하고 돈을 넣어놓지 않아 연체가 될 것 같아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비싼 수수료를 물린다. 자신들의 영업 이익률이 떨어질까봐 고객과 약속한대로 운용을 하지 않고 고객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게 조절한다. 고객 수익률은 바닥인데 운용 보수나 수수료는 떼어간다. 이래서 금융 고객들이 금융회사의 ‘전문가’들을 믿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어려워졌다.

이제 글로벌 선두 금융회사나 핀테크 회사들은 전통적인 접근과 반대이자 원래 그렇게 했어야 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돈을 쓸 때마다 자동으로 계산해서 지금 재정상태가 괜찮은지, 오버해서 지출한 곳이 식비인지, 옷값인지도 알려주고, 이상한 소비 패턴도 경고해 주는 서비스, 저렴한 수수료에 소액 투자도 가능하며 투자 목적과 금액만 입력하면 전문가의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해 주고 365일 확인할 수 있고 중간에 수수료 없이 환매도 가능하게 해 주는 서비스들이 있다. 유명 금융회사 펀드 매니저는 아니지만 실력 있는 무림의 고수들을 소셜 네트워크에서 만나고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따라서 투자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들도 여럿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혜택은 많이, 가격은 낮게 하는 ‘가성비’ 좋은 서비스들이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이런 질문들을 해야 한다.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도구는 고객 그룹에 적합한가?’ ‘우리는 고객이 매일 경험하는 첨단 IT 기업의 디지털 경험과 유사한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가?’ ‘스스로 배우고 결정하려는 고객들에게 필요한 리서치나 교육 도구, 집단 지성 컨텐츠를 제공하는가?’ ‘고객, 자산관리사, 금융회사 간의 상호작용을 더 깊게 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고객을 참여시키는 신선한 방법을 제공하는가?’

(3편 플랫폼에서 계속)

핀테크 시대의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전략 (1) 라이프스타일(Lifestyle)

지난 달 서울대학교 MBA에 초대되어 디지털 금융 혁신(핀테크)을 위해 금융회사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특강을 했다. 오신 분들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그룹 중 하나의 계열사 지점장급 고참들. ‘그동안 이런 강의도 들어보셨겠지만 서비스를 만들어본 사람한테 들어본 적은 별로 없을 테니’라고 생각하고 최신 정보를 담아 준비하고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

강의가 끝나고 몇 분이 오셔서 인사를 해 주시고 따로 만나서 식사도 같이 하며 이 분들의 졸업 발표를 도와드리기로 했다. 처음엔 어느 정도 훈수만 두면 되겠거니 하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자존심 문제도 있고 (내가 도와드렸으니 잘 되어야 한다는) 해서 많이 관여하게 되었다. 나도 이번 기회에 예전 증권사에서 했던 자산관리 리서치를 다시 한 번 업데이트해 보자는 생각에 최신 글로벌 리포트수십개를 구해 읽고 (수 백 페이지를 읽어야 했다) 정리하고 함께 자료를 만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무 일도 안 하고 일주일을 집중해서 정리해 보았더니 신기하게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우리가 정한 방향성은 세 가지,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플랫폼”이다. 먼저 라이프스타일, 금융회사들은 고객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금융상품을 어떻게든 팔려고 푸쉬한다. 고객들은 금융상품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고 (전통적인 자금 설계 주제인 결혼, 집장만, 자녀 교육 뿐 아니라 여가생활, 건강, 새로운 학습, 의미 있는 삶 등의 다양한 관심사)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 선진 금융회사들과 국내 선진 기업들은 고객의 비금융 (금융이 아닌) 니즈,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하여 고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현대카드의 경우 라이프스타일이나 고객의 스타일별로 (여행을 많이 하는지, 쇼핑을 많이 하는지, 마일리지 같은 것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현금 할인을 바라는지) 혜택이 확실히 구별되는 카드 상품을 내놓고,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상품과 문화 마케팅 등을 하고 있다. 치아 보험으로 유명한 라이나생명의 경우도 50대 이상의 고객들에게 건강과 여행 상품을 연계한 ‘전성기’라는 무료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나의 글로벌 모회사는 여행 자회사를 가진 헬스케어 대기업 ‘시그나(Cigna)’란 회사이다. 삼성생명은 은퇴설계 연구소에서 글로벌의 방향성과 가장 잘 맞게 건강, 취미/여가 뿐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사회활동까지 고객들의 다양한 삶의 관심사를 스토리로 풀어가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라이프를 디자인하라는 메시지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나이와 자산 규모 등의 전통적 기준이 아닌, 생애 목표와 관심사에 기반해 고객을 분류하고 각 그룹마다 그 고객들에 특화된 상품, 가격,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바라고 걱정하는지를 알고 그 옆에 미리 가서 서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상품은 이런 기능이 있어요”가 아니라 “고객님, 이렇게 살고 싶으시죠?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라고 말해야 한다.

(2편 디지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