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만큼 고객 서비스에도 신경써야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때는 인터넷 쇼핑을 많이 했다. 어디서 사도 똑같은 제품인 책의 경우 서점에 가지 않고 거의 온라인 서점 (Yes24, Amazon)에서 산다. 그래서 영화의 프리뷰처럼 최고의 페이지만 모아놓은 ‘미리보기’와 목차, 소개글만 보고 샀다가 실패한 책도 좀 된다. 옷과 신발은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쇼핑을 많이 하다보니 예전보다 많이 성공률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옷과 신발은 재질과 사이즈, 착용했을 때의 느낌이 조금씩 달라 오프라인보다 만족도가 떨어진다.

요즘 가장 자주 들어가서 보는 사이트는 LG패션 온라인 몰인 LFmall이다. 제일모직과 함께 가장 유명한 패션회사라고 하던데 이전 회사에서 모시고 일했던 친한 형님들이 고위 임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의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를 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연말에 우연히 좋은 제품을 아주 좋은 가격에 사고 그 후에도 ‘득템’을 하기 위해 종종 들어가서 보다 보니 쿠폰과 마일리지 행사 등을 자주 한다. 그것도 며칠에 한 번씩, 들어갈 때마다 뭔가 컨셉을 만들어 새로운 제안을 해 주는데 신선하고 좋다. 제 값 주고 산 사람들이 불평할 정도로 잘 보고 있으면 좋은 기회가 종종 온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거의 매일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고 리뷰에 써 있다. 회원들이 꽤나 적극적으로 리뷰도 많이 남긴다. 사이즈나 스타일이 브랜드마다 다르기 때문에 입어 보고 사야 좋겠지만 온라인 몰에서 그러긴 어려우니 상세한 구매 후기를 꼼꼼하게 읽어본다. “아버지한테 사 드렸는데 가볍고 편하다고 하시더라” 등의 리뷰는 더 눈에 잘 들어온다. 2016년 연초에 실시한 16명한테 준다는 아침 10시, 오후 4시에 두 번 주는 16% 할인 쿠폰인가는 KTX 명절 예매만큼이나 빨리 1-2초 만에 매진이 된다. 아예 접속이 안 될 때도 많다. 대단하군. 패션 사이트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

그런데 몇 가지는 개선할 점이 보인다. 아이패드에서 브랜드, 옷 종류 등 세부 선택을 위해 카테고리 선택을 하며 좁혀 들어올 때 화면이 한 번 깜빡 하고 다시 눌러야 하는 경우가 있어 불편하다.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또 고객 리뷰를 읽다 보면, 좋은 재질의 좋은 상품들에 가격도 좋다며 칭찬하는 글이 많은데, 가끔 품질 검수가 잘 안 되어 배송되었다는 글이 보인다. 포장을 제대로 안 하고 먼지 묻은 상태로 보냈다든가, 누가 입어본 것 같다던가, 주머니에 영수증이 들어있다든가 하는 옷의 기본 상태도 점검하지 않고 출고가 된 옷들이 있다는 글도 있다. ‘이게 내가 한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들어가서 본 이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로군’이란 생각을 하며 임원 중 한 형님께 알려드렸다. “본사에서만 발송하는게 아니라 전국 각 지점에서 옷을 찾아 보내는 경우가 있어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하더라고”라는 대답을 듣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러면 고객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댓글 신고처럼 쉽게 본사로 클레임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주고 그 옷이 어디서 발송되었는지를 추적해서 그런 일이 줄어들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사이트는 이 형님들이 입사하기 전에 만들어진 상태로 아직은 운영되고 있어서 그럴 텐데 좋은 사용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고객 서비스’라는 것을 고객이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아이디어나 비전을 팔고 싶으면 먼저 편을 들어야

지난 3개월 동안은 20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친한 형님 회사의 전체 임직원 교육을 맡아 다른 일을 제쳐주고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교육을 했다. 평소에도 책을 많이 사지만 이 교육만을 위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논문집을 20권 넘게 따로 사서 읽고 유료 사이트들과 학술 논문 사이트에서 1천개가 넘는 자료를 다운받고 그 중 100개 정도를 뽑아 전략, 혁신,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변화관리, 갈등관리 등의 주제로 이론과 사례를 공부하고 함께 문제도 풀고 발표와 토론도 했다.

교육을 준비하면서 가장 적합한 내용을 구성하느라 힘든 만큼 교육생들에 대한 기대도 올라갔다. ‘내가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 교육생들도 열심히 해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임원 수업이 있던 첫날, 욕심을 내서 좀 어려운 논문을 발췌해 설명하고 숙제도 냈다. 팀장 수업에서는 그보다 조금 낮춰서, 하지만 역시 읽어와야 할 자료를 꽤 많이 나눠주고 매시간 책도 3-4권씩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교육생들이 공부를 해 오는 것 같지 않고 자꾸 힘들다고만 한다.

‘평소에 공부를 많이 안 해서 그런 거야. 운동도 3개월 동안 근육 안 보일 때도 해야 하듯, 공부도 이렇게 해야지. 조금만 더 참으면 돼.’

한 달이 조금 지난 후, 교육 담당자와 미팅을 하며 (매번 교육 후 한 두 시간 미팅을 했었다) 교육생들의 피드백을 들었다. “안 그래도 연말에 매출 목표 맞추느라 야근하고 난리인데 업무 중에 4시간을 빼서 교육을 하는 것부터가 무리다” “왜 사장님 후배가 와서 사장님처럼 우리한테 부담을 주느냐” “너무 공부하라고 하는게 많다” “왜 자꾸 대기업 이야기를 하느냐, 우리가 삼성이냐” 등등 나와 사장님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내가 자주 하는 고민이, ‘이 정도는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나의 욕심과 교육생들이 기대하는 ‘너무 힘들지 않은’ 학습과의 차이를 어느 정도로 조정해야 할 것인가인데 이번에는 내 욕심이 지나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 출신 사장님은 더 세게 푸쉬해 달라고 부탁하시고 그렇게 세게 안 하고 나름 힘조절을 했는데도 이렇게 힘들었나 싶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교육이고 뭐고 안 들리니 일단 감싸안고 마음을 풀어드리도록 해 볼게요.”라고 하고 며칠 간 고민을 했다.

이럴 때 모른척 하고 스타일을 약간 바꿔서 힘들지 않게 진행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정공법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사장님 후배인 제가 와서 일할 시간도 없는 여러분 엄청 쪼고 공부하라고 해서 힘드셨죠? 이런 이런 마음으로 저는 한 거고, 글로벌 회사, 대기업 이야기도 이런 측면에서 해 드린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스타일을 바꿀거에요. 대기업 이야기 하나도 안 합니다. 제가 전에 잘 했던 재수탱이 이야기 하나도 안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되려고 돈쓰고 고생해서 공부하는 것이니 좋은 마음으로 한 번 들어보세요.” 그랬더니 굳어 있던 교육생들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뀌면서 훨씬 부드러워지는게 아닌가.

그 후부터 교육이 끝날 때까지 몇 주간은 점점 분위기도 좋아지고 참여도도 높아졌다. 모든 것이 마음 먹기 달렸다더니 역시 마음이 열리고 통하니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이제는 좋게 받아주고 공부하는 내용도 전달이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끝나고 나서 여러 교육생들로부터 고맙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런 교육은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많이 배웠다” “지나고 나서 소개해 준 책을 보니 정말 도움이 되더라, 가치를 새롭게 느끼고 한 권씩 보고 있다” 등등. ‘당시에 재미있었지만 남는게 없었다’는 교육보다 ‘그 당시엔 좀 힘들었어도 지나고 보니 정말 많이 배웠다’는 말이 훨씬 보람되고 의미 있는 평가가 아닐까.

처음엔 나도 저항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내가 이제 인정하게 된 것은, 나의 생각, 아이디어, 비전을 전달하고 상대방이 받아들이게(buy) 하려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그러려면 상대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