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어느 정도 관여해야 할까?

“사람을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믿어라” 이전 회사에서 너무 실무에 관여하는 나에게 연말 송년회에서 같이 일하는 팀장들이 해 준 이야기이다. 본부장이 팀원들하고 자꾸 직접 이야기하면 중간에 있는 팀장들은 허수아비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미안해요. 내가 성격이 급해서 못 기다려서 그렇잖아. 앞으로 그렇게 할게요.”라고 말을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내가 관여 안 해도 될 정도로 알아서 잘 돌아가게 해 주면 내가 그렇게 하겠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연히 내가 늘 옳지는 않지만 내 생각이 맞다는 가정 하에, 리더의 방향을 빨리 이해하고 조직원들에게 알려주고 한 방향으로 나가게 해 주면 좋으련만, 지금 상황이 심각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나중에 물어보면 실제 팀원들이 전달받은 이야기는 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중요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빠질 수가 있나 싶어 할 수 없이 직접 막내 팀원들까지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측근들 몇 명에게는 팀장들에 대한 답답함도 호소하면서. 신기하게도 이런 일은 다시 팀장들의 귀에 들어가고 (아마 팀장들에게 보스와 더 잘 지내라고 좋은 의도로 말해준 팀원들 덕일 것이다) 팀장들은 다시 섭섭함을 토로한다.

내가 친하게 지내면서 이야기도 듣고 조언도 해 드리는 중견 기업 오너 사장님들의 말씀을 들으면 정말 한결같다. “다들 나한테 그만 좀 관여하고 맡기라고 하는데 마음이 놓여야 맡기지. 할 수만 있으면 나도 다 맡기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아.” 예전 회사 생각이 나서, “맞습니다. 저도 이런 마음이었는데 사장님도 그런 마음인 거죠?”라고 하면 “그래. 맞아”하며 정말 반가워하신다. 꼭대기 리더들은 자기만큼 조직을 걱정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자기 혼자 다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회사들마다 대단한 일을 한 게 없는데도 꼭대기 리더의 마음을 이해하고 편을 들어주는 측근들이 예쁨을 받는 것 같다.

그 다음 해 송년회에서, “내가 작년보다 좀 나아졌나요?”라고 물었더니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자기들도 이제 어느 정도 포기했다고 한다. 그 ‘조금’을 얻기 위해 나는 나름대로 답답함을 많이 참고 기다리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했는데, 근본적으로 바뀐 건 아닌가보다. 하긴 성향이 그렇게 쉽게 바뀌겠는가.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나와 조직원들, 회사 모두에 그나마 가장 결과가 좋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지.

지나고 보면 내가 리더로서 일했을 때 지나치게 맡겨 놓아서 “너무 방치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말도 들어봤고, “너무 들어온다. 좀 맡겨라”라는 말도 들어봤는데 둘 다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다. 늘 조직원들의 불평도 들었고. 나의 지금 생각은, 더 많이 잘 알고 방향을 잘 잡았을 때 내가 목소리를 더 낼 수 있고, 조직원들이 나보다 더 방향을 잘 잡아준다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리더가 방향을 잡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이거나 상황이라면, 똥고집 피우지 말고 누구든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리드하도록 밀어 주는게 맞다.

누구한테 이 일을 맡겨야 할지 애매한 상황에서 (서로 안 하려고 할 때만큼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할 때도 어렵다) 내가 묻는 질문은, “이걸 누가 하는게 맞지?”보다는 “이걸 누가 제일 잘 할 수 있지?”였고 명분보다 능력에 의해 선택된 사람들은 좋은 결과를 내 주었다.

회원이 되려 찾아온 고객이 그냥 떠나는 이유

반가운 지인으로부터 카톡 문자가 왔다.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신규 앱을 출시하게 되어 지인 분들께 설치를 부탁드립니다. 이 앱을 설치하시면 추첨을 통해 OO커피를 한잔씩 드립니다. (중략) 추천인 사번을 꼭 입력해 주십시오. 12345입니다.” 이런 문자다. 금융회사가 앱을 출시한 후 프로모션을 통해 임직원들의 지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옛날 신용 카드나 새로운 금융 상품이 나왔을 때 임직원 프로모션을 걸어 한 명당 몇 개씩 가입시켜와라라는 방식을 많이 썼었는데. ‘아직도, 디지털 세상에서도 이렇게 임직원들에게 강매하듯 프로모션을 해서 실적을 올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케팅 부서의 한 임원이 “임직원 프로모션 한 번 돌려”라고 말하고 그게 전 임직원들에게 전달이 된 게 아닐까. 상세히 알 수는 없지만 지인과 친한 사이이니 이 정도 수고야 뭐 별 거 있겠나 싶어 “알겠습니다. 설치할게요.”라고 답변하고 들어간다.

카톡 메시지에 같이 들어있는 링크를 누르니 설치 페이지로 이동한다. 설치는 쉽다. 설치 후 회원가입 화면에 들어왔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화면이다. 검은색으로 써 있어도 잘 보일까 말까 한 작은 화면인데 메시지가 회색이다. (나는 아직도 손에 쏙 들어오는 아이폰 5를 쓴다)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봐야 보인다. 겨우 입력을 하고 아래 비밀번호 설정을 하려는데 아니, 글자가 안 보인다. 키보드가 ****로 표시되는 비밀번호 입력칸을 가리고 있다. 입력할 때 잠깐 보여주는 알파벳도 없다. ‘뭐야 이거. 맞게 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 잘못되면 다시 쳐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참고 입력을 한다. 겨우 입력을 했다. 확인을 누르니 입력한 글자수가 보인다. ‘아, 한 자 더 쳤다’ 다시 입력을 하려 하니 키보드가 한 칸 내려가 있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 키보드가 다 나오게 겨우 맞췄다. 입력을 다시 하는데 보니, 기존 키보드와 한 칸씩 다르게 (SDF가 있지 않고 WER 아래 있지 않고 ERT 아래 있다) 입력 실수를 유발한다. 완전 짜증이 나는데 또 참고 확인을 누른다. 마지막 화면, 추천인의 사번을 입력하라고 한다. ‘어? 사번이 뭐였지? 5자였던 것 같은데.’ 아까 문자로 받지 않고 카톡으로 받은 기억이 난다. 카톡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니 입력 화면이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없이 맨 위 왼쪽 화살표 (<-)를 눌렀다. 아까 그 메시지가 보인다. 사번은 알았는데 아까 그 화면은? 다시 처음부터 가입해야 한다. 이제 정말 욕이 나왔다. “이런 OO들. 이따위로 서비스를 만들고 지인들한테 가입을 하라고 하다니!”

처음 알려준 지인의 부탁으로 회원가입을 하려 했는데 서버 에러를 포함해 세 번을 하다 화만 나고 포기했다. “안해!” 화난 상태로 지인에게, “이거 누가 만든 거에요? 테스트도 안 해 보고 이런 걸 해 보라고 하다니 다른 사람들은 짜증 안 내던가요?” 지인이 미안해하며, “죄송해요. 다들 짜증내세요.” 일단 그날은 다시 하지 않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2주 후 그 회사의 다른 지인이 똑 같은 카톡 문자를 보내 부탁해왔다. 몇 번 해 본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사번을 복사해 놓고 시작했다. 2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회색 글자, 키보드 문제가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겨우 겨우 어렵게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마쳤다. 지인에게 회원가입도 이렇게 어려운데 서비스가 어떻게 잘 되겠냐고 꼭 고객 경험을 다시 살펴보시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물론 전달은 안 되었을 것이다.

이게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은행 중 한 군데의 수준이다. 이 회사의 고위 임원은 금융 혁신을 외치는데 실제 고객이 만나는 앱을 만드는 조직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쓰는 화면 작은 아이폰 5에서 회원 가입 기능을 만들고 나서 테스트도 제대로 안 해 본 것 같다. 이래서는 성공할리가 없다.

부탁한 지인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바쁜 시간을 내서 자사의 회원이 되겠다고 들어온 잠재고객에게 이런 짜증스런 경험을 주어 그들이 떠나가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은 그 회사가 만든 다른 서비스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고객의 시간과 관심은 웬만한 돈으로는 살 수 없다. 진정으로 고객을 신경 쓰는 마음과 이런 고민까지 했나 싶은 감동스런 고객 경험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