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무엇이 중요한가?

빅데이터, 빅데이터 이 단어도 너무 많이 들으니 이제는 별 느낌이 없을 정도다. 빅데이터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졌는가?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중요하다고 하니까, 그리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들에 관심이 많나 궁금해 하다가 TV에서 지난 한 주 동안 가장 인기있었던 키워드 등의 데이터를 보여주니 신기하다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요즘 회사들마다 빅데이터에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경영자이건 실무자이건 일을 할 때 이렇게 할지 저렇게 할지 결정해야 할 때 감이나 경험에 의존하던 것을 이제는 데이터, 특히 고객의 행동과 관련된 데이터를 검증해 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빅데이터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다. 고객이 디지털 채널에서 어떤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구매하고 반품했는지 데이터를 모아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상품을 언제 주로 사는지, 보긴 하는데 사진 않는건지 등을 실제 고객의 디지털 흔적을 통해 분석하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해 제안하려 하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미국 아마존이 이걸 제일 잘 한다.

8년 전, 네이버 가계부를 만들 때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카드 사용 내역을 업로드했을 때 모이는 수많은 고객 지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들이 앞으로 필요로 할 것을 다 제안하자는 아이디어를 회장님께 제안해서 승인을 받았고, 그 후에는 금융 외의 업종에서도 우리가 제일 많이 가지고 알고 있는 디지털 흔적을 분석해 그 데이터에서 나온 의미 있는 통찰을 고객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그 업종 기업들에게도 판매하자는 비전도 제안했다.

요즘 고객사 담당자들과 디지털 분야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윗분들이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잘 몰라서 일단 빅데이터 사업자들을 불러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다들 “우리 솔루션을 사면 됩니다, 비용은 얼마입니다”라는 이야기만 한다고 한다. 물론 빅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저장할지, how가 중요하지만, 왜(why), 무엇(what)을 정하지 않으면 정작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결정은 자신의 비즈니스와 고객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고객사가 정해야 한다.

이제 업에 대한 지식(domain knowledge)을 가진 사람이 분석 기법을 배워 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하고 그 데이터를 쌓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가설이 맞는지 해 보고 모델을 또 수정하고 하는 일을 계속 해야 한다. 이제 미국 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데이터 과학 (Data Science), 데이터 분석 (Data Analytics) 등의 이름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교육 과정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R이나 Python 등 관련 통계 패키지나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책과 동영상 자료도 많아졌다.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놓고 “나중에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 말고 고객 스스로도 공부를 좀 하자.

디지털을 모르는 상사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면?

요즘 핀테크를 포함해 디지털 인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좋은 인재를 좋은 회사에 소개해 주면 양쪽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보람되기도 하다. 다만 이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윗분이 이 분야를 너무 모르셔서 정말 말이 안 통합니다.”

“윗분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써서 정작 혁신에 쓸 에너지가 없습니다.“

“팀장님과 일하는 것은 괜찮은데 팀장님과 부장님이 사이가 너무 안 좋습니다. 부장님께서 디지털을 잘 모르셔서 상무님한테 인정을 못 받으시고, 상무님이 말 통하는 팀장님에게 직접 일을 주시면서 팀장님 부장님 사이가 더 벌어졌어요.”

“저런. 그렇구나. 너 참 갑갑하겠다” 혹은 “좋은 회사 소개해 줬으니 알아서 살아라”라고 하고 전화를 끊기엔 석연치 않다. 중매를 섰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내가 소개해 줬는데 잘 살게 해 줘야지.

“그럼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니?”

“예, 저는 팀장님하고만 맞추고 팀장님이 부장님하고 잘 맞춰오시길 바라고 있죠. 그런데 오늘도 한 판 하셨어요.”

“지금 문제의 근원이 부장님이 이 분야를 잘 모르셔서 헛다리를 짚으셔서 그러는 것 아니냐. 부장님께는 누가 디지털을 좀 가르쳐 드리고 있니?”

“아니요.”

“공부는 따로 알아서 좀 하시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야! 너랑 너네 팀장님은 뭐하는 거야. 가서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면서 이쪽을 이해하게 만들고 아이디어를 같이 가지고 들어가서 상무님을 설득하면 될 것을, 부장님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만 하고 부장님이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또 상무님 만나게 하니까 자꾸 이러는 것 아냐. 팀장님한테 가서 말해.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자고. 그리고 부장님이 모르시니 가르쳐 드리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할 수 있으니 디지털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할 건데 부장님도 오셔서 같이 들으시면 어떻겠냐고 해.”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해 볼게요.”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이고, 대상이 부장님이건 사장님이건 똑같다. 그 분이 이 분야를 몰라서 일이 잘 안 되면, 알려 드려야 하고, 상사가 공부를 안 하시면 부담스럽게 두꺼운 책이나 자료만 갖다 드리지 말고 (바쁘시니)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을 표시해서 그 부분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하고 다시 가서 어땠냐고 묻고 중요한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 중학교 졸업 후 갑자기 어려워진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의 심정으로, 기운을 북돋아드리며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고 좀 더 깊은 내용을 함께 공부하자. 그 분은 늦게 배워 잘 몰랐던 디지털 분야에 대해 새로 눈뜨며 자신감도 찾고 우리 일도 더 잘 돌아가게 지원해 줄 것이며, 자신을 도와주고 가르쳐 준 과외 선생님인 우리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된다. 우리 커리어가 잘 되게.

실험조차 하지 못하는 리더는 자리를 내놓아야

나도 직접 경험해 보았고 주위에서 상담도 많이 받아본 이야기, “상사가 매번 리서치만 시키고, 이야기만 듣고 진행을 안 합니다.”

예전엔 “네가 아직 상사를 설득할 만큼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준비하지 못했겠지. 많이 가르쳐 드리고 조그맣게 실험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면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냐. 그렇게 해봐.”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안을 들고 가도, 그 안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리더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분들은 지나치게 소심해서 위에서 정해준 일 외에는 일을 만들거나 위험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원래 성향이 그럴수도 있고 그 동안의 직장 경험에서 위험을 감수했더니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괜히 손해만 나더라라는 선배들의 케이스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이런 분들이 고위 임원일 경우 자기 혼자 일로 끝나는게 아니라 조직원들과 회사까지 손해를 보는게 문제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리스크가 있다며 우리와의 제휴를 계속 피하던 파트너 금융회사 팀장님한테 “리스크가 있는 건 맞지만 팀장님이 안 하셔도 저희와 제휴하는 경쟁사가 나올 거고 팀장님 윗분이 넌 뭐했냐 하실 텐데 그건 리스크 아닙니까”했더니 그제야 제휴를 하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명분 때문에 잘 안 될 것을 알면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실리를 중요시하는 요즘은 투자대비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으면 투자금을 포기하고 될 만한 일을 다시 하는 조직도 많다.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을 본받아 필수 기능만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실험해 보면서 피드백 받고 수정해 나가면서 그 학습 경험을 조직에서 공유하고 자산으로 만들면 그 과정이 의미 있는 고생이 된다. “그래, 그런 건 안 먹히는구나, 이번엔 이렇게 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알아보자라고 리서치만 시키고 “그렇구나. 잘 봤어”하고서 실제 일은 아무 것도 진행을 하지 않으면 조직원들도 (어차피 진행 안 될 거니까) 그 다음 일에 힘을 쓰지 않고 대강 시늉만 해서 가져온다. 결국 그 리더는 자신의 무덤을 (심하면 조직원과 함께 빠질 무덤까지) 파게 된다.

실제 조직에서는 상사가 일을 진행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의 상사에게 올라가서 하자고 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 말고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조정할 수 있게 조직의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 회장님 같은 꼭대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뭘 해 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실험도 안 해 보고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다고 하면서 위 눈치만 보는 임원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주겠는가. 이런 사람인 것 같으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안 되면 자리를 내놓게 하고 일을 잘 할 사람을 발탁해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일하려 하는 조직원들을 경쟁사로 빼앗기지도 않고 조직도 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