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는 계속 필요할까?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지원해야 하는 기기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개발자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사람이 없어 개발을 못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려온다. ‘소프트웨어를 3D 업종 취급하더니 다들 고생한다’라는 생각도 들고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소프트웨어를 배운 사람은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생각도 든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다시 인기를 얻게 되니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개발 일을 놓고 높은 자리에서 관리자로 일하다가 다시 개발을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개발자는 계속 자리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어느날, 고객 관계 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가 된 ‘세일즈포스(Salesforce.com)’이라는 회사의 비디오를 보면서 개발자도 자동화로 많이 대체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일즈포스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도 (아예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선택을 비롯한 약간의 노력만 하면 그 플랫폼과 연동되는 인터넷, 모바일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세일즈포스 외에도 자동으로 (혹은 자동에 가깝게 쉽게) 모바일 앱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가 미국에서만도 10개 이상 된다. 물론 이런 도구는 개발자가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딱 그 기능을 만들기에 제약사항이 많지만, 멋진 인터페이스와 일관성 있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빨리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00년대 초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던 개발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워드프레스나 Wix같은 도구를 써서 개발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멋있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하다. 물론 이런 도구가 제공하는 정형화된 기능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자가 여전히 필요하듯, 자동화된 도구가 나와도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여전히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반가운 점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코딩(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 교육을 시켜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훨씬 많아질 것 같다. 이렇게 교육 받은 사람이 많아지고 10년쯤 지나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도 영어 분야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으로 할 줄 아는, 그러나 정말 잘 하는 사람들은 별도로 필요한. 10년 후엔 인공지능도 더 발전해 있을 테니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해 주는 서비스도 더 많이 생길 테고. 지금과 같은 개발자가 아닌,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서 일반적인 수준의 개발자나 로봇/알고리즘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개발자가 되어야 계속 일자리가 있지 않을까.

CEO들의 최대 고민, ‘성장’

9월은 기업 창립기념일이 많은지 큰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몇 주년, 몇 십 주년 행사를 하는 회사들 몇 군데에 초대되어 강연을 하러 갔다. 회사에서도 돈을 많이 들여 전 임직원이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는 행사들은 그 중요도 때문에 회사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주시고 이번 행사는 이런 의미가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그 와중에 중견 기업의 CEO 분들을 몇 분 뵙고 사전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 기업들의 상황이 놀랍게도 너무나 비슷하다.

기업의 CEO들의 최대 관심사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과 ‘혁신’. 가정의 경제도 그렇지만 기업들도 겉으로 보기보다 눈에 안 보이는 돈이 많이 든다. 지금 인원을 유지만 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만큼 성장해야 하는지는 몇 번 계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성장해야 다들 자리를 지키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알려주고 같이 열심히 뛰게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 년 전 잡코리아 광고(https://www.youtube.com/user/jobkoreatv, 시리즈 모두가 재미있다) 중에 사장편이 있었는데 사장님 혼자 3천 프로 성장하자며 북을 치는데 직원들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힘 빠진 손을 힘겹게 겨우 든다.

“사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희가 볼 땐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 하는 거거든요.”라는 임원들, 팀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들으며 그들에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걸 공감하고 열심히 달리게 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몇 년간 매년 24% 성장을 하던 시절, 같은 24%인데 (매출이 매년 늘어나니) 다음 해의 목표 절대량은 매년 늘어났다.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들고 와서 할 수 있다고 외치던 상무님께 대들지는 못하고 ‘저 숫자를 어떻게 달성해? 말도 안 돼.’ 하던 우리를 모아놓고 상무님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데 2배의 물이 필요하다면 2배 빨리 길어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20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두레박이 아닌 펌프 트럭을 가져오든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때 ‘오,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럼 어떤 방법을 써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성장에 목숨을 건 사장님들(대리 과장들과 달리 사장님들의 목숨은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은 “가능하다, 기운 내라”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다른 생각과 시도를 하도록 지원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조직에 쌓고 성공의 방법을 찾는 여정에 앞장서야 하고, 임직원들은 사장님 혼자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 걷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게 하지 말고 같이 손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자. 밀지 말고.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어떻게 개선하는가?

얼마 전 여러 금융 회사(보험, 카드, 증권, 자산운용사)에서 오신 전략 부서 차 부장급 멤버들을 모시고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미니 워크샵 형식의 특강을 진행했다. 두 달 전에 했던 내용에 대해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한 번 와서 심화학습을 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처음엔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반갑기만 했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같은 청중에게, 전에 들어본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하는데다, 2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업무에 도움될 뭔가를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구성할지,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꺼내놓고 이 책 봤다, 저 책 봤다 하는데 시간만 가고 정리는 잘 안 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이분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뭘까?’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일은 아니고, 회사의 방향을 짜야 하는 전략 부서 분들이니, 디자인, 개발 등 프로젝트의 깊은 부분을 다루면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해외 선진 사례만 많이 보여드려 봤자 ‘뻔한 얘기네’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낄 상황이다.

‘그래, 전략가들이니 전략적 고민을 놓고 그걸 함께 푸는 걸 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실제 회사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상황을 놓고 조 단위로 고민하고 발표하기로 했다. 이런 건 많이 해 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동안의 고민들을 보여달라고 했다. ‘고생해서 준비해 왔는데 비슷한 걸 미리 해 봤으면 김새는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다행이다. 내가 준비한 것들과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등장하는 일반적인, 경영학 책에 나오는 멋진 단어들만 몇 개 써 있고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니 이런 걸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여러분, 이 정도로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습니다.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제가 준비해 온 서비스 아이디어를 먼저 예로 보여드릴 테니 이 정도로 고민하고 써 주셔야 합니다.”라고 하고 준비한 5개 아이디어 중 하나를 오픈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매년 이 회사와 계속 거래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고객이 실제 사고를 당했을 때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불편함과 불안함을 고객으로 빙의해서 (나도 고객이니까 그 심정을 안다) 이야기하고 ‘왜 이런 걸 안 해 주나?’라고 생각되던 것을 하나씩 서비스로 제안하는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이와 유사하게 고민해 달라고 했다.

고민하고 토론할 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증권/자산운용사 분들도 보험 비즈니스에 대해 꽤나 깊이 고민하고 당장 회사에 제안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고, 업의 전문가인 보험사 분들은 역시나 가장 깊이 있는, 다음 날 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시작하기 전에 봤던 그 동안 많이 연습했다던, 많이 보던 단어들 한 두 개 적힌 혁신 아이디어가 아닌, 고객이 정말로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진정한 고객 가치 사이에서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까지, ‘야, 똑같은 분들이 맞나? 어떻게 30분 만에 이렇게 수준 차이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놀랐지만 오신 분들도 스스로 뿌듯해하며 말씀하신다.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이 제일 빡센 것 같아요.” “예, 저도 이 5가지 아이디어 준비하느라 2주 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중요하다고 요즘 어디서나 이야기하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면 까다로운 고객으로 빙의해서 그 고객의 삶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라이프스타일, 경제적, 심리적 측면까지 아주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까다로운 고객이 화를 내지 않고 ‘너희가 이렇게까지 하니 내가 참아야지. 고생한다’ 라는 마음이 들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 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자꾸 연습하면 보수적인 회사들도 얼마든지 혁신을 할 수 있다.

다 잡은 핵심인재를 놓치는 이유

삼고 초려했다. 임원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해서 바빠죽겠는데도 시간 내서 대리, 과장도 찾아가서 영입한다.

그 친구가 오면 이 일을 맡기면 되겠다 조직도의 사각형을 하나 더 채우고 흐뭇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사부에서 연락이 온다.

“상무님, OO회사, 이 과장이 안 온다는데요.”

“예? 언제요? 언제 버전인가요? 제가 그저께 만나서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까 메일 와서 안 온답니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 아이가 실제로는 마음도 없었으면서 나한테는 생글거리면서 어려운 대답을 피한 건가?’ 오만 가지 생각이 난다. 메일을 전달 받았는데 마음을 바꾼 큰 이유도 없어 보인다. 뭐지? 뭐지?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전화를 한다. 전화를 안 받는다. 두 번째 전화에 겨우 답을 한다. “제가 전화를 못 봐서요.”

“아니, 이 과장, 그저께 오기로 했잖아. 무슨 일이야?”

“생각해 보니까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곤란한 건 아는데 나도 사정을 알아야 우리 프로세스가 잘못되었으면 고칠 거 아닌가. 얘기라도 해 줘.”

“사실은요, 마음을 정하고 인사부랑 조건 협의를 하는데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저 여기서도 연봉도 좋고 여러 조건이 좋거든요. 꼭 이직을 할 필요도 없는데 상무님이 같이 일하자고 해 주셔서 같이 할까 했는데, 채용 조건이 좀 부실해서 제가 몇 가지 더 해 달라고 했더니, [과장님이 오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저희 회사는 규정이 원래 이래요. 다들 그 정도로 수긍하고 들어오세요. 그리고 휴가랑 인센티브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시는 거에요.] 이러는 거에요.”

“아니, 휴가는 여기도 있는 거고 인센티브는 회사 사정으로 안 주면 그만인데 그걸 어떻게 비교라고.. 그리고 제가 언제 먼저 가겠다고 했나요? 회사의 얼굴인 인사부가 이런 정도면 회사 분위기 알 만 한 것 같아서 안 가려고요.”

엄청나게 당황스럽다. 인사부가 내 소관이면 불러다가 난리라도 쳐야 하는데.. 일단 이 과장을 달랜다. “이 과장, 원래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는 게 인사부 일이잖니. 말을 좀 더 기분 좋게 했어야 하는데 그건 잘못되었다. 그런데 일은 나랑 할 거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고 여기 와서 좋을 일도 많을 거야.”

“상무님이 정 그러시니 그럼 한 번만 더 생각해 볼게요.”

운이 좋으면 마음을 돌려 입사하겠지만, 인사부가 회사 규정 운운하며 기분 상하게 해서 입사를 포기하는 핵심인재들도 종종 있다. 핵심인재들의 마음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성과를 많이 내는데 왜 연봉 협상 때만 형평성 이야기야. 정확히 보상을 해야 할 것 아냐. 내가 그렇게 중요하면 회사 규정을 바꿔서라도 나를 데려가야지.’ 그래서 같은 직급 동료들의 눈과 형평성에 대한 정서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대기업에서도 핵심인재들에게는 프로야구선수들처럼 사이닝 보너스 (signing bonus, 사인할 때 얹어주는 큰 돈, 이적료)를 주는 경우가 있다. 말 한 마디로 수 천만 원 사이닝 보너스 좀 갚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