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ltative selling (컨설팅하며 판매하기, 문제해결식 판매)

경제가 어려우니 모든 영역에서 영업도 어렵다. 영업보다는 고객이 알고 찾아와야 한다는 강의와 컨설팅도 고객을 만나지 않고 찾아오기만 바라면 점점 잊혀진다. 현직 담당자들의 고민을 생생히 이해하고 그 고민을 해결해 주면 그 과정에서 신기하게 여러 가지 일을 맡겨준다.

고객들은 우리가 팔고 싶어하는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우리가 해결해 줄 ‘그들의 고민거리’에만 관심이 있다. 차 한잔 하자고 바쁜 고객을 불러내지 말고, 최근 한 일과 새로 쌓은 전문성,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고객을 찾아가 고객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해당사자들과 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귀를 기울여 잘 듣고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해 준다. 일을 받으러 간 게 아닌데 나는 알고 그들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명쾌하게 문제를 정의해 주고, 이렇게 접근하면 된다, 경쟁사[경쟁학교]는 이렇게 하고 있다고 비밀이 아닌 정도의 이야기를 해 주면 고객은 갑자기 관심을 많이 보이며, “우리도 그렇게 되게 해 줘요” 하신다. 내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영업하려 접근하면 이상하게도 눈치를 채고 발을 빼는데, 내 생각을 잊고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할 때처럼 대하면 반드시 일이 생긴다. 그래서 요즘은 세일즈맨들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고, 이를 consultative selling (컨설팅하면서 판매하기, 문제해결식 판매)이라고 한다.

이런 일은 강의, 워크샵, 컨설팅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업종에서도 일어난다. 40대 이상의 고객들을 주 대상으로 옷과 여러 용품을 판매하는 제이미파커스라는 회사 (나도 우수 고객이다)는 마케팅을 참 잘 하는데, ‘이런 옷이 새로 나왔으니 사세요. 얼마입니다’가 아니라 ‘나도 죽기 전에 청바지 한 번 입어보고 싶다’ 등의 신선한 카피로 40대 전에 청바지를 입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많이 잡았다. 여기 청바지는 품질은 좋지만 유명 상표가 붙어있지 않음에도 수 십 만 원짜리가 나오자마자 품절되곤 한다. 고객의 고민(젊어 보이는 옷을 입고 싶다)을 잘 헤아린 마케팅과 영업이다. 바지만 판매하다가 재킷, 셔츠, 벨트, 신발, 시계, 이제는 건강식품까지 판다. 파는 건 똑같은데 40대 이상 아저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문제를 해결해 주니 비싸도 아저씨들이 많이 산다.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망설이는 핵심 인재가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드는 방법

함께 일했던 잘 나가시던 여러 형님들이 또 좋은 회사로 옮겨서 새로운 본부를 맡았다. 디지털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잘 만들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여러 명 소개를 해 드렸다. 사람 소개는 소개하는 사람의 수준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말 될 만한, 소개할 만한 검증된 녀석들만 추천한다. 다녀와서 잘 만났냐고, 어땠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관심 있으면 이력서 보내라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넌 뭐라고 했어?”

“예” 했죠.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요, 꽉 잡는 느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초대하고 싶은 핵심인재들은 자기 조직에서 이미 자리를 잘 잡고 대접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조직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코드 맞춰가면서 날밤 까고 일하다가 오리알 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보통은 돈이 아니라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느낌과 ‘훌륭하고 사람들과 일하며 배우고 발전하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꾼다는 사명감’이다.

비슷한 조건에 비슷한 역량을 가진, 마찬가지로 훌륭한 다른 분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별 생각 없었던 사람들까지 데려가신다.

“우리는 오리알 될지도 모르는 신생 부서야. 하지만 세상에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잘 살고 있겠지만 만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고 또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찾고 있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가 혹시 오리알 되더라도 내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네 커리어는 책임지도록 노력할게. 같이 해 보자. 난 네가 필요해.”

임원분들이여, 아래 직원을 뽑더라도 정말 중요한 사람이면 한 번 찾아오면 한 번은 찾아가시라. 고위 임원이 직접 찾아오시면 ‘황송하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인가’라며 기분 좋아한다. 책임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 어떻게 이야기한다고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신용 없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특히 핵심인재를 데려갈 때는 감성적으로 인간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여러 악조건에서도 내게 와 주는 것 같다는 말씀이다. 마치 가진 게 없어도 “너 아니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듯.

돈들여 이렇게 좋은 컨텐츠를 주는데 왜 안 볼까?

2000년대 초반 내가 증권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들은 고액자산가(High Net Worth Individuals, HNWIs)들을 고객으로 삼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당시 씨티뱅크는 프라이빗 뱅커 (Private Banker, PB)들이 금융자산 20억 이상의 자산가들을 초빙하여 재테크 세미나도 하고 와인도 주고 그랬다. 우리 증권 회사는 5천만원 이상 금융자산을 굴리는 비교적 대중적인, 더 넓은 고객층을 목표로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했다.

요즘 금융회사들과 만나 핀테크 이야기를 해 보면 돈 많은 시니어 분들 (원래 시니어는 60대 이상인데 금융회사들의 타겟은 50대부터이다)을 어떻게 하면 확보해서 고객으로 모실 것인가에 다들 관심이 많다. 그러면서 돈을 많이 들여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 분들께 멋진 화보, 책자를 만들어 집으로 보내고 이메일로도 보낸다.

인터넷 쇼핑하면서 제휴사에서 제공하는 무료배송쿠폰이라도 한 번 쓰면 어김없이 며칠 후 보험사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날아온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처음엔 ‘뭐 볼 만한 것 있나?’하면서 보지만 몇 번 비슷한 메일을 받으면 제대로 읽지도 않고 지워버리거나 봉투째 쓰레기통에 던지기도 한다. 가끔 미안해서 한 번 열어보면 “와” 할 정도로 멋진 사진과 좋은 내용의 글이 가득 찬 잡지였다. ‘내용은 좋은데 내가 읽을 시간이 없네. 그리고 여기서 보낸 거나 저기서 보낸 거나 똑같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

금융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잡지를 만들고 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드는 돈은 상당하다. 컨텐츠를 소싱하고 기획하고 선정할 내부 직원이 기본 한 명 있어야 하고, 외주로 함께 일하는 파트너 회사가 분야별로 여러 가지 (요리, 여행, 쇼핑, 사진 등) 주제에 따라 몇 개가 있다. 한 회사에 맡기고 다 알아서 소싱해 달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 좀 부지런한 금융회사는 여러 회사에 맡기고 경쟁도 시킨다.

문제는 이렇게 돈 들이고 고생스럽게 만든 컨텐츠를 고객들이 잘 안 읽는다는 것이다. 일단 이런 컨텐츠가 너무 많고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겠고, 금융회사가 또 다른 미디어 회사로 보일 뿐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미디어 회사로 접근해서는 컨텐츠를 읽게 할 수가 없다. 미디어는 보통 한 방향 (회사에서 고객으로)으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참여할 방법이 없는 교수님의 일방적인 강의를 지루해 하듯, 고객들은 금융회사와 연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똑 같은 컨텐츠라도 이걸 함께 읽을 내 친구 같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예를 들면 손자 걱정을 하는 할아버지, 죽기 전에 100가지 일을 하고 싶어 버킷 리스트를 만든 시니어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이들이 쓰는 현란하지 않아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공감 가는 글과 사진을 보게 해 줘야 한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와서 늘어놓은 컨텐츠와 서비스를 써 보다가 돈을 낼 만큼 좋은 것을 보면 구매하게 된다. 금융은 특히 신뢰가 중요한 업이라 회사 자체가 믿어져야 돈도 이 회사로 다 옮기고 투자 조언도 듣고 수수료도 운용보수도 기꺼이 낸다.

“진실을 듣고 싶어, 지지가 필요해?” – 피드백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난 기분 하나도 안 나쁘니까 어떻게 했는지 피드백 좀 해 줘.”

“솔직하게 해 줘? 기분 나쁠지도 몰라.”

“괜찮아. 너니까 이런 부탁하는 거지.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발전해야 하니까 이야기해 봐.”

이야기를 하는 도중, 상대방의 얼굴색이 안 좋아진다. 화는 안 내는데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 입장에서도 해 달라고 했으니 이야기 나온 김에 솔직하게 해 주는 게 맞는다는 생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계속 한다. 이야기 끝나고 난 후, 내가 물어본다. “기분 나빴지?”

상대방이 말한다.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고 갑자기 약속이 있다며 가 버린다. 다음에 만나기까지 서로 서먹하다. ‘분명 내가 일부러 시간 내서 신경 써서 이야기해 줬는데 왜 좋은 이야기를 못 듣는 거지? 역시 듣고 싶은 말을 해 줘야 하는 거였나?’ 나중에 듣고 보니 솔직한 피드백도 좋지만 그날 잘 했는지 불안했었으므로 일단 잘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줬으면 좋았을 뻔 했단다.

“오늘 어땠어?” 요즘엔 누가 이렇게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물어본다.

“진실을 듣고 싶어? 아니면 지지가 필요해?”

상대와 상황에 따라, 이런 일을 다시 하기 어렵고 결과를 돌이킬 수도 없는 경우라면, 주로 잘 한 면을 집중해서 칭찬해 주고 못한 점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지만 해 준다. 하지만 이번에 뭔가를 배워서 다음 번에 비슷한 것을 더 잘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상대가 좋은 이야기는 자주 들으니 바로 개선점 좀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잘 한 것을 살짝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그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 준다. 예전보다 훨씬 상대의 반응도, 사이도 좋아진다.

패션뿐 아니라 피드백에도 TPO (Time, Place, Occasion, 시간, 장소, 상황)가 중요하다.

이마트의 경쟁사가 아닌 것은?

내가 기업 강의에서 청중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은, “다음 중 이마트의 경쟁사가 아닌 곳은 어디일까요?”이다. 보기는 4가지,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천원샵, 네이버 이 네 가지를 보여주고 손을 들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에 손을 든다. 현대백화점이나 천원샵에도 손을 든다. 이유를 물어보면 롯데마트는 이름부터 직접 경쟁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백화점과 마트는 타겟 고객이 좀 다르지 않냐는 대답을 한다. 내가 다시 물어본다. “제가 삼성전자 TV를 한 대 사려고 하는데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집 근처 이마트에서 구경하고 토요일 부모님 댁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현대백화점에 가서 같은 TV를 상품권 할인 받으며 사면 어디가 얼마나 이익일지 비교해 본다면 그 둘은 경쟁자입니까, 아닙니까?”라고. 그러면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같은 제품을 여기서 살지 저기서 살지 고객이 고민한다면 그 둘은 업종과 주요 타겟 고객층과 상관없이 경쟁자다. ‘이상하네, 에누리나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비교해 본 가격과 너무 차이가 나네. 역시 오프라인 매장은 비싸’ 하면서 최저가 사이트로 넘어가서 상품평을 보니 다들 좋은 물건 싸게 잘 샀다고 한다. ‘같은 제품인데 매장 임대료를 내가 낼 필요가 있나’하면서 그 사이트에서 산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답 없음. 모두 경쟁사”이고 이제 이마트의 최대 경쟁자는 네이버와 쿠팡이다. 예전엔 가전제품 하나를 사기 위해 일단 동네 대리점에 가 보고 가장 좋은 물건이 먼저 들어간다는 (사실이지는 모르겠다) 백화점도 가 보고 전자제품 전문 하이마트도 가 보고 고민을 하고 가격 협상을 했는데, 디지털 시대의 고객들은, 일단 사람들과 접촉하기 전에 디지털(인터넷, 모바일)에서 검색을 해 본다. 어디에서 얼마에 살 수 있는지를 충분히 조사해 본 후 그 정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제품도 살펴보고 가격 협상도 한다. 가전제품은 그런 경우가 비교적 드물지만 생활용품의 경우는 쿠팡 등의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반 값에 사는 일도 흔하다. 50%씩 깎아서 사는 게 몸에 배니 10-20% 깎아주는 건 깎아주는 것 같지도 않다. 이제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들은 긴장해야 한다. 가끔씩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친하게 지내는 업계 지인들의 모임에서 커버하고 있지 못한, 다른 업종의 경쟁사가 실제로는 우리 목을 가장 조여온다.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이번 달엔 우리가 좀 많이 팔고 지난 달엔 너희가 좀 더 많이 팔고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예 게임의 룰을 바꾸는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와서 우리 모임 지인들의 일자리를 다 없애려 한다. 이제 더 이상 업종 경쟁사에서 아직 하고 있지 않다고 태평하게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우리 업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드는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공격이 왔을 때 어떻게 막아낼 건지, 이들보다 돈과 사람이 많은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