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프로젝트를 맡는 법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군대든 회사든 잘 하는 사람이 계속 하게 된다니까.” 한 번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 일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으련만 나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도 없어서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저 일을 맡을 수도 없다.’

회사의 입장이나 새로 가고 싶어하는 조직의 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람(me!)을 뽑아 왔을 때 잘 할지 걱정이 된다. 잘 할 것 같은 사람이 있어도 빼오면서 그 조직장과 싸움이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인재를 놓고 다투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내가 가려고 물밑작업을 하다가 무산되면 이 조직에 남게 되도 미움 받아 남은 조직생활이 고달파진다. 회사를 옮기는 것도 아닌데 회사 내에서 다른 팀으로 가려고 하는 노력은 때로 커리어를 걸고 하는 모험이 된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두루두루 알면서 몇 가지 주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있을까? 있다.

사내에서 가고 싶은 부서로 옮기는 것은 새로운 회사에 지원하는 것만큼 공부와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일단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어느 부서에서 맡고 있는지, 나의 기술, 경험, 성향과 그 부서의 일이 정말 맞는지, 조직장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내가 그 부서에 가면 공헌할 부분은 있는지 등을 그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네트워크를 연결해 알아본다. 원하는 자리에 사내 공고가 난 후에 급하게 지원하면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해 확률이 낮으므로, 미리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그 분야에 관한 세미나를 듣고 책을 읽고 자료를 찾으며 그 부서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조직장에게 보내준다. 이때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보내면 ‘이 사람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지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조직장에게 미리 인사를 해 놓고 보낸다. 목표는 조직장의 머리에 ‘다음에 우리 부서에 빈 자리가 나면 어떤 사람을 뽑아올까?’라는 생각이 들 내 이름이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 인사 잘 하고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몇 달을 보내면 결원이 생길 때 사내공고를 내기 전에 먼저 은밀히 접촉이 온다. 지금 부서에서 놓아주려면 나 말고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므로 나 혼자만 일을 독점하지 말고 믿을 만한 후배를 키워서 가르쳐 놓고 물려주고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부서의 현재 인원들로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가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믿게 하는 것이 원하는 커리어를 얻는 핵심이다.

핀테크 시대 금융회사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마인드

글로벌 유명 대기업 보험회사에서 워크샵을 하게 되었다. 다른 회사에서 공유했던 컨텐츠를 이 회사에서도 또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재미없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들여다 보고 개선할 점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한다고 들어서 시니어 회원 (50대 이상이라 원래 나이는 안 되지만 가입을 시켜줬다)으로 가입하고 시니어 메뉴에 들어가 멋진 컨텐츠를 읽어보고 서비스도 살펴봤다. 유명 교수님을 동반한 해외 역사 탐방 여행 상품이 소개되어 있었다. 가격은 127만원, 문의하려면 연락하라고 02로 시작하는 유선 전화 번호가 하나 써 있다. 옆에 후기가 한 개 있는데 참여한 회원이 쓴 게 아니라 회사에서 쓴 설명이었다.

몇 가지 불편함과 개선방향이 보였다. 주요 고객이 50대 이상이라 그런지 전화를 가장 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화번호만 기재해 놓았다. 통화 중일 때도 많고, 업무종료시간 6시에서 1분만 지나가도 ARS로 넘어가고 업무시간에 전화하라고 한다. 1분 늦은 고객은 ‘이 회사는 고객이 연락을 먼저 해도 서비스해 줄 마음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다. 60대도 눈만 좀 어둡지 디지털 제품을 쓴다. 아이패드로 쓰건 스마트폰으로 쓰건 어디서나 마음이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게 디지털 채널에서 연락이 되게 해 놓아야 한다. 미국의 한 자동차 보험 서비스 회사는 트위터에서 #그회사이름 쓰고 차종을 써서 트윗을 날리면 몇 초 내에 견적이 날아오고 링크를 누르면 제휴된 여러 보험사의 최적의 견적을 모아서 보여주는데,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었다면서 담당자가 자리 비우면 통화도 안 되는 유선 전화 딸랑 하나에, 그것도 6시에서 1분만 지나면 전화를 안 받고 돌려도 비즈니스가 잘 될까? 물론 내가 회사 사람들이 날 밤새면서 고객 전화를 기다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이면 디지털 채널로 연락할 방법도 열어놓는 게 좋다. 요즘 60대 분들도 다들 스마트폰 쓰시고 아이패드 쓰신다.

127만원은 어떤가. 요즘 고객들은 회원이라는 이유로 그냥 구매하지는 않는다. 다른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사한 상품/서비스와 가치, 비용을 꼼꼼하게 비교한다. 원래 얼마짜리였던 건가? 100만원인데 여기서는 127만원인 건가, 아니면 다른 데서는 이 정도 상품이 200만원은 받는데 우리가 특별히 핫딜을 만들어서 회원님들한테 주는 건가? 원래 가격 200만원을 쓰고 줄을 긋고 127만원이라고 쓰면 누구나 큰 가치를 느낀다. 그래도 고민하며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이만한 상품은 200만원이다. “핫딜 맞네” 하는 이런 경험 두 번만 하게 하면 그 다음엔 다른데 안 가고 믿고 우리한테 산다.

고객의 입장에서 회사 서비스와의 양방향 관계의 각 단계에서 불편한 영역은 어디인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이제는 고객 가치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무한 경쟁 시대라 차별화된 서비스 마인드와 고객 경험으로 승부해야 한다. 고객 경험과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좀 불편해도 이해하고 참아주시는 고객들이 아니라, 기대수준이 높은 까칠하고 민감한 분들, 그 중에서도 빅 마우스 (big mouth,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분들) 분들을 예우하고 모셔서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실패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

실패한 경험을 써 보라는 자소서 질문에 뭐라고 써야 할까? 실패한 스토리를 솔직하게 다 쓰면 무능해 보일 것 같고, 좋은 이야기를 쓰자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느 정도까지 써야 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에 한 학기 동안 가르치던 학생들 중 2학년 복학생이 있었다. 대학가요제가 없어진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자신의 형과 함께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요제에 참여하자는 연락을 보내고 청담동의 클럽을 빌려 가요제를 개최했다. 한창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들은 터라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매우 궁금했다.

어느 날 생각이 나서, “가요제는 어떻게 되었어? 성공했니?”라고 물었더니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가요제 취지도 잘 설명했고 많은 대학교에서 참가했고 보러 온 사람들도 정말 많아서 표도 다 팔려서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따져보니 1,000만원을 썼는데 들어온 돈은 900만원 밖에 안 되어 부족한 100만원을 운영진 몇 명의 사비로 메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를 운영해 본 좋은 경험은 했지만 돈까지 벌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고생은 해 놓고 돈까지 따로 냈으니 속이 상한 것이 당연했다.

이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해 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이야기를 실패 사례로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요? 쓴다면 무엇을 강조해서 써야 할까요?” 학생들은 저마다 웅성웅성 이야기를 한다. 이 학생이 이 경험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역시 돈 벌기는 어렵다는 결론으로 가면 이상하다. 100만원 물어냈고 실패했다는 이야기로 끝나도 안 된다.

기업에서도 정부 기관에서도 늘 많은 행사를 한다. 돈을 버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인 행사라면 돈도 벌어야 한다. 사람도 많이 오고 다들 잘 했다고 해서 겉으로는 정말 잘 된 행사인데 나중에 보니 투자수익률이 형편없는 행사가 정말 많다. 이 학생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 어떤 의미인지를 수 십 만원을 물어내며 뼈저리게 배웠던 것이다. 시급 6천원 아르바이트를 수 십 시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이제 이 학생은 기업에 들어오면 겉으로만 멋진 행사가 아닌, 정말 기대했던 목표를 이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할 것이다. 기업도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아깝게 생각하며 일하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

자기소개서에 실패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실패가 어떤 교훈을 주었고 직장에 들어가서 어떻게 남과 다르게 일하게 될 것인지 그 차별화된 의미를 설명해 줘야 한다. 그러면 매니저들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꿰뚫어보고 제대로 일할 녀석이 왔다며 뽑아준다.

혁신은 왜 어려운가

지난 10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서 만든 모바일 서비스를 오픈한다. 오픈일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올지 조마조마하다가 얼마간의 사람들이 들어온 것을 보고 다행스러워하며 기록해 놓고 주간 보고에 올리기 시작한다. 첫 주부터 잘 되면 기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첫 주니까 하고 넘어간다. 다음 주는 첫 주보다도 못한 숫자가 들어온다. 덜컥 겁이 난다. 뭐가 문제지? 그 다음 주에 더 줄어들면 뻔한 결과인데. (디지털 시대에는 모바일 앱의 성공을 몇 주만 지켜봐도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누적 회원 수는 얼마, 그 중 액티브(active, 앱 설치만 한 사람이 아닌 활동하는) 사용자는 얼마라는 수치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 증가세도 발표한다. 누가 봐도 증가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제 앱을 다운받으면 상품을 주는 프로모션을 할 것인가, 200원씩 주면 회원 가입을 한 명 시켜줄 수 있다는 마케팅 업체를 고용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적어도 10만명은 가입을 시켜야 창피하지 않을 것 같으니 1천만원을 들여 5만명 이벤트를 하기로 한다. 10만명을 달성한다. 이벤트 후 증가세는 또 10분의 1로 눈에 띄게 줄어든다. 두 달이 지난다. 대박 소식만을 기다리던 고위 임원들도 이제 다른 이슈에 더 관심을 빼앗겨 우리 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주간보고에서 서서히 작은 비중으로 내려가다가 어느 날, 주간 보고에서 슬그머니 빠진다. 이렇게 몇 개월 지나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 관리해야 할 채널이 너무 많던데 다 조사해 볼까?”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그 서비스 아직도 하고 있어? 몇 명 쓰지도 않는 서비스, 고객들에게 미안하다고 공지 올리고 내려!” 그 동안 열심히 쓰고 주위에 홍보해 주었던 매니아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떠나간다. 그 다음 서비스를 더 잘 만들어도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또 실망하게 될까 봐 거들떠도 안 본다.

이렇게 슬그머니, 혹은 공식적으로 서비스가 내려간다. 네이버, 구글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데 전문 디지털 기업이 아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늘 일어나는 당연한 수순이다. 투자는 하는데 결과가 없다. 그 다음 디지털에서 뭘 해 보겠다고 기안을 올리면 “그 전의 서비스 어떻게 되었지?”라며 승인을 안 해 준다. 고객은 디지털에 다 모여있는데 디지털 프로젝트를 못하게 하니 손님이 오지 않는 줄 알면서도 돈 많이 드는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하고 디지털 프로젝트보다 더 투자수익률이 안 나오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올인한다. 비즈니스가 망해간다. 기안을 올리면 거절 당하고 거절 당하고 하던 실무자들끼리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예전이 좋았지 라며 신나는 일을 찾아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거기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직원들도 나오고, “뭐 하러 거절당할 일을 벌여. 나처럼 가만히 있어. 월급 따박따박 잘 나오고 힘들지도 않고 좋은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해.”라며 아무 것도 안 하고 누가 하려 해도 협조 안 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롤모델이 되어 청운의 꿈을 품고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 경력사원들이 뜻을 펼쳐보려 하다가 금방 조직에 물들어 포기한다. 혁신이란 말의 뜻은 알지만 우리 조직과는 별로 관계 없는 말이 된다.

프로젝트를 승인할 때는 왜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승인을 하는지도 알려주자. ‘위분들’의 눈치만 보면서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프로젝트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게 하지 말고 100%는 아니라도 최대한 명확하게 우리 회사는 이런 가치(비즈니스적인 이익 포함)를 추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런 가치에 맞으므로 이렇게 승인하고 지원한다 라는 걸 알게 해야 사람들이 회사의 방향성에 맞게 고민하고 서로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 승인했으면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학습을 했으면 그 과정과 결과를 조직 내에 공유해서 다 같이 시행착오를 하지 않게 하자. 실패한 사람을 조직에서 죽이면 (비유적 표현) 아무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죽지 않기 위해 손가락질한다. 그 사람 죽이고 새로운 사람 세워봤자 또 시행착오하고 계속 죽어나가기만 하고 그 동료들은 ‘우리 회사에서는 성공을 못해’라는 이상한 믿음만을 갖게 된다. 시행착오를 했지만 명확히 배웠으면 그 사람에게 다시 실수하지 않고 크게 성공할 기회를 주자. 대신 일을 할 때 대강 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계속 묻고 같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조직의 지식으로 쌓아 공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