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따르게 하려면 조직원들의 앞날을 책임져라.

나를 위해 일하고 있는 조직원들의 꿈과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요즘 조직원들이 회사나 보스로부터 어떤 것을 바라고 어떤 마음으로 일해주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

“그런 건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니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고 나는 그들이 일만 잘 하게 하면 된다”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조직원들이 정말로 일을 잘 하게 하고 싶다면 ‘그런 것들’에 더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윗사람이고 너희들은 내 아랫사람들이니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 너희들의 앞길은 너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리더를 진심으로 따르고 목숨걸고 일해 줄 부하는 아무도 없다. 삼국시대, 조선시대 할 것 없이 명장들은 때로 너무 심할 정도로 엄하기도 하지만 부하들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해결하려고 인간적인 노력도 많이 했다고들 하지 않은가. 사람은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한테 관심을 갖게 되어 있다.

똑같이 입사해서 일하더라도 자신의 꿈과 비전이 회사 일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누가 따로 동기부여를 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동기부여되어 ‘자기가 나중에 잘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한다. 회사 일이 자기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안 보이니까 회사 일에는 최소의 노력을 하고 다른 게 뭐 없나 하고 계속 헤매게 되는 거다.

나는 함께 일할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곧 심각한 질문을 한다.

“나중에 되고 싶은게 뭐에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

일부러 있어 보이려고, 좋은 인상을 주려고 물어보는게 아니다. 난 정말로 사람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혹시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않은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분야와 관련 있는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면 (꽤 많다) 그 꿈을 공통관심사로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물어보고 깊이 있는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인데 알아보지 못하고 일반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헤어지면 아까울 것 같아서 난 보통 초면에도 이런 질문을 하고, 상대방은 처음엔 약간 놀라기도 하지만 진지한 내 표정을 보고 속 이야기를 술술 해 준다. 내가 해 줄 이야기가 있으면 그에게 도움이 되고 없어도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방이 앞으로의 계획을 더 정교하게 다듬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하고도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하고는 얼마나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하겠는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늘 조직원들과 그들의 꿈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 정말로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고 싶다. 내가 잘 몰랐을 때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커리어를 발전시켜 온 것처럼 나도 그들의 계획을 듣고 조언을 해 준다. 많은 사람들의 커리어를 도와주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 뭐가 부족한지, 뭘 더 준비해야 하는지, 그러려면 회사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알려준다. 사람들은 안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과 그러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을 구분한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한 번은 속을 수 있어도 두 번은 안 속을 뿐더러 평판이라는 것도 있어서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 그들에게 “네 커리어에 나만큼 관심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어. 내 말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떨어져.”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일도 시킨다. 조직원들이 ‘우리 보스는 내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구나. 보스를 따라가는게 나한테도 좋겠어’라고 생각하게만 되면 아랫 사람들이 따라줄까 눈치 보면서 고민할 필요도, 여러 논리로 설득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 말대로 하는게 백배 낫다는 걸 몇 번 보여주면 된다.

조직원들의 꿈과 개인적인 비전이 뭔지, 혹시 그게 회사 일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를 고민하지 말고,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려면 뭘 도와줄까를 생각해 보고 먼저 제안하자. 조직에서 올라갈 수록 아래 후배들이 잘 해줘야 내가 잘 된다. 그들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느끼도록, 성공하도록 진심으로 바라고 신경쓰고 도와주자. 그 마음이 전달되면 내 스타일을 바꿀 필요도 없다. 좀 막하고 신경질 날때 신경질 부리고 난리쳐도 다 이해하고 따라준다. 코칭이 별게 아닌다.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 선수 키운 것처럼 나중에 누구나 인정하는 슈퍼스타로 키우는게 코칭이다.

“보상이 적어 다른 조직으로 가야겠어요.” – 돈으로 보상하기 어려울 때

네이버에서 일하던 시절, 연말에 오픈하기로 한 서비스를 한창 개발하던 7월, 반기 평가 결과가 나왔다. 어느날 서비스 기획자인 팀원(과장)이 오더니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매일 야근을 하던 때라 일을 하다가 밤 10시에 카페에서 커피와 와플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팀장님, 보상이 적어 운영팀으로 다시 갈까봐요.”

‘엥?’ 한참 프로젝트 진행 중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핵심 기획자가 빠지면 안 되는데.

“원래 서비스를 기획하는 곳은 그렇잖냐. 서비스 나오기 전엔 결과물이 없으니 대접을 못 받잖니.”

“다른 팀은 인원도 많아서 저만큼 안 해도 A 받고 인센티브 많이 받아요. 그런데 우리는 인원도 몇 명 안 되고 늘 연말이 되기 전에는 제대로 인정을 못 받잖아요. 너무 기운빠져서 가야겠어요.”

1시간 반 동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논리로 꼬시고 기운을 불러넣어줄 이야기를 다 해 보았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이해해 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또 열심히 해 줘. 내가 잊지 않잖아.”

“몰라요, 그래도 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래요.”

‘아니, 1시간 반을 목아프게 이야기했는데 제대로 안 들었나? 자기 생각만 한 것 아닌가? 난 뭘 한 건가?”하는 생각에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는데 그래도 가야겠다면 어떡하냐. 난 네가 없어도 이 조직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인데 네가 도와주면 좋지만 없으면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데리고 와서 해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나 혼자라도 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해.”라고 하고 바로 일어서서 카페를 나왔다.

그 친구 따라나오더니 “팀장님, 한 번 더 투정한 걸로 그렇게 가시면 어떡해요.”하면서 “제가 잘 할게요.”한다.

안심이 되는 마음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는데 내가 특별히 인센티브를 더 챙겨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힘이라도 줘야겠다 생각을 하고 다음 날 프로젝트 팀원들 수십명을 모아놓고 말했다.

“우리 O과장이 요즘 동기부여가 안 되어 일하기가 힘이 드나봅니다. 내가 기운을 북돋워주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책임은 제가 지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앞으로 O과장이 할 테니 O과장 말대로 하세요.”라고 하면서 프로젝트 매니저의 타이틀을 물려줬다. 100명을 이끄는 힘, 눈에 보이지 않는 완장을 채워준 것이다.

프로젝트 총괄을 하게 되면서 힘도 생겼지만 그 다음 날부터 이 친구의 일은 3배가 늘어났다. 그동안은 기획자로서 서비스 기획하고 디자인, 개발 수정을 하면서 기획 요소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결정해 주면 되었는데 이제는 25개팀 100명의 사람들과 한 명 한 명 전화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정해줘야 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말 그대로 매일 날밤을 까도 끝이 없는 일을 맡아 죽도록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괜히 그런 이야기를 했나 싶었겠지만 힘(힘은 보통 일과 함께 온다)을 받았으니 무를 수도 없고 꾸역꾸역 얼굴이 반쪽이 되도록 고생하면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쳐 연말에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회장님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에게까지 이 친구의 존재가 알려짐은 물론 당연히 가장 큰 공을 세운 이 친구가 부서에서 최고의 성과평가를 받았다. 평가를 잘 받고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이 친구가 얻은 가장 큰 것은 100명을 리드하며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 다양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능력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 다음 해 가계부 서비스 모바일 버전 등을 만든 후에는 또 다른 어려운 일을 맡겼는데 네이버 일본 법인을 도와 일본에 금융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 친구를 일본에 파견했다. 고생한 것에 비해 돈으로 특별히 보상을 못해줬으니 일이라도 많이 가르쳐 키우고 글로벌 커리어라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회사에 부탁해 과외선생님까지 붙여 일본어를 배우게 하고 보냈다. 가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일본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 놓긴 했는데 그래도 일본 대지진 때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일본인들과 함께 일본 금융 서비스를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 커리어와 함께 또 다른 수준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일만 많이 하고 남는게 없는 것 같지만 잃은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게 있다고, 능력자가 되어 그 후에도 여러 회사에서 핵심인재로 대접받으며 일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사람들마다 일하는 양이나 생산성이 많이 차이가 나는데 평가는 그만큼 차등해서 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팀웍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형평성 이야기를 하면서 보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 핵심인재들 (보통 이들에게는 같이 일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은 서운함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인간적인 케어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능력을 조직이 인정한다고 생각할 정도의 보상은 해 줘야 한다. 고객을 홀대하면 경쟁사로 이동하듯, 조직원도 홀대하면 경쟁사로 이동한다.

억지로 안 되는 조직원 자기 계발, 방법은 없을까?

주위에서 봤던 성공한 벤처들이 겪었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개국공신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 않고 기회를 주려면, 어떻게 이들이 회사의 성장 속도만큼 빨리 성장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전략을 세우고 실행을 하는 매일의 업무는 물론이고 리더십과 대인관계능력, 미래를 보는 혜안,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 글로벌 역량 등 배우게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이들을 동기 부여해서 이런 준비를 하게 해야 하는 것이 또 그 위 리더의 역할인데, 때로 저항하거나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며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강제로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힘이 쭉 빠진다. ‘리더십은 타고 나는 것이다’ vs. ‘아니다,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만큼이나 사람의 잠재력은 무한해서 개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잠재력과 꿈이 큰 사람을 뽑았어야 하는 것이지는 어려운 문제다.

“공부해라, 공부해라”라고 이야기해도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다가 나중에 “그 때 부모님이 때려서라도 공부를 더 시켰어야죠”라고 원망하는 아이들처럼, 회사에서도 “우리 상사나 조직은 우리를 더 키워주고 발전을 시켜줘야 하는데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막상 비싼 돈 들여 교육이나 연수를 보내면 열심히 참여 안 하고 휴가 나온 줄 알고 대충대충 왔다 갔다 하다가 오는 사람들도 많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야기지만 평소에 자기계발을 많이 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사람을 보내야 더 효과가 좋으니 그런 사람을 보내고 싶은데, 그런 사람과 실제 그 업무를 하고 있는, 그걸 나가서 보고 배워와야 하는 사람이 항상 같지는 않다. 또 자기계발 욕구가 강한 사람들 중에서는 회사와 함께 성장하면서 가르쳐 준 이상으로 공헌하겠다는 Win-Win 마인드를 갖지 않고 ‘나만 잘 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회사에 고마움을 갚지 않고 좋은 것만 쏙 빼먹고 이기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받은 것보다 더, 적어도 받은 만큼은 고마움을 갚겠다고 생각하는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주고 싶고,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 동기 부여되어 노력하면 가장 좋겠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빠서,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못 느끼고 있어서, 귀찮아서 등등의 이유로 안 하고 있다면 리더들이 뛰어난 설득력으로, 그리고 모범을 보이면서 동기부여를 시켜야 한다. 문제는 그 중 소수만 따라온다는 것이다. 왜 이 좋은 걸 안 하나 싶은데, 알아듣는 것 같긴 한데 몇 달 못 가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간다. 급하지는 않은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큰 차이를 내는, ‘소중한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 습관이 바뀌어야 하기에 힘든 것이다.

공부하라고, 대학 가야 한다고 백날 이야기하지 말고 스탠포드 잔디밭에 누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게 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여기 와야겠다’는 꿈이 생긴다고 한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끌게 할 인재들은, 교육 성적으로 평가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넓은 세상을 보게 해 주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느끼고, 언어나 비즈니스 능력 면에서 훨씬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소신껏 일하라. 단 ‘고객'(보스)한테 맞춰가면서.

소신껏 ‘이건 내가 맞아’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보스가 “잘 모르겠어” 혹은 “이건 아니지”라고 말하면 다 때려치우고 그만하고 싶다. ‘자기가 직접 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해 주면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왜 이 좋은 걸 못 알아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서비스해 드리는 고객인 보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해 드린 ‘서비스’가 딱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보스에 따라 글을 읽고 하나 하나 챙기면서 이해하기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글 읽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 정리를 하는 스타일이 있다.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도 나오지만 보스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 (reader),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listener)에 따라 다르게 보고를 해 드려야 한다. 뭔가를 읽는 것을 머리 아파하고 싫어하는 보스에게 자세한 브리핑을 해 드린다며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드리면 좋아할리가 없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자기 스타일을 파악하지도 못했으며 원하는 대로 해 주지도 않는다고 싫어한다. 이런 보스는 처음에 방향성을 말로 보고하고 중간 중간에 진행상황을 짧게 자주 보고하면서 방향을 맞추고 나중에 한  두 페이지로 정리해서 그동안 보고드린 것을 정리한 거라고 말씀드리면 쉽게 통과된다. ‘일 잘 하는 친구네’라는 인상도 주면서.

보스가 수요일까지 달라고 하시면 그날 퇴근 시간 전까지 드려야 한다. 나도 꽤나 꼼꼼한 완벽주의자라고 자처하며 늘 수요일 11시 50분까지 해서 보내거나 어떤 때는 목요일 새벽에 보내곤 했다. 그래도 완벽하진 못하고 90% 정도 되었다고 하면, 옆에 있는 동료는 70% 정도 된 것 같은데 미리 보내어 늘 칭찬을 받는다. 자세히 보니 보스는 우리가 보낸 보고서가 100% 완벽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수정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빨리 (시간 안에) 보고 수정을 지시하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 비즈니스에서는 시간이 품질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는 것을 몇 개월 동안 혼나며 배웠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준다.

“팀장님이 2주 후에 보자고 하시면 1주 반을 밤새워서 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다가 마지막 3일 전에 보여드리면 안된다. 첫날 질문을 해서 방향을 잡고 2-3일에 한 번씩 진행상황을 보고드려라. 라면을 끓여오라고 하면 얼마만한 냄비에 끓일지, 어떤 라면을 어떻게 끓일지 생각하고 그게 맞냐고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보고도 안 하고 잘 되고 있냐고 물어보면 열심히 하고 있다며 밤을 새우다가 (보스는 잘 하고 있겠거니 하며 눈치보여 꼬치꼬치 못 물어본다) 막판에 와서 바다를 끓이고 있었던 (시간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 없는 것까지 분석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 바다는 당연히 끓일 수 없다)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마지막 버전은 그 전날 보여드려야 한다. 늘 고객인 보스가 노심초사하지 않게, 일을 시키고 나서는 잊어버릴 수 있도록 네가 챙겨야 한다. 그래야 이 친구는 시켜놓으면 자기가 와서 확인하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렇게 해야 간섭도 덜 받고 진정으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보스의 행동 – 왜 처음부터 명확히 잘 정해주지 않는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뭐가 좋아지는 건지 전체적인 그림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해 주고 그냥 허드렛일 같은 작은 일을 하나 던져주고 중간에 신경도 안 쓰다가 고생고생해서 다 해 가면 마음에 안 든다며 100번 고치게 한다. 늘 이런 식이다. 왜 이럴까? 보스는 생각이 없는 건가, 머리가 나쁜 건가, 아니면 일부러 아랫사람들 고생시키려고 작정을 한 건가.

보스가 직접 구상하고 계획을 검증한 후 나눠준 일이면 그럴 수 있을 텐데, 많은 경우 조직에서 위에서 갑자기 내려온 일을 받아서 하다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모를 때가 많다. 일단 해 보면서 감을 잡으려 할 때도 있고, 감을 잡고 했는데도 시장상황, 경쟁상황, 전략이 변해서 혹은 단순히 그 윗분의 마음이 변해서 일의 방향이 바뀔 때도 많다. 그래서 명확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일을 시키고 이랬다 저랬다 방향을 바꾸는 것 같을 때가 많다.

‘뭐야, 또 헛고생시키네’라고 생각하고 최소한의 노력만 하고는 했다는 시늉만 하려 하면 이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자꾸 괴로운 상황이 연출된다면 차라리 보스에게 가서 기분나쁘지 않게, 자존심 상하지 않게 ‘방향이 바뀌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 것인지’ 여쭤보면 보스가 “이런 상황이야”라고 이야기해 줄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신경질 내면서 “시킨 일이나 잘 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이때도 ‘알았어, 두고 봐’라는 마음이 아니라 “제가 전체 그림과 방향을 좀 알면 팀장님께 훨씬 좋은 안을 만들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라고 하면 까칠한 보스도 마음이 누그러지게 되어 있다.

한 가지 기능적 일만 하던 시절에는 자기 일만 신경쓰면 되었지만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조직을 맡은 보스는 명확히 일이 정의하지 못하고 나눠주고 나서 조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노심초사하며 조직원들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보스를 어떻게 도와주면 우리 둘 다 좋아질까에 대해 고민하고 상의하면 보스는 고마워하고 반드시 마음을 열고 그 사람과는 상세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돈 받고 일하는 회사는 재미없는 곳이어야만 할까?

일반적으로는 이 말이 맞는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재미있다며 제일 신나게 일하는 사람이 가장 큰 영향력과 보상을 받으며 회사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볼 때가 많다. 돈을 많이 받으니 신나게 된 것일까, 신나게 일하다 보니 일이 잘 되어 돈을 많이 받게 된 것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해도 일단 처음부터 돈을 많이 받기는 어려우니 하는 일에 재미를 붙여 보자. 일 배우는 재미, 일 하는 재미는 ‘재미있다, 있다’라고 자기세뇌를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잘 하기 위한 핵심은 뭘까, 이걸까?’라고 생각해 보고 실제로 해 보고 그게 맞는지 보면서 자기 생각이 적중하는 확률을 높이다 보면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한테 일 잘 한다고 훌륭하다고 존경을 받기 시작하면 더욱 더 재미있어진다. 그러면서 좋은 평판도 더 생기고 더 큰 기회가 오게 되고 그걸 또 최선을 다해 잘 수행하면 회사에 돈도 더 벌어주게 되고 회사가 그 중 일부를 돈으로 다른 기회로 보상하면서 더 발전하고 더 재미가 생기게 된다.

내 경험으로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며 내린 결론은, 몸이 편하다고 회사 가기가 즐겁거나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늦게까지 힘들게 일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의미있고 세상에 도움되는 보람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접받으면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 신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게 된다. 힘든 것을 줄이는데 집중하는 대신 에너지를 얻을 방안에 대해 집중을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