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뽑는 인터뷰

이전 회사에서 모시던 오너회장님께서 어느날 불러 지시를 하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 CEO를 뽑아야겠으니 좀 알아보고 인터뷰를 주선해 봐.” 써치펌의 도움으로 후보들을 추천받아 회장님과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이름을 대면 “와”할 만한 유명한 회사의 CEO 출신들도 오셨다. 나는 주선자로서 다른 임원과 함께 회장님의 CEO 인터뷰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실무자든, 임원이든, CEO든 기본적으로 와서 할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기존의 경험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난 후 거의 마지막에 회장님이 꼭 물으시는 질문은 이거였다.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주 간단한 질문인데 여러가지 생각이 나는 질문이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당연한,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질문인데, 그래도 회장님이 기대하는 답과 방향이 맞아야 하니 어려운 질문이다. ‘나라면 어떤 대답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후보자의 대답을 듣는다. 조직원들을 잘 케어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등의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회장님은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대답을 해 주지는 않으니 회장님이 생각하신 정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평소 리더는 커뮤니케이션이나 사람들을 잘 케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방향을 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그걸 생각하고 물으신게 아닌가 싶지만. 나 같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남들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되어 그렇게 소신껏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된다라는 여러 가지 가르침이 있지만, 리더는 남들을 이끄는, 남들이 따르는 사람이라는 정의에서 보자면 말이든 행동이든 보여주건 보여주지 않건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게 하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를 따르고 싶게 살면 그게 리더가 아닌가 싶다.

보스에게 첨단기술을 가르쳐 드리자.

아날로그 세대의 윗사람들은 디지털 세대들보다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들어도 이해가 잘 안 되며 뭐가 고장날까봐 걱정되어 이것저것 해 보질 못한다. 아들이나 조카뻘 되는 젊은 사원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친구를 맺고 댓글을 달고 모여서 뭔가를 같이 하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기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저런 거 안 해도 된다고, 자기는 아날로그가 좋다며 피하는 사람들도 있고, 눈치 보면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스가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보스에게 가서 알려드리자. “보스, 이것 한 번 써 보세요.”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팀장님, 요즘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를 점점 많이 쓰고 있고, 비즈니스적으로 이런 의미가 있는 건데요, 한 번 보세요.”라고 슬쩍 운을 띄우고 관심있어하면 (보스의 관심사와 관련하여 비즈니스적으로 의미를 이야기해주면 분명 관심있어 한다.) 보여주고 한 번 써 보시라고 권한다.

“야, 그런데 이거 너무 복잡하다.”라고 하면 “하나도 안 복잡해요.”라고 하지 말고 (‘나한테는 하나도 안 복잡한데 아저씨한테는 복잡해요?’라고 생각한다고 느낄 수 있다.)

“예, 이게 처음엔 좀 복잡해요. 그런데 셋팅만 하면 사용하는 건 별로 안 어려워요. 셋팅은 제가 해 놓을게요.”(자기가 봐도 복잡하다고 이야기해서 어려움을 공감하고 복잡해서 쓰기 어렵겠다는 어려움을 불식시킨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드디어 보스도 소셜 네트워크에 들어온다. 보스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사용할 수 있기 전까지는 페이스북 친구를 추천해 주고, 짧은 글 하나 올리는데 고생했을 보스를 위해 좋아요(Like)도 한 번 누르고 댓글도 달아드린다. 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읽히고 반응을 얻는다는 재미에 보스는 두려움을 잊고 하나둘씩 뭔가를 해 보고, 배우고, 젊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을 즐거워하며 온라인상에서의 네트워크를 넓혀간다.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을 갖게 되며 주변의 또래 친구들에게도 자랑한다. “야, 너희들은 페이스북 안 쓰냐?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문득문득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니 하며 대견해하고 이 세계를 경험하게 알려준 나에게 엄청 고마움을 느낀다.

‘왜 나만 시키는가?’ – 불공평하게 일에 치인다는 생각이 들 때

골고루 공평하게 일을 나눠주고 싶지만, 일을 시켜보면 잘 하는 사람도 있고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 시간도 별로 안 주고 결과를 가져오라고 급하게 요구하면 공평하게 나눌 시간도 정신도 없고 잘 하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빨리 처리해야 한다. 급한 일이 지나고 나면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에게 보상하고 다들 일을 잘 할 수 있게 (그래서 다음엔 공평하게 일을 나눌 수 있게) 준비를 시켜야 하는데 보통은 진이 빠져서 그냥 넘어가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을 겪게 된다. 보상이라도 받으면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 힘들고 바쁠 때 일은 내가 다 해 주는데 특별히 알아주지도 않고 늘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반복된다면, 급한 일이 끝난 후 보스를 찾아가 ‘보상을 요구’ 하지 말고, 보스의 입장에서 이번에 고생스러웠던 점을 기억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게 조언하면 된다.

“팀장님, 왜 맨날 하는 사람만 하고 나머지는 놀아요? 일 더 한다고 뭐 해 주는 것도 없잖아요?”라고 말을 안해도 “팀장님, 왜 우린 늘 이렇게 일하죠?”라고 말하는 것도 팀장님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비난하고 도전한다고 느낄 수 있다.

기왕 이렇게 일을 특별히 더 해 준 경우라면, 해 주고 공이 없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적어도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팀장님, 이번에도 급한 일 때문에 할 사람 찾느라고 고생하셨죠. 우리 이젠 이렇게 준비를 좀 하고, 이런 일은 실무자들 모두를 교육을 받게 해서 다들 누구든 할 수 있게 되면 훨씬 수월할 것 같은데 말이죠. 제가 보니까 이런 이런 과정들이 있더라고요.”라면서 팀장님의 입장에서 고민을 같이 하는 접근을 하면, 팀장님은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다른 사람들도 발전을 시켜 일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내가 가고 싶었던 교육에 보내주게 된다. 다른 사람과 나눠서 하면 공평하고 덜 힘들어 좋고, 혼자 계속 하게 되어도 발전의 기회를 내가 계속 얻으니 손해날 것 없다. 교육, 해외 연수뿐 아니라 일을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결국엔 경쟁력이 높아져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니 억울해 할 필요도 없다.

억울하고 짜증나는 상황에서 한 번만 참고,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결정권자의 이해관계에 촛점을 맞추어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도와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별 거 아닌 일을 자꾸 시키니 하기 싫어요.”

‘날 뭘로 보고 이런 시시한 걸 시켜. 별 거 아닌 일이니 대충해서 줘야지’라고 마음먹고 일을 하면 일을 시킨 상사도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 상사도 젊었을 적이 있었고, 그 자리까지 올라간 과정에서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지 꿰뚤어볼 내공도 쌓았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잘못되면 안 되는 중요한 큰 일을 처음부터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줄 수는 없다. 몇 번 작은 일, 중간 크기의 일을 시켜보고 어떤 일이든 늘 최선을 다해 잘 해 오는 팀원에게 큰 일을 맡기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부서 행사 준비를 맡았다고 하자. 평가기간에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는 일이라 부서에서 아무도 안 맡으려고 하는 일을 할 사람이 없어 내가 맡았다.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요구를 듣고 반영하고 다른 의견을 중재해야 하는 일이라 중요하게 대접은 못 받는데 눈에 안 보이는 일은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한 번 하고 나면, 자기 혼자만 잘 하면 되는 일에서 배우지 못하는, 여러 이해관계와 고려할 사항이 있는 일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움직이는 일을 할 때 필요한 스킬을 배우게 된다. 더구나 이 일을 맡긴 여러분의 상사는 대부분의 경우 워크샵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일이 필요한지 알고 있으며 이번에 여러분이 그 일을 배우길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일부러 생고생만 시키고 서로 원망하는 사태를 바라는 보스가 어디 있겠는가.

나도 회사를 옮긴 후 얼마 되지 않아 100여명이 가는 워크샵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아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일로 성과를 보이기 이전 맡은 ‘다른 종류의 일’이라 어쨌든 일을 주신 보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진행요원을 10명 선발하고 일을 배분했다. 장소 섭외부터 가격 협상, 시간별 프로그램, 배차, 식사, 술자리, 다음 날 피드백, 보스의 인사 말씀까지 (쑥스러워하셨지만 꼭 하셔야 한다고 주장하여 했더니 다들 좋아했다). 뭔가를 배우는 프로그램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섞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통일하지 않고 2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진행요원을 나눠 배치했다. 1박 2일짜리 워크샵 (사실 만 하루짜리) 동안 진행요원들과 전화를 150통 주고 받고 했으니 정말 계속 뭔가를 챙기고 바쁘게 돌아다녔던 것 같다. 참석한 동료들도 아주 재미있었다고 해 주었고 워크샵 준비를 맡긴 보스께서도 아주 흡족해 하셨다. 내가 고용되어 할 원래 일과 관계가 없는 것 같았지만 디테일한 준비와 실행 과정을 보시고 나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배우 에디 머피가 아프리카의 ‘자문다’라는 국가의 왕자로 나오는 ‘구혼작전(Coming to America, 1988)’이라는 영화에는 이 왕자가 신부를 찾기 위해 미국에 가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다 줘버리고 햄버거 식당에서 일하면서 걸레로 식당 바닥을 청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장님은 보통 허드렛일이라고 여기는 걸레질을 즐겁게 열심히 하는 이 청년을 눈여겨보고 키워주게 된다. 별 거 아닌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재미도 생기고 잘 하게 되고 그 모습에 감화된 주위 사람들이 내가 하고 싶던 ‘중요한’ 일을 부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