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미래의 당신을 뽑는다.” – 제목의 느낌보다 읽을 내용이 훨씬 많은 책

오랜 시간을 만난 사이가 아니어도, 나와 비슷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몇 분만의 대화로도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어 짧은 시간에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알고 있는 좋은 걸 나누게 된다.

얼마 전,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쳐 성공하고 잘 살게 해 주고 싶은 리더’의 삶을 꿈꿔온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내 이야기에 공감도 많이 하고 호응이 좋아 나랑 잘 통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책을 선물로 받아 읽고 나서 ‘세상에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나’하며 놀랐다.

처음 책을 본 느낌, 목차를 매력적으로 잘 뽑았다. 그래도 저자가 아직 많이 젊으니 실제 경험이 많이 있을까, 어떤 내용인지 제목만 봐도 알 것 같은, 그것도 내가 오랫동안 공부한 커리어 분야의 책, 내가 다 아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점점 ‘오, 이 젊은 친구가 내공이 있네. 아는 내용인데도 맞아 맞아 하는 생각이 들게 전달을 잘 하네. 이런 건 나도 안 해 봤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좋은 내용을 빨간 펜으로 표시하고 줄을 그었다. 앞 부분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인데 반이 좀 안 되어서부터는 이 책이 인생에서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7-8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겪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일과 사람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 내가 기업들에서 하는 ‘일의 의미를 찾고 조직생활의 재미를 찾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와 같은 생각과 믿음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형님들로 모시는 유명 기업의 CEO 분들, 분야, 업종, 그간의 커리어가 다 다른데도 성공에 대해서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이야기를 하신다. ‘야, 정말 성공하는데는 공통 요소가 분명히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12살이나 어린 띠동갑 저자가 쓴 책을 보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좋은 이야기를 잘 엮어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일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젊은 사람들만 읽을 책이 아니라, 나이와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공감하고 느낄 내용이 많다. 회사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환한 영향을 준 이야기는 나도 해 봐야겠다고 책 앞 부분에 별도로 적어놓게 된다. 기업에 입사할 분들은 물론,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연애하듯 면접 보기’, ‘꿈꾸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끊임없이 회사가 좋다고 말하라’, ‘회사 이름만큼 유명한 자신이 되라’,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라’ 등 소제목만 봐서는 다 아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실제 이야기를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들게 하는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회사는 미래의 당신을 뽑는다

 

“잠재력(Potential)을 보고 뽑아라.”

​내가 지은 회사 이름 (The Potential) 때문에 이 글을 쓰는게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6월호에 실린 ’21st-Century Talent Spotting (21세기의 인재 발굴 방법, 한국어판 제목은 “채용의 기술”)’이라는 기사에서 하는 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인재를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지만 정해진 답도 없고, 시행착오를 많이 하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는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스킬을 가르치고, 비슷한 선생님들에게 배워온 사람들 중 쭉정이를 가려내려 애쓰고, 가상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과거에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 깊이 묻기도 하고, 이전에 했던 일과 앞으로 할 일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원합니다’라는 직무명세서 (Job spec)에도 지원자의 조건이나 스펙을 적어놓아서는 안 되고 입사 후 실제로 할 일을 기술해서 그런 일 혹은 비슷한 일을 해 본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관련 경험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관련 일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것인가? 주위에서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딱 관련된 경험은 없으시네요”하면서 퇴짜를 놓는 헤드헌터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써치펌 헤드헌터들도 포지션들에 대해 다 알 수가 없고, 관련 경험 있는 사람을 추천해야 고객사에서 뽑거나 (그래서 자신들도 돈을 벌거나) 엄한 사람을 추천하는 써치펌은 아니구나 하면서 계속 거래를 하게 되므로 안전한 선택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딱 그 일은 안 해 봤지만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채용이 되지 않고, 별 성과는 못 내지만 브랜드 있는 회사에서 좀 비슷한 일을 했다는 사람들이 대신 뽑히고 나서 허당이네 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것과 방향이 같은 주장은 더 호감이 가는 법. 이 기사는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믿음을 강하게 지지한다. 그동안 업무를 필요한 역량으로 나누고 이런 역량을 가진 후보자들을 뽑았지만, 급변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한 환경이 대세인 미래에는 여태까지 해 왔던 관련 경험이나 적합한 기량이 아닌, 갈수록 복잡해지는 역할과 환경에 적응해 성과를 내는 능력(잠재력)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잠재력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올바른 동기(motivation, 사심이 없는 목표를 추구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내겠다는 강렬한 의지)이며 그 다음에는 잠재력의 특징을 보여주는 4가지 자질–호기심 (새로운 경험과 지식, 솔직한 피드백을 구하려는 성향, 학습과 변화에 대한 열린 태도), 통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능력), 관계 맺음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감정과 논리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요령), 결단력 (도전이 있어도 어려운 목표를 위해 싸우고 역경에서 다시 회복되는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이 기사를 쓴 저자는, 역량보다 더 측정하기 어려운 이 잠재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당신은 호기심이 많습니까?”라고 묻지 말고 “누군가 대들면 어떻게 반응합니까?” “생각, 경험, 개인의 발전을 넓히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합니까?” 등의 질문을 해서 그가 자기 개선에 관심이 많고 진정으로 배우기를 좋아하며 실수를 저지른 후에는 반성과 개선을 할 수 있다는 단서를 찾으라고 말한다. 지능, 가치관, 리더십 역량 (방향성, 시장에 대한 통찰, 변화 리더십 등)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량을 배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사람들이 최고의 리더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우리를 위해서, 또 우리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를 키우기 위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난 이 주장을 완전히 지지한다.

“좋은 서비스를 해서 고객을 감동시켰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세요.”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마트나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짜증내던 고객을 진정시키고 원하는 상품을 골라드려 고객이 만족하고 가셨습니다’는 비슷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재도 평범한데다 너무 흔한 이야기라 재미도 없고 느낌도 없다. 내가 사람들에게 예로 들어주는 다음 실화를 들어보시라.

나는 예쁜 넥타이를 좋아하고 넥타이 선물을 하거나 받는 일이 많다. 약 세 달 전 금요일 저녁, 고마운 지인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분당에 있는 AK 백화점에 갔다. 명품백으로 유명한 L사의 넥타이를 보러 매장에 들어갔다. 꼼꼼한 성격인데다 물건을 살 때 불량품이 많이 걸렸던 경험이 있어 선물은 특히나 까다롭게 고르는데, 넥타이 표면이 매끄러운지를 확인하기 위해 위에서 찬찬히 내려다보는 정도가 아니라 눈높이에 타이를 올려놓고 보풀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매의 눈으로 확인한다. 그런데, 내 담당 매니저는 내가 마음에 든다고 한 여러 모델을 재고가 있는대로 다 가져와 눈높이에서 살펴보더니 “고객님, 이 타이가 제일 상태가 좋습니다.”라고 골라주는게 아닌가. ‘오, 나만큼 꼼꼼한 사람이 있긴 있군.’하고 사기로 했는데 “고객님, 카드를 쓰시겠습니까?” “어, 카드가 있어요? 여러 번 샀는데 아무도 권해주지 않았는데. 그럼 주세요.” “저기 편한 자리에서 쓰세요.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카드와 펜을 책상에 놓아 주고 포스트잇을 가져다 카드 옆 책상에 붙여준다. “이건 뭔가요?” “예, 쓰시다가 잘못 쓰실 수 있으니 일단 연습하시고 옮겨 적으시라고 드렸습니다.”

‘와우!!’ 감동. 좋은 서비스 많이 받아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음을 헤아려서 챙겨주는 느낌이 드는 서비스는 처음인 것 같다. “매니저님, 고객의 소리를 쓸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약간 긴장한 얼굴로) “왜 그러시는지요?” “고객의 소리는 진상 고객이 화났을 때만 쓰는게 아니라 저처럼 감동 서비스를 받은 사람도 써야지요. 제가 하나 써 드리려고요.” (웃으며) “예, 따로 그런 건 없는데 저한테 써 주시면 제가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감동적인 서비스 감사합니다’ 정도로는 내 마음이 서운해서, 난 원래 이렇게 고르는데 이렇게 이렇게 챙겨주어 좋았고 고마웠다고 10줄 정도 상세하게 써서 매니저 분께 드리니 얼굴이 환해진다. “오늘 몸이 안 좋았는데 고객님 덕분에 하루가 너무 기분 좋게 갈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은 OOO이고요, 다음에 저희 매장에 오시면 또 저를 찾아주십시오. 제가 serve해 드리겠습니다.”

선물을 하고 밤에 집에 돌아왔는데 생각해 보니 나 혼자만 알기엔 너무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서비스는 널리 알려 백화점과 매장 분들이 다들 이렇게 고객들에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백화점 홈페이지, 페이스북, L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꽤 상세한 글을 남겼다. 고객의 소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몇 시간 안에 세 채널 모두에서 ‘칭찬의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실제로는 훨씬 상세하고 정중한 인사를 해 왔다. 그리고 이 매니저는 원래 서비스 잘 하기로 유명하며, 월요일 오전 조회시간에 다시 한 번 공유해서 칭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나는 다른 백화점의 10년 이상 단골인데, 이 매장만큼은 이 백화점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에 카카오톡 문자가 왔다. 크게 칭찬을 받아 기쁘고 고맙다는 인사. 그녀와 나는 지금 페이스북 친구다.

차별화된 감동 서비스를 했던 경험에 대해 자소서나 면접에서 이야기하려면 이 정도 얘기는 해줘야 한다. 생생하게.

눈길도 안 주던 가장 어려웠던 청중

11년 전, 증권회사에서 금융상품을 만드는 일을 할 때였다. 전국 150여개 지점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순차적으로 회사 연수원에 불러 여러 가지 교육을 받게 했는데 이들을 가르칠 사내강사를 선발했다. 나도 뽑혀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고 교육을 하러 갔다. 연수원에 모인 20대의 젊은 동료직원들은 수업 태도도 좋고 사내강사인 동료들을 선생님 모시듯 깍듯하게 대해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주 힘든 청중을 가르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분들은 10년 전에 주식영업 (고객이 주식을 사고 팔게 조언해서 수수료를 버는 영업)을 ​잘 해 회사를 먹여살리던 역전의 용사들이었지만 최근 실적이 부진해 회사에서 떠나보낼까를 고민하다가 마지막 기회로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분들이었다. 회사에 돈 많이 벌어다주며 대접받다가 부진자 교육에 불려오니 자존심이 많이 상한 이 분들을 만나고 온 동료 사내강사들은 한결같이 혀를 내둘렀다. “전혀 들을 생각도 안 하고 아예 신문을 펴 놓고 눈도 안 마주쳐요. 수업 분위기는 커녕 몇 시간 동안 벽에다 이야기하다 왔다니까요.” “이 수업 들으면 뭐가 달라지냐는 거에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갔다 온 사람들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수업은 새로운 금융상품 영업을 위한 ‘재정설계’ (personal financial planning, 재무설계라고도 한다) 방법. ​고객 가정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언제쯤 어느 곳에 쓸 자금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적절한 재테크 방법을 제안해 주는 컨설팅 방법이었다. 가기 전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분들이 내 강의를 제대로 들을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고민하다가 이걸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청중에게 재정설계 방법을 몇 시간 가르치는 것보다는, 교육 잘 받고 노력하면 회사에서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밤이 되어 몇 시간 남지도 않았지만 아마존(Amazon)에 들어가 PB(Private Banker), FC (Financial Consultant) 커리어에 대한 전자책 (E-Book)을 사서 읽었다. 책이 두껍지도 않았고 다급하니 영어인데도 눈에 팍팍 들어와 필요한 내용을 2-3시간 안에 알아냈다. 새벽까지 자료를 만들고 교육장에 도착했다.

듣던 대로 인사를 해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다니시던 분들이 동네 아저씨 차림으로 다들 너무 편하게 입고 오셔서 신문을 완전히 펴서 사각사각 념겨가며 읽고 있다. 늘 그렇지만 ‘왜 내가 네 이야기를 들어야 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오신 여러분들은 저보다 10살은 많은 형님들입니다. 저보다 증권회사 경력도 훨씬 많으시고, 영업 잘 하시던 분들인데 제가 형님들한테 무슨 영업 스킬을 가르치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걱정하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좀 덜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커리어에 대해서는 제가 공부를 해서 좀 더 알고 있으니 그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난 상관없어’ 하던 아저씨들이 신문을 일제히 덮고 나를 쳐다보는게 아닌가. ‘이제 됐다.’ 나는 형님들과 connect되었다. 주어진 4시간 중 3시간 동안, 뭘 공부하고 준비하면 은행에서, 보험에서, 증권에서 재무 컨설팅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지를 알려드리고 나머지 1시간 동안만 원래 하기로 했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4시간 내내 정말 집중해서 잘 들었던 그분들은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만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잘 들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라니. 회사 후배인데.’ 가슴이 뭉클하고 내가 참 의미있는 일을 했구나 라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가장 어려웠던 청중이었는데.

교육 후 모두가 ​회사에 남지는 못했지만 반 정도의 분들이 다시 영업 전선으로 돌아가 일하게 되었고 이 중 10%는 영업을 잘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한다. 이 잊지 못할 경험을 한 후, 난 교안에 없어도 내 청중들이 듣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되는 이야기를 내 스타일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해준다. 내가 지겨우니 매번 다르게.

“팀장님이 정해주셔야죠.” vs.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올바른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이라 믿는다. 앞이 안 보이는 뿌연 안개 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이끌고 “이 방향이 맞으니 가 보자”라면서 낭떠러지일지도 모르지만 먼저 한 발을 내딛는게 리더가 할 일이다.

많은 아랫사람들은 답답하다. ‘아니, 방향을 정해줘야 뭘 해 볼 거 아냐​. 리더가 저렇게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고 보신만 하고 있으니 우리 조직 실적이 없잖아. 어휴, 답답하네.’라는 생각을 하다가, ‘에이, 몰라. 리더가 어떻게 하겠지. 방향하고 전략 정하는 건 그 아저씨 일이잖아.’라며 수동적으로 변한다. 리더는 상의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도 없는 것 같아 외롭고 두렵고 평가시즌은 다가오는데 해 놓은 일은 커녕 방향도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이야기한다. “얘들아, 이거 나도 고민하고 있는데 너희들도 고민 좀 해 봐. 어떻게 하면 될지.”

“팀장님, 이런 건 팀장님이 정해주셔야죠.” 얼굴이 화끈거린다. 마음 속으로, ‘얘는 정말 눈치도 없어. 내가 정할 수 있으면 벌써 정했지. 자신있게 이렇게 해라 라고 했겠지. 그걸 잘 못 정하겠으니까 너네들도 고민 좀 같이 해 달라고 하는 거 아냐. 안 할 거면 그냥 하지 말지, 왜 창피하게 사람들 다 들리게 이런 이야기를 해.’ 아랫 사람은 시원하게 한 소리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팀장님이 갑자기 영특해져서 방향성을 찾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자존심에만 상처를 받고 날카로와져서 매사에 더 까칠하게 하실 뿐. ​그거 풀어주려면 1주일은 걸린다. ‘에이, 다음엔 아예 말을 말자. 그냥 예 하고 있자.’라는 생각을 한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사람들은 이야기도 안 하고 움직이지도 않고 팀장님은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면서 더 외롭고 불안해진다. ‘내 리더십이 먹히지 않는구나.’

이럴 때는 리더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올바른 길을 찾아와야겠지만, 아랫사람들도 나몰라라 하지 말고 (리더 잘못되고 조직 잘못되면 자기는 무사한가) 리더가 못하고 있으면 내가 임시 리더다 생각을 하고 안을 찾아서 리더에게 갖다 줘야 한다. “팀장님, 제 생각에 이렇게 하면 좀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라고. “오, 이런 방법이 있었네. 그렇게 해 보자.” 라거나 가져다 준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내서 “오, 좋다. 그럼 요걸 더 발전시켜서 이렇게 해 보자.”라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늠름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때부터 나는 제갈공명의 포지션을 갖게 되고 보스는 ‘얘 없이는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서로 공동운명체, 형님동생이 되어 각별히 챙기게 된다. 그렇게 안 풀리던 직장생활이 드디어 풀리기 시작한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습니까?”

면접에서든, 자기소개서에서든 “왜 여기 오려고 합니까?”라고 물어본다. 면접에서는 직접 물어보고, 자기소개서에서는 ‘지원동기’라는 항목에서 물어본다.

최고의 회사나 학교에서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 하버드에 지원하는 사람에게 “왜 하버드에 오려고 하니?”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학교니까 오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될까?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선택되지 않는다. “세상에 큰 영향을 주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은데, 그런 리더를 길러내는 학교가 하버드이므로 여기 와서 공부해야겠습니다.” 정도의 이야기를 해야 ‘음, 그렇지. 우리 학교는 세계적인 리더를 길러내는 학교니까.’ 하면서 뽑아줄 만한지를 살펴본다.

회사도 그렇다. “왜 여기 오려고 합니까?”라는 질문에 “작년 매출이 얼마고, 수익성이 얼마나 좋으며 앞으로 유망한 회사라 지원했습니다”라거나 “복지혜택이 좋아서 지원했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면 듣는 사람의 마음 속에는, ‘이기적인 사람이군. 자기 좋아지는 이야기만 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오고 싶다고 말하려면, 어떤 가치를 가져다 줄지, 자기가 오면 회사가 어떻게 좋아질 건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와야 회사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왜냐 하면 나는 그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노력해야 가능한지도 안다고’ 이야기를 해 줘야 한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자기 이야기를 하지 말고, 듣는 사람의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것처럼, 회사가 자신을 선택하게 하려면, 회사를 통해 자기가 좋아지는 이야기는 쏙 빼고, 자신을 통해 회사와, 나를 뽑아주는 이 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원하는 이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뭘 잘 하고, 뭘 못하고 있는지, 요즘 관심사가 뭔지, 사람들은 어떤 상태인지 등 회사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빠삭하게 공부하고 알아내야 한다.

이제 누가 이렇게 물으면 “나는 OO한 일을 좋아하고 이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려 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나와 믿는 바가 같고 가장 큰 규모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이 곳에 와서 회사를 10배 성장시키면서 나도 같이 커야겠다.”라고 말하라. 진심으로.

“고객을 버려라”

‘고객은 돈주는 사람이니 어떤 고객이든 왕이라 생각하고 잘 모셔야 한다.’

정말 그럴까?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을 하게 되니, 스몰 비즈니스를 잘 하는 방법에 관심이 생겼다. 많은 스타트업들도 스몰 비즈니스로 시작하는데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리소스가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중요해지고 정말 가장 중요한 타겟 고객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늘 듣는 ‘내가 serve하고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정하라’는 이야기, 이건 다 안다.

그런데, ‘내가 서비스하고 싶은 고객은 누구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안 되나? 그런데 그건 고객을 가려 받을 수 있을 때 이야기고, 그러기 전에는 서비스하고 싶은 고객이 아니라 서비스할 수 있는 고객들을 다 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된다.

요즘 공부하고 있는 고수들의 책을 보면 한결같이 그게 아니란다. 여러 가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제일 잘 하는 것 하나를 명확히 드러내야 하고, 고객도 같이 일하면서 가장 보람되고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더 생기는, 나와 맞는 고객을 정하고 그렇지 않은 고객은 ‘버려야’ 한단다. 그래야 좋은 성과가 나오고 그 고객이 추가 비즈니스 기회를 주거나 추천을 해 준다는 것이다. 나와 추구하는 방향이 맞지 않은데 돈 때문에 할 수 없이 받은 고객들과는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재구매나 추천은 커녕, 자기와 궁합이 맞는 고객과 일할 기회마저 놓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 하니 내가 어떤 고객하고 일할 때 가장 좋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돈을 많이 빨리 주는 고객일 수도 있지만, 돈 아닌 다른 요소도 중요하다. 내 가치를 알아보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되는, 일해 주고 나면 기분이 좋고 기운이 나는 고객. 조건이 좀 안 좋아도 이런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해주면 좋은 기회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각하니 돈이 된다 해도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고객도 기억난다.

고수들의 말을 믿고 용기를 내어 서로 도움이 되고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고객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겸손해야 할까? – 스피커의 권위가 필요할 때

3년 전, 처음으로 KAIST MBA에 특강을 부탁받아갔다. 최고의 MBA 프로그램에서 초대를 해 주신거라 으쓱하기도 했고 후배들 (난 MBA는 아니고 공학 석사를 했다)을 만나 내가 했던 경험을 나눠주며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생각을 하니 신나기도 했다. 주제는 MBA 학생들이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커리어 전환’. 내 전공 아닌가. 해 줄 이야기도 많고 자료도 꼼꼼히 만들었다.

어떤 학생들일까 잔뜩 기대를 품고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MBA Director 선생님의 내 소개가 끝나고 인사를 했는데도 뒤에 앉아 있는 두 줄 정도의 학생들이 팔짱을 끼고 거의 뒤로 누워 있는게 아닌가. 얼핏 보니 나이대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음. 사회경험을 할 만큼 한 사람들이 좀 예의가 없군. 그래도 선생님이 왔는데,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청중들을 만나봤지만 ‘우리도 알만큼 알아. 근데 넌 뭐냐?’ 하는 사람들과 ‘다 귀찮아. 듣기도 싫어. 나 할 수 없이 여기 와 있는 거야.’ 라며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은 말하는 사람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두 번째 모든 것이 귀찮아진 분들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 학생들은 첫번째였다. 이때 잘 해야 한다. 처음에 기에서 밀리면 강의를 제대로 안 들으니 메시지가 전달이 안 되어 효과가 없다.

‘이것들 봐라, 좀 충격을 줘야겠네.’라고 생각하고, “여러분, 저는 여러분 선배입니다. 여러분 카이스트 MBA 나오면 다들 어셔옵쇼 하면서 문 열어줄 것 같죠?” 후배들이 집중한다. “웃기지 마. 그런 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 아무 것도 개런티되는 건 없어.”라며 학생들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누워있던 학생들이 팔짱을 풀고 다 똑바로 앉는다. ‘음, 이제 수업해도 되겠군.’

난 모든 강의에서 내 소개를 좀 거창하게 한다. 교수를 하는 친한 친구가 10년도 전에 “강의할 때는 선생님의 권위를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 준 것을 기억하고 다른 교수님들의 케이스도 몇 번 보고서 나도 그렇게 한다. 내가 일했던 회사들, 했던 일들, 내가 성공시킨 사람들이 합격한 최고의 회사들, 학교들의 리스트, 내가 강의하는 유명 무대의 사진들, 신문에 나온 사진, 미국 가서 CEO한테 상받은 사진 등을 보여준다. 시간이 5분 더 걸려도 청중들이 집중해서 얻는 효과에 비하면 투자할 만하다. 내 소개를 듣고 나면 다들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한다. 한 번에 못 알아듣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이야기도 해 준다. “자, 이제 이 선생님한테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 생각이 들죠?” “예!” “여러분, 난 여러분들을 위해 정말 많이 준비했고 오늘 많은 걸 가르쳐 줄 거에요. 오늘 여기 와서 날 만난 걸 땡잡았다고 생각하고 정말 잘 들으세요.” 이렇게 하고 수업을 하면 집중도가 좋아서 나도 신나고 더 가르쳐주게 되고 학생들은 더 많이 배우고 강의 평가가 잘 나올 수 밖에 없다.

결국 카이스트 MBA 수업도 처음 분위기를 잘 잡고 하니 수업 내내 잘 듣고 날카로운 질문도 많이 나왔다. 질문을 받을 때도 ‘다 덤벼’ 하는 마음으로 “Any questions?”라고 묻고 나온 질문에는 똑바로 쳐다보고 자신있게 대답해줬다. 나중에 들었는데 그 해 전체 외부 강의 중 1등을 했단다. 그 이후로 매학기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커리어 전환에 대한 강의를 하러 간다. 재미있게도 그 이후로 팔짱끼고 누워있는 학생들을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요즘은 그보다 훨씬 젊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겸손의 미덕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전문성을 보여주고 권위를 세워 집중을 받아야 할 시점에 자신을 어필하지 않고 스스로 알겠거니 하고 말을 아낀다. 청중은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그냥 누가 왔나보다 생각하고 잘 듣지 않는다. 대단한 분을 어렵게 모셔와놓고 제대로 안 들으니 효과가 반감되고, 그 분은 이 청중들과의 좋지 않은 경험 때문에 이 학교[혹은 회사]에 다시 오지 않는다. 서로 손해다.

겸손할 때 겸손하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알려야 할 때는 확실하게 알려주자.

‘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리더로서 고민될 때

20년도 지난 1990년대 초,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운이 좋아 사람들이 선망하던 좋은 환경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미군들과 용산에서 근무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부대 2군데 중 하나) 고참들(선임병들)도 다들 모범생으로 살아온 순한 분들이었고 괴롭게 하는 분위기도 전혀 없었다. 막내로 몇 달 지났는데 어느날 쫄따구(후임병)가 온다는게 아닌가. 어떤 녀석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고생도 안 했지만 그래도 막내 부담이 없어진다고 하니 같이 있던 동기와 나는 마음이 들떴다.

새로 온 친구도 명문대를 다니다 온 똘똘하고 순한 녀석이었다. 다음 날부터 데리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챙겨주고 불편한게 없는지 신경을 많이 써 줬다. 그런데 이 친구가 너무 오냐오냐 자랐는지 (집안이 좋다고 듣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눈치가 없고, 진지해야 할 상황에서 장난을 치고, 고참들에게도 존댓말을 완전히 쓰지 않는 것이다. 고참들한테는 “제가 ~ 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늘 “내가 ~” 라고 하는 것이다. 다들 좀 거슬리긴 하는데 대단히 큰 문제도 아니고 저러다가 알아서 고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야기를 안하고 몇 주가 지났다. “걔는 그런 걸 못 배웠나보다. 가르쳐 주자”란 의견이 나왔지만 이렇게 몇 주가 지난 후라 몇 명 되지도 않는 부대에서 괜히 분위기만 쌩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저하다가 최고 고참들을 제외한 몇 명의 고참들과 내가 이야기를 해 줬다. 고참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제가 ~”라고 이야기하는  거라고.

분명히 여러 명이 이야기를 해 줬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다. ‘왜 이러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내가 이야기도 가장 많이 해 줬는데 건성으로 들은 건지 바뀔 생각이 없는 건지. 한 두 주가 지나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얘는 포기하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들인 노력이 있는데 끝까지 이야기해서 고쳐보자 했던 나도 이 친구를 불러 싸늘하게 이야기했다. “OO야, 이제 우리는 너를 포기한다. 내일부터 네 마음대로 살고 말도 네 마음대로 해라.”

다음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녀석이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 깍듯한 존댓말에 군기가 바짝 들어 고참들을 잘 모시는게 아닌가. 마지막 남은 사람마저 자기를 포기하면 혼자가 된다는 생각에 정신이 들었나 보다. 그 후로 우리는 새로운 후임병들이 오면 적어도 첫날은 군기를 잡아서 예절을 가르치기로 하고 내가 저승사자의 역할을 맡아 신병을 pickup하러 갔다. 우리 부대 문화는 후배들을 괴롭히는 문화가 아니지만 첫날만은 ‘흰 벽을 보고 몇 시간 동안 서 있게 하고 뒤에서 감시하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난리를 치는’ 무서운 ‘의식’을 거행했다. 다음 날부터는 잘 대해주고 제대할 때까지 다들 형동생처럼 친하게 지냈는데 가끔 이 녀석들 안 되겠다 하면 말없이 눈빛만으로도 그날의 악몽을 떠올려 기강이 잡히게 했다.

군대에서의 여러 사건은 내 성격, 생각, 행동, 진로 등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이 일도 그 중의 하나였다. 내가 그때 알게 된 것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의하고, 함께 생활하며 문제가 있으면 똑바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내가 리더일 때는 꼭 알게 해야 할, 가르쳐야 하는 것들은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심지어 나를 싫어하게 될지라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는 것. 리더는 인기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니까.

PS. 그 친구는 그 후 태도도 많이 좋아지고 (거의 개과천선 수준) 제대 후 공부도 열심히 해서 외무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내게 배운 컴퓨터 지식도 추가 점수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다.

“에이, 또 잘못 뽑았어.” 우리는 왜 이러나?

‘인사가 만사’라는 말, 이제 지겹다. 당연하고 또 맞는 말이라 지겹지만 또 한다. 아무리 다른 조건이 잘 되어 있어도 실제로 일할 사람이 잘 못하면 조직이 잘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어떤 사람을 조직에 데려올 것인가가 정말 가장 중요하다. “너 지금부터 일해”하면 일하고 “너 나가. (You’re fired.)” 하면 쿨하게 박스 하나 들고 나오는 미국과 달리 우리 나라는 뽑았다가 영 아니어도 어찌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부분은 정말 못 견디게 자존심을 건드려서 어찌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 볼 테면 해 봐라, 난 버틴다’ 하면서 수십년을 버티는 전설적인 존재들도 가끔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hire(채용)는 천천히 하고 fire(해고)는 빨리 하라고 하나 보다.

그동안 사람들이 원하는 커리어와 회사를 찾고 들어가게도 도와줬지만, 회사에서는 사람들을 뽑는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참여해 어떤 사람들을 뽑을지를 정하고 실제 뽑는 일도 여러번 해 보면서, 처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서 ‘음, 이렇게 하면 되는군’ 하다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 하는 것 같아’ 라고 깝죽거리다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서 뽑은 사람들이 시한폭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는 ‘역시 사람 뽑는 일은 어려운 일이구나’라며 겸손해진다. 이제는 ‘최선을 다하지만 잘못 뽑을 때도 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채용할 때 실수하는 것 (hiring mistakes)을 더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간 뽑았던 어떤 사람들은 왜 괜찮았고, 어떤 사람들은 왜 안 괜찮았나 생각을 해 보니, 일단 사람이 급해서 검증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부족한 일손을 채운 경우에는 실수가 많았다. ‘사람이 없어 일을 못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완벽한 사람을 기다릴 수는 없지’ 하면서 좀 부족해도 채용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건 ‘별 사람 없어. 너무 늦기 전에 결혼해야 해’ 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더 기다리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 (결혼이든 회사 일이든)도 있지만, 계속 기다리다가 혼기를 놓치거나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를 놓쳐서 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추천해 준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에 들었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추천한 사람을 뽑았을 때는 실망스러운 적이 많았다. 물론 이 사람들도 그동안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정받고 잘 살아왔고 추천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었는데 눈높이가 달랐을수도 있고 평가 기준이 달랐을 수도 있다.

종합하면 다 검증 시스템의 문제다. 나라의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을 뽑을 때나, 우리 동료를 뽑을 때나,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왜 그런지, 지금 우리에게 뭐가 부족해서 뽑으려고 하는 건지,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명확히 정의하고 시작해야 하는 거였는데, 귀찮아서, 바빠서 대강 해 놓고 나중에 끼워맞추듯 검증을 하니 제대로 된 잣대가 없어 대강 평가하게 되고 말 잘 하거나 마음에 드는 면이 있으면 차분하게 따져봤으면 고르지 않았을 사람을 급하게 골라 ‘사고(buy)’ 나중에 쓸모가 없네 어쩌네 하게 되는 것 같다.

인터뷰할 때 참 맞는 말만 하길래 행동도 그럴 줄 알고 뽑았는데 허당이다. 뽑은 내가 창피해서 참고 있다가 계속 빌빌거리면서 잘 못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 충격요법을 쓰고 분발하게 한다. 그 와중에 서로 ‘이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나?’ 하는 기대 사이에 간격이 생겨 마음이 멀어진다. 보통 아래 사람이 손해를 더 보지만 윗사람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도 고민이 되어 경험이 더 많은 형님들께 여쭤보니 공통적으로 “사람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전시킬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원래 자질이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고, 잘 뽑는데 8-90%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거야”라고 하신다. 끄덕끄덕 하다가 고개가 숙여진다.

앞으로 이 검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과 공부를 많이 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