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빚을 지게 하라

비즈니스를 오래 하신 형님들의 말씀을 들으면, 비즈니스는 ‘친구 사귀기’와 ‘주고 받기 (Give-and-Take)’라고 하신다. 그리고 먼저 받으려 하면 잘 되지 않고, 반드시 먼저 줘야 좋은 결과가 있다고들 하신다.

나의 경우에도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때 그 사람이 무엇이 부족하고 그걸 내가 어떻게 채워줄까를 생각한다. 특히 내가 보통 사람들보다 오랫동안 고민해서 잘 하게 된 영어나 커리어와 같은 주제는 누구나 잘 하고 싶어하고 관심을 갖는 분야이다. 동년배들은 커리어와 앞날에 대한 고민을 함께 고민을 나누고, 후배들은 영어와 커리어에 대해 조언해 주고 선배님들은 자녀들의 커리어에 대해 상담을 해 준다.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오래 하다 보면 습관처럼 또 다른 케이스에 관심이 생겨서 저절로 묻게 되고 상황을 들으면 꼭 한 마디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그 다음부터 그 사람과의 관계는 아주 끈끈해진다. 형님들의 경우는 고마워하면서 나를 기특하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았고, 동년배나 후배들의 경우에는 내가 더 많은 케이스를 해결하면서 다음에 더 크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언제 받을지 모르는 도움을 위해서인지 사람들은 내게 매우 잘 해 주고 내 부탁도 잘 들어준다. 거꾸로 내가 도움을 먼저 받아야 할 상황에서 나는 그 사람에게 “3번을 갚거나 3배로 갚겠다”고 이야기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다.

설득에 관한 유명한 책에도 나오듯 사람은 뭔가 호의를 받으면 빚을 지는 마음이 되어 그 빚을 갚고 싶어한다. 그리고 살다 보면 갚을 기회가 꼭 온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든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든 상대가 빚을 지도록 먼저 베풀어야 한다.

경사를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진짜 측근이다.

경사는 못 챙겨도 조사는 챙기라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슬픈 일을 겪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슬퍼해 주고 위로해 준다. 그런데 좋은 일이 있으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인간의 본성이 남이 자신의 상황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측은지심이 생기는데, 남이 나보다 잘 나가는 걸 보면 부러워하다 못해 시기하는 면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축하해 주는 사람이 누군지를 보면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뭘 꼭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축하 인사를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일은 와서 다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일, 특히 큰 상을 받는 등의 중요한 인정을 공식적으로 받는 상황에서 분명히 알면서 와서 아무 이야기를 안 하면 약간 섭섭하기도 하다. ‘이 사람은 함께 기뻐해 줄 것 같았는데 왜 아무 말이 없을까, 우리 관계는 이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잘못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경험으로는 위 아래, 선후배를 떠나서 약간의 경쟁심을 느끼는 관계의, 혹은 경쟁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이런 일에 좀 인색했던 것 같고,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들은 (똑 같은 말을 해도 진심인지 아닌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자존감이 높고 평소에 좋은 일도 종종 겪어 본 사람들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에게 괜히 시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이제는 예전에 비해 좋은 일도 크게 자랑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 사람의 반응을 한 번 살펴보자. 약간 부러워하긴 하지만 환하게 웃으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진정한 측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