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핵심인재를 놓치는 이유

삼고 초려했다. 임원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해서 바빠죽겠는데도 시간 내서 대리, 과장도 찾아가서 영입한다.

그 친구가 오면 이 일을 맡기면 되겠다 조직도의 사각형을 하나 더 채우고 흐뭇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사부에서 연락이 온다.

“상무님, OO회사, 이 과장이 안 온다는데요.”

“예? 언제요? 언제 버전인가요? 제가 그저께 만나서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까 메일 와서 안 온답니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 아이가 실제로는 마음도 없었으면서 나한테는 생글거리면서 어려운 대답을 피한 건가?’ 오만 가지 생각이 난다. 메일을 전달 받았는데 마음을 바꾼 큰 이유도 없어 보인다. 뭐지? 뭐지?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전화를 한다. 전화를 안 받는다. 두 번째 전화에 겨우 답을 한다. “제가 전화를 못 봐서요.”

“아니, 이 과장, 그저께 오기로 했잖아. 무슨 일이야?”

“생각해 보니까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곤란한 건 아는데 나도 사정을 알아야 우리 프로세스가 잘못되었으면 고칠 거 아닌가. 얘기라도 해 줘.”

“사실은요, 마음을 정하고 인사부랑 조건 협의를 하는데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저 여기서도 연봉도 좋고 여러 조건이 좋거든요. 꼭 이직을 할 필요도 없는데 상무님이 같이 일하자고 해 주셔서 같이 할까 했는데, 채용 조건이 좀 부실해서 제가 몇 가지 더 해 달라고 했더니, [과장님이 오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저희 회사는 규정이 원래 이래요. 다들 그 정도로 수긍하고 들어오세요. 그리고 휴가랑 인센티브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시는 거에요.] 이러는 거에요.”

“아니, 휴가는 여기도 있는 거고 인센티브는 회사 사정으로 안 주면 그만인데 그걸 어떻게 비교라고.. 그리고 제가 언제 먼저 가겠다고 했나요? 회사의 얼굴인 인사부가 이런 정도면 회사 분위기 알 만 한 것 같아서 안 가려고요.”

엄청나게 당황스럽다. 인사부가 내 소관이면 불러다가 난리라도 쳐야 하는데.. 일단 이 과장을 달랜다. “이 과장, 원래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는 게 인사부 일이잖니. 말을 좀 더 기분 좋게 했어야 하는데 그건 잘못되었다. 그런데 일은 나랑 할 거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고 여기 와서 좋을 일도 많을 거야.”

“상무님이 정 그러시니 그럼 한 번만 더 생각해 볼게요.”

운이 좋으면 마음을 돌려 입사하겠지만, 인사부가 회사 규정 운운하며 기분 상하게 해서 입사를 포기하는 핵심인재들도 종종 있다. 핵심인재들의 마음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성과를 많이 내는데 왜 연봉 협상 때만 형평성 이야기야. 정확히 보상을 해야 할 것 아냐. 내가 그렇게 중요하면 회사 규정을 바꿔서라도 나를 데려가야지.’ 그래서 같은 직급 동료들의 눈과 형평성에 대한 정서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대기업에서도 핵심인재들에게는 프로야구선수들처럼 사이닝 보너스 (signing bonus, 사인할 때 얹어주는 큰 돈, 이적료)를 주는 경우가 있다. 말 한 마디로 수 천만 원 사이닝 보너스 좀 갚아보자.

Consultative selling (컨설팅하며 판매하기, 문제해결식 판매)

경제가 어려우니 모든 영역에서 영업도 어렵다. 영업보다는 고객이 알고 찾아와야 한다는 강의와 컨설팅도 고객을 만나지 않고 찾아오기만 바라면 점점 잊혀진다. 현직 담당자들의 고민을 생생히 이해하고 그 고민을 해결해 주면 그 과정에서 신기하게 여러 가지 일을 맡겨준다.

고객들은 우리가 팔고 싶어하는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우리가 해결해 줄 ‘그들의 고민거리’에만 관심이 있다. 차 한잔 하자고 바쁜 고객을 불러내지 말고, 최근 한 일과 새로 쌓은 전문성,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고객을 찾아가 고객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해당사자들과 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귀를 기울여 잘 듣고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해 준다. 일을 받으러 간 게 아닌데 나는 알고 그들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명쾌하게 문제를 정의해 주고, 이렇게 접근하면 된다, 경쟁사[경쟁학교]는 이렇게 하고 있다고 비밀이 아닌 정도의 이야기를 해 주면 고객은 갑자기 관심을 많이 보이며, “우리도 그렇게 되게 해 줘요” 하신다. 내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영업하려 접근하면 이상하게도 눈치를 채고 발을 빼는데, 내 생각을 잊고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할 때처럼 대하면 반드시 일이 생긴다. 그래서 요즘은 세일즈맨들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고, 이를 consultative selling (컨설팅하면서 판매하기, 문제해결식 판매)이라고 한다.

이런 일은 강의, 워크샵, 컨설팅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업종에서도 일어난다. 40대 이상의 고객들을 주 대상으로 옷과 여러 용품을 판매하는 제이미파커스라는 회사 (나도 우수 고객이다)는 마케팅을 참 잘 하는데, ‘이런 옷이 새로 나왔으니 사세요. 얼마입니다’가 아니라 ‘나도 죽기 전에 청바지 한 번 입어보고 싶다’ 등의 신선한 카피로 40대 전에 청바지를 입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많이 잡았다. 여기 청바지는 품질은 좋지만 유명 상표가 붙어있지 않음에도 수 십 만 원짜리가 나오자마자 품절되곤 한다. 고객의 고민(젊어 보이는 옷을 입고 싶다)을 잘 헤아린 마케팅과 영업이다. 바지만 판매하다가 재킷, 셔츠, 벨트, 신발, 시계, 이제는 건강식품까지 판다. 파는 건 똑같은데 40대 이상 아저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문제를 해결해 주니 비싸도 아저씨들이 많이 산다.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망설이는 핵심 인재가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드는 방법

함께 일했던 잘 나가시던 여러 형님들이 또 좋은 회사로 옮겨서 새로운 본부를 맡았다. 디지털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잘 만들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여러 명 소개를 해 드렸다. 사람 소개는 소개하는 사람의 수준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말 될 만한, 소개할 만한 검증된 녀석들만 추천한다. 다녀와서 잘 만났냐고, 어땠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관심 있으면 이력서 보내라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넌 뭐라고 했어?”

“예” 했죠.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요, 꽉 잡는 느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초대하고 싶은 핵심인재들은 자기 조직에서 이미 자리를 잘 잡고 대접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조직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코드 맞춰가면서 날밤 까고 일하다가 오리알 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보통은 돈이 아니라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느낌과 ‘훌륭하고 사람들과 일하며 배우고 발전하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꾼다는 사명감’이다.

비슷한 조건에 비슷한 역량을 가진, 마찬가지로 훌륭한 다른 분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별 생각 없었던 사람들까지 데려가신다.

“우리는 오리알 될지도 모르는 신생 부서야. 하지만 세상에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잘 살고 있겠지만 만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고 또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찾고 있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가 혹시 오리알 되더라도 내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네 커리어는 책임지도록 노력할게. 같이 해 보자. 난 네가 필요해.”

임원분들이여, 아래 직원을 뽑더라도 정말 중요한 사람이면 한 번 찾아오면 한 번은 찾아가시라. 고위 임원이 직접 찾아오시면 ‘황송하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인가’라며 기분 좋아한다. 책임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 어떻게 이야기한다고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신용 없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특히 핵심인재를 데려갈 때는 감성적으로 인간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여러 악조건에서도 내게 와 주는 것 같다는 말씀이다. 마치 가진 게 없어도 “너 아니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듯.

돈들여 이렇게 좋은 컨텐츠를 주는데 왜 안 볼까?

2000년대 초반 내가 증권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들은 고액자산가(High Net Worth Individuals, HNWIs)들을 고객으로 삼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당시 씨티뱅크는 프라이빗 뱅커 (Private Banker, PB)들이 금융자산 20억 이상의 자산가들을 초빙하여 재테크 세미나도 하고 와인도 주고 그랬다. 우리 증권 회사는 5천만원 이상 금융자산을 굴리는 비교적 대중적인, 더 넓은 고객층을 목표로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했다.

요즘 금융회사들과 만나 핀테크 이야기를 해 보면 돈 많은 시니어 분들 (원래 시니어는 60대 이상인데 금융회사들의 타겟은 50대부터이다)을 어떻게 하면 확보해서 고객으로 모실 것인가에 다들 관심이 많다. 그러면서 돈을 많이 들여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 분들께 멋진 화보, 책자를 만들어 집으로 보내고 이메일로도 보낸다.

인터넷 쇼핑하면서 제휴사에서 제공하는 무료배송쿠폰이라도 한 번 쓰면 어김없이 며칠 후 보험사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날아온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처음엔 ‘뭐 볼 만한 것 있나?’하면서 보지만 몇 번 비슷한 메일을 받으면 제대로 읽지도 않고 지워버리거나 봉투째 쓰레기통에 던지기도 한다. 가끔 미안해서 한 번 열어보면 “와” 할 정도로 멋진 사진과 좋은 내용의 글이 가득 찬 잡지였다. ‘내용은 좋은데 내가 읽을 시간이 없네. 그리고 여기서 보낸 거나 저기서 보낸 거나 똑같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

금융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잡지를 만들고 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드는 돈은 상당하다. 컨텐츠를 소싱하고 기획하고 선정할 내부 직원이 기본 한 명 있어야 하고, 외주로 함께 일하는 파트너 회사가 분야별로 여러 가지 (요리, 여행, 쇼핑, 사진 등) 주제에 따라 몇 개가 있다. 한 회사에 맡기고 다 알아서 소싱해 달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 좀 부지런한 금융회사는 여러 회사에 맡기고 경쟁도 시킨다.

문제는 이렇게 돈 들이고 고생스럽게 만든 컨텐츠를 고객들이 잘 안 읽는다는 것이다. 일단 이런 컨텐츠가 너무 많고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겠고, 금융회사가 또 다른 미디어 회사로 보일 뿐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미디어 회사로 접근해서는 컨텐츠를 읽게 할 수가 없다. 미디어는 보통 한 방향 (회사에서 고객으로)으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참여할 방법이 없는 교수님의 일방적인 강의를 지루해 하듯, 고객들은 금융회사와 연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똑 같은 컨텐츠라도 이걸 함께 읽을 내 친구 같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예를 들면 손자 걱정을 하는 할아버지, 죽기 전에 100가지 일을 하고 싶어 버킷 리스트를 만든 시니어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이들이 쓰는 현란하지 않아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공감 가는 글과 사진을 보게 해 줘야 한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와서 늘어놓은 컨텐츠와 서비스를 써 보다가 돈을 낼 만큼 좋은 것을 보면 구매하게 된다. 금융은 특히 신뢰가 중요한 업이라 회사 자체가 믿어져야 돈도 이 회사로 다 옮기고 투자 조언도 듣고 수수료도 운용보수도 기꺼이 낸다.

이마트의 경쟁사가 아닌 것은?

내가 기업 강의에서 청중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은, “다음 중 이마트의 경쟁사가 아닌 곳은 어디일까요?”이다. 보기는 4가지,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천원샵, 네이버 이 네 가지를 보여주고 손을 들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에 손을 든다. 현대백화점이나 천원샵에도 손을 든다. 이유를 물어보면 롯데마트는 이름부터 직접 경쟁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백화점과 마트는 타겟 고객이 좀 다르지 않냐는 대답을 한다. 내가 다시 물어본다. “제가 삼성전자 TV를 한 대 사려고 하는데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집 근처 이마트에서 구경하고 토요일 부모님 댁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현대백화점에 가서 같은 TV를 상품권 할인 받으며 사면 어디가 얼마나 이익일지 비교해 본다면 그 둘은 경쟁자입니까, 아닙니까?”라고. 그러면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같은 제품을 여기서 살지 저기서 살지 고객이 고민한다면 그 둘은 업종과 주요 타겟 고객층과 상관없이 경쟁자다. ‘이상하네, 에누리나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비교해 본 가격과 너무 차이가 나네. 역시 오프라인 매장은 비싸’ 하면서 최저가 사이트로 넘어가서 상품평을 보니 다들 좋은 물건 싸게 잘 샀다고 한다. ‘같은 제품인데 매장 임대료를 내가 낼 필요가 있나’하면서 그 사이트에서 산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답 없음. 모두 경쟁사”이고 이제 이마트의 최대 경쟁자는 네이버와 쿠팡이다. 예전엔 가전제품 하나를 사기 위해 일단 동네 대리점에 가 보고 가장 좋은 물건이 먼저 들어간다는 (사실이지는 모르겠다) 백화점도 가 보고 전자제품 전문 하이마트도 가 보고 고민을 하고 가격 협상을 했는데, 디지털 시대의 고객들은, 일단 사람들과 접촉하기 전에 디지털(인터넷, 모바일)에서 검색을 해 본다. 어디에서 얼마에 살 수 있는지를 충분히 조사해 본 후 그 정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제품도 살펴보고 가격 협상도 한다. 가전제품은 그런 경우가 비교적 드물지만 생활용품의 경우는 쿠팡 등의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반 값에 사는 일도 흔하다. 50%씩 깎아서 사는 게 몸에 배니 10-20% 깎아주는 건 깎아주는 것 같지도 않다. 이제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들은 긴장해야 한다. 가끔씩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친하게 지내는 업계 지인들의 모임에서 커버하고 있지 못한, 다른 업종의 경쟁사가 실제로는 우리 목을 가장 조여온다.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이번 달엔 우리가 좀 많이 팔고 지난 달엔 너희가 좀 더 많이 팔고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예 게임의 룰을 바꾸는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와서 우리 모임 지인들의 일자리를 다 없애려 한다. 이제 더 이상 업종 경쟁사에서 아직 하고 있지 않다고 태평하게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우리 업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드는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공격이 왔을 때 어떻게 막아낼 건지, 이들보다 돈과 사람이 많은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프로젝트를 맡는 법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군대든 회사든 잘 하는 사람이 계속 하게 된다니까.” 한 번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 일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으련만 나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도 없어서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저 일을 맡을 수도 없다.’

회사의 입장이나 새로 가고 싶어하는 조직의 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람(me!)을 뽑아 왔을 때 잘 할지 걱정이 된다. 잘 할 것 같은 사람이 있어도 빼오면서 그 조직장과 싸움이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인재를 놓고 다투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내가 가려고 물밑작업을 하다가 무산되면 이 조직에 남게 되도 미움 받아 남은 조직생활이 고달파진다. 회사를 옮기는 것도 아닌데 회사 내에서 다른 팀으로 가려고 하는 노력은 때로 커리어를 걸고 하는 모험이 된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두루두루 알면서 몇 가지 주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있을까? 있다.

사내에서 가고 싶은 부서로 옮기는 것은 새로운 회사에 지원하는 것만큼 공부와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일단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어느 부서에서 맡고 있는지, 나의 기술, 경험, 성향과 그 부서의 일이 정말 맞는지, 조직장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내가 그 부서에 가면 공헌할 부분은 있는지 등을 그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네트워크를 연결해 알아본다. 원하는 자리에 사내 공고가 난 후에 급하게 지원하면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해 확률이 낮으므로, 미리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그 분야에 관한 세미나를 듣고 책을 읽고 자료를 찾으며 그 부서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조직장에게 보내준다. 이때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보내면 ‘이 사람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지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조직장에게 미리 인사를 해 놓고 보낸다. 목표는 조직장의 머리에 ‘다음에 우리 부서에 빈 자리가 나면 어떤 사람을 뽑아올까?’라는 생각이 들 내 이름이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 인사 잘 하고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몇 달을 보내면 결원이 생길 때 사내공고를 내기 전에 먼저 은밀히 접촉이 온다. 지금 부서에서 놓아주려면 나 말고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므로 나 혼자만 일을 독점하지 말고 믿을 만한 후배를 키워서 가르쳐 놓고 물려주고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부서의 현재 인원들로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가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믿게 하는 것이 원하는 커리어를 얻는 핵심이다.

핀테크 시대 금융회사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마인드

글로벌 유명 대기업 보험회사에서 워크샵을 하게 되었다. 다른 회사에서 공유했던 컨텐츠를 이 회사에서도 또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재미없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들여다 보고 개선할 점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한다고 들어서 시니어 회원 (50대 이상이라 원래 나이는 안 되지만 가입을 시켜줬다)으로 가입하고 시니어 메뉴에 들어가 멋진 컨텐츠를 읽어보고 서비스도 살펴봤다. 유명 교수님을 동반한 해외 역사 탐방 여행 상품이 소개되어 있었다. 가격은 127만원, 문의하려면 연락하라고 02로 시작하는 유선 전화 번호가 하나 써 있다. 옆에 후기가 한 개 있는데 참여한 회원이 쓴 게 아니라 회사에서 쓴 설명이었다.

몇 가지 불편함과 개선방향이 보였다. 주요 고객이 50대 이상이라 그런지 전화를 가장 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화번호만 기재해 놓았다. 통화 중일 때도 많고, 업무종료시간 6시에서 1분만 지나가도 ARS로 넘어가고 업무시간에 전화하라고 한다. 1분 늦은 고객은 ‘이 회사는 고객이 연락을 먼저 해도 서비스해 줄 마음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다. 60대도 눈만 좀 어둡지 디지털 제품을 쓴다. 아이패드로 쓰건 스마트폰으로 쓰건 어디서나 마음이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게 디지털 채널에서 연락이 되게 해 놓아야 한다. 미국의 한 자동차 보험 서비스 회사는 트위터에서 #그회사이름 쓰고 차종을 써서 트윗을 날리면 몇 초 내에 견적이 날아오고 링크를 누르면 제휴된 여러 보험사의 최적의 견적을 모아서 보여주는데,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었다면서 담당자가 자리 비우면 통화도 안 되는 유선 전화 딸랑 하나에, 그것도 6시에서 1분만 지나면 전화를 안 받고 돌려도 비즈니스가 잘 될까? 물론 내가 회사 사람들이 날 밤새면서 고객 전화를 기다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이면 디지털 채널로 연락할 방법도 열어놓는 게 좋다. 요즘 60대 분들도 다들 스마트폰 쓰시고 아이패드 쓰신다.

127만원은 어떤가. 요즘 고객들은 회원이라는 이유로 그냥 구매하지는 않는다. 다른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사한 상품/서비스와 가치, 비용을 꼼꼼하게 비교한다. 원래 얼마짜리였던 건가? 100만원인데 여기서는 127만원인 건가, 아니면 다른 데서는 이 정도 상품이 200만원은 받는데 우리가 특별히 핫딜을 만들어서 회원님들한테 주는 건가? 원래 가격 200만원을 쓰고 줄을 긋고 127만원이라고 쓰면 누구나 큰 가치를 느낀다. 그래도 고민하며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역시나 이만한 상품은 200만원이다. “핫딜 맞네” 하는 이런 경험 두 번만 하게 하면 그 다음엔 다른데 안 가고 믿고 우리한테 산다.

고객의 입장에서 회사 서비스와의 양방향 관계의 각 단계에서 불편한 영역은 어디인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이제는 고객 가치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무한 경쟁 시대라 차별화된 서비스 마인드와 고객 경험으로 승부해야 한다. 고객 경험과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좀 불편해도 이해하고 참아주시는 고객들이 아니라, 기대수준이 높은 까칠하고 민감한 분들, 그 중에서도 빅 마우스 (big mouth,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분들) 분들을 예우하고 모셔서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실패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

실패한 경험을 써 보라는 자소서 질문에 뭐라고 써야 할까? 실패한 스토리를 솔직하게 다 쓰면 무능해 보일 것 같고, 좋은 이야기를 쓰자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느 정도까지 써야 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에 한 학기 동안 가르치던 학생들 중 2학년 복학생이 있었다. 대학가요제가 없어진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자신의 형과 함께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요제에 참여하자는 연락을 보내고 청담동의 클럽을 빌려 가요제를 개최했다. 한창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들은 터라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매우 궁금했다.

어느 날 생각이 나서, “가요제는 어떻게 되었어? 성공했니?”라고 물었더니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가요제 취지도 잘 설명했고 많은 대학교에서 참가했고 보러 온 사람들도 정말 많아서 표도 다 팔려서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따져보니 1,000만원을 썼는데 들어온 돈은 900만원 밖에 안 되어 부족한 100만원을 운영진 몇 명의 사비로 메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를 운영해 본 좋은 경험은 했지만 돈까지 벌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고생은 해 놓고 돈까지 따로 냈으니 속이 상한 것이 당연했다.

이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해 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이야기를 실패 사례로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요? 쓴다면 무엇을 강조해서 써야 할까요?” 학생들은 저마다 웅성웅성 이야기를 한다. 이 학생이 이 경험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역시 돈 벌기는 어렵다는 결론으로 가면 이상하다. 100만원 물어냈고 실패했다는 이야기로 끝나도 안 된다.

기업에서도 정부 기관에서도 늘 많은 행사를 한다. 돈을 버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인 행사라면 돈도 벌어야 한다. 사람도 많이 오고 다들 잘 했다고 해서 겉으로는 정말 잘 된 행사인데 나중에 보니 투자수익률이 형편없는 행사가 정말 많다. 이 학생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 어떤 의미인지를 수 십 만원을 물어내며 뼈저리게 배웠던 것이다. 시급 6천원 아르바이트를 수 십 시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이제 이 학생은 기업에 들어오면 겉으로만 멋진 행사가 아닌, 정말 기대했던 목표를 이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할 것이다. 기업도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아깝게 생각하며 일하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

자기소개서에 실패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실패가 어떤 교훈을 주었고 직장에 들어가서 어떻게 남과 다르게 일하게 될 것인지 그 차별화된 의미를 설명해 줘야 한다. 그러면 매니저들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꿰뚫어보고 제대로 일할 녀석이 왔다며 뽑아준다.

혁신은 왜 어려운가

지난 10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서 만든 모바일 서비스를 오픈한다. 오픈일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올지 조마조마하다가 얼마간의 사람들이 들어온 것을 보고 다행스러워하며 기록해 놓고 주간 보고에 올리기 시작한다. 첫 주부터 잘 되면 기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첫 주니까 하고 넘어간다. 다음 주는 첫 주보다도 못한 숫자가 들어온다. 덜컥 겁이 난다. 뭐가 문제지? 그 다음 주에 더 줄어들면 뻔한 결과인데. (디지털 시대에는 모바일 앱의 성공을 몇 주만 지켜봐도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누적 회원 수는 얼마, 그 중 액티브(active, 앱 설치만 한 사람이 아닌 활동하는) 사용자는 얼마라는 수치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 증가세도 발표한다. 누가 봐도 증가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제 앱을 다운받으면 상품을 주는 프로모션을 할 것인가, 200원씩 주면 회원 가입을 한 명 시켜줄 수 있다는 마케팅 업체를 고용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적어도 10만명은 가입을 시켜야 창피하지 않을 것 같으니 1천만원을 들여 5만명 이벤트를 하기로 한다. 10만명을 달성한다. 이벤트 후 증가세는 또 10분의 1로 눈에 띄게 줄어든다. 두 달이 지난다. 대박 소식만을 기다리던 고위 임원들도 이제 다른 이슈에 더 관심을 빼앗겨 우리 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주간보고에서 서서히 작은 비중으로 내려가다가 어느 날, 주간 보고에서 슬그머니 빠진다. 이렇게 몇 개월 지나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 관리해야 할 채널이 너무 많던데 다 조사해 볼까?”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그 서비스 아직도 하고 있어? 몇 명 쓰지도 않는 서비스, 고객들에게 미안하다고 공지 올리고 내려!” 그 동안 열심히 쓰고 주위에 홍보해 주었던 매니아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떠나간다. 그 다음 서비스를 더 잘 만들어도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또 실망하게 될까 봐 거들떠도 안 본다.

이렇게 슬그머니, 혹은 공식적으로 서비스가 내려간다. 네이버, 구글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데 전문 디지털 기업이 아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늘 일어나는 당연한 수순이다. 투자는 하는데 결과가 없다. 그 다음 디지털에서 뭘 해 보겠다고 기안을 올리면 “그 전의 서비스 어떻게 되었지?”라며 승인을 안 해 준다. 고객은 디지털에 다 모여있는데 디지털 프로젝트를 못하게 하니 손님이 오지 않는 줄 알면서도 돈 많이 드는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하고 디지털 프로젝트보다 더 투자수익률이 안 나오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올인한다. 비즈니스가 망해간다. 기안을 올리면 거절 당하고 거절 당하고 하던 실무자들끼리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예전이 좋았지 라며 신나는 일을 찾아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거기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직원들도 나오고, “뭐 하러 거절당할 일을 벌여. 나처럼 가만히 있어. 월급 따박따박 잘 나오고 힘들지도 않고 좋은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해.”라며 아무 것도 안 하고 누가 하려 해도 협조 안 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롤모델이 되어 청운의 꿈을 품고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 경력사원들이 뜻을 펼쳐보려 하다가 금방 조직에 물들어 포기한다. 혁신이란 말의 뜻은 알지만 우리 조직과는 별로 관계 없는 말이 된다.

프로젝트를 승인할 때는 왜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승인을 하는지도 알려주자. ‘위분들’의 눈치만 보면서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프로젝트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게 하지 말고 100%는 아니라도 최대한 명확하게 우리 회사는 이런 가치(비즈니스적인 이익 포함)를 추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런 가치에 맞으므로 이렇게 승인하고 지원한다 라는 걸 알게 해야 사람들이 회사의 방향성에 맞게 고민하고 서로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 승인했으면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학습을 했으면 그 과정과 결과를 조직 내에 공유해서 다 같이 시행착오를 하지 않게 하자. 실패한 사람을 조직에서 죽이면 (비유적 표현) 아무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죽지 않기 위해 손가락질한다. 그 사람 죽이고 새로운 사람 세워봤자 또 시행착오하고 계속 죽어나가기만 하고 그 동료들은 ‘우리 회사에서는 성공을 못해’라는 이상한 믿음만을 갖게 된다. 시행착오를 했지만 명확히 배웠으면 그 사람에게 다시 실수하지 않고 크게 성공할 기회를 주자. 대신 일을 할 때 대강 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계속 묻고 같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조직의 지식으로 쌓아 공유하자.

압박면접에 대처하는 방법

‘압박’이란 단어는 불편하다. 강자인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약자인 학생들을 놀려 먹고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게 하는 면접관은 내 주위에선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가끔 학생들이 어디까지 버틸까? 들어와서 좀 힘들어도 그만 두지 않고 극복하는 노력을 할까?라는 것이 궁금해 약간 어려운 문제를 심각한 얼굴로 낼 때가 있다.

대부분의 면접관이 기대하는 것은, 회사에서 선배나 조직장이 다른 일로 기분이 상하거나 상태가 안 좋아 좀 짜증을 부리고 혼내더라도 의연하게 이겨내고 다시 잘 해 보려고 하는 후배의 모습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갑인 마지막 자리인 면접에서 (갑을 비유가 우습지만 일단 회사에 들어오면 요즘은 윗사람이 반드시 갑은 아니다) 맷집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거에요? 그런 이런 면을 해결 못하잖아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거에요?”

상대가 압박면접 (혹은 맷집 면접)을 한다고 느끼면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개인적인 공격이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연기하는 것이니, 의연하게 자기 뜻을 주장하라.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도전하면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고 (쉽지 않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의연하게, “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럴 때는 그렇게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이런 이유로 여전히 제 생각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말하자. 면접관인 미래의 팀장님은 흐뭇하게 웃으며 ‘제법인걸’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면접으로 넘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