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40인데 새로운 공부를 하는게 맞을까요?

요즘 만나는 분들 중에는 자기 회사에서 40대 직원들을 못 쫒아내서 난리라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 분들이 많다. 30대, 심지어 신입사원도 명퇴 명단에 포함시켜서 욕먹는 회사도 언론에 나오는데 40대는 놀랍지도 않다.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으며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들을 만나면서 ‘빅데이터 분석 (Data Analytics)’에 대한 수요가 정말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그 동료는, 안 그래도 빅데이터 MBA가 생겼던데 거기 지원을 할까 하다가 시간과 수천만원의 비용을 생각해 보니, 40대가 회사를 몇 년이나 더 다니겠다고 그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이나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

내가 말했다. “부장님, 옛날에 배운 걸로 여태까지 많이 써먹었습니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제 그걸로는 먹히지가 않고, 지금 상태로는 몇 년 안 남은게 맞죠. 그런데 앞으로 수요가 많을 새로운 공부를 해 놓으면 그 수요가 유지되는 15-20년 정도는 더 할 수가 있고, 공부 마치는 2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이 분야가 뜰 것 같으니 5천만원 들어도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걸 하면 커리어가 훨씬 길어지는데 연봉의 일부만 투자하면 되는데 하시죠. 저는 강력 추천합니다.”

“아, 그런가요?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네요. 다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볼게요.”

내가 다니는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의 평균 입학 나이는 50세다. 나의 입학 동기들 중 30%는 기업의 CEO, 30%는 임원, 나머지는 고참 부장급 형님들이었다. 학교의 최고령 박사과정 취득자는 75세라고 한다. 기업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이룬 이 분들이 왜 다시 공부를 하러 학교에 와서 몇 년을 고생하는 것일까? 100세 인생 중 (돈이 많아서 놀아도 되는 분들도) 70-80까지는 현직에서 일을 하고 싶고 자신들이 누린 것을 베풀기 위해 공부를 더 해서 후학을 키우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또 다른 친구는 40대 중후반의 나이에 금융 분야의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을 주로 공부하는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 과학도 배울 거고 요즘 인기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로봇이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이 정해진 룰과 모델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것, 사람보다 냉정하게 투자할 수 있다)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긴 과정이고 교수님들도 공부해 가며 가르치는 초창기라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시장에서 보기 힘든 전문가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이 친구는 입학하길 잘 했다며 매우 만족해 한다.

‘나이가 40인데 뭔 또 공부냐’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께,

Think again.

디지털을 모르는 상사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면?

요즘 핀테크를 포함해 디지털 인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좋은 인재를 좋은 회사에 소개해 주면 양쪽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보람되기도 하다. 다만 이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윗분이 이 분야를 너무 모르셔서 정말 말이 안 통합니다.”

“윗분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써서 정작 혁신에 쓸 에너지가 없습니다.“

“팀장님과 일하는 것은 괜찮은데 팀장님과 부장님이 사이가 너무 안 좋습니다. 부장님께서 디지털을 잘 모르셔서 상무님한테 인정을 못 받으시고, 상무님이 말 통하는 팀장님에게 직접 일을 주시면서 팀장님 부장님 사이가 더 벌어졌어요.”

“저런. 그렇구나. 너 참 갑갑하겠다” 혹은 “좋은 회사 소개해 줬으니 알아서 살아라”라고 하고 전화를 끊기엔 석연치 않다. 중매를 섰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내가 소개해 줬는데 잘 살게 해 줘야지.

“그럼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니?”

“예, 저는 팀장님하고만 맞추고 팀장님이 부장님하고 잘 맞춰오시길 바라고 있죠. 그런데 오늘도 한 판 하셨어요.”

“지금 문제의 근원이 부장님이 이 분야를 잘 모르셔서 헛다리를 짚으셔서 그러는 것 아니냐. 부장님께는 누가 디지털을 좀 가르쳐 드리고 있니?”

“아니요.”

“공부는 따로 알아서 좀 하시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야! 너랑 너네 팀장님은 뭐하는 거야. 가서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면서 이쪽을 이해하게 만들고 아이디어를 같이 가지고 들어가서 상무님을 설득하면 될 것을, 부장님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만 하고 부장님이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또 상무님 만나게 하니까 자꾸 이러는 것 아냐. 팀장님한테 가서 말해.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자고. 그리고 부장님이 모르시니 가르쳐 드리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할 수 있으니 디지털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할 건데 부장님도 오셔서 같이 들으시면 어떻겠냐고 해.”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해 볼게요.”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이고, 대상이 부장님이건 사장님이건 똑같다. 그 분이 이 분야를 몰라서 일이 잘 안 되면, 알려 드려야 하고, 상사가 공부를 안 하시면 부담스럽게 두꺼운 책이나 자료만 갖다 드리지 말고 (바쁘시니)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을 표시해서 그 부분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하고 다시 가서 어땠냐고 묻고 중요한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 중학교 졸업 후 갑자기 어려워진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의 심정으로, 기운을 북돋아드리며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고 좀 더 깊은 내용을 함께 공부하자. 그 분은 늦게 배워 잘 몰랐던 디지털 분야에 대해 새로 눈뜨며 자신감도 찾고 우리 일도 더 잘 돌아가게 지원해 줄 것이며, 자신을 도와주고 가르쳐 준 과외 선생님인 우리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된다. 우리 커리어가 잘 되게.

실험조차 하지 못하는 리더는 자리를 내놓아야

나도 직접 경험해 보았고 주위에서 상담도 많이 받아본 이야기, “상사가 매번 리서치만 시키고, 이야기만 듣고 진행을 안 합니다.”

예전엔 “네가 아직 상사를 설득할 만큼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준비하지 못했겠지. 많이 가르쳐 드리고 조그맣게 실험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면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냐. 그렇게 해봐.”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안을 들고 가도, 그 안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리더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분들은 지나치게 소심해서 위에서 정해준 일 외에는 일을 만들거나 위험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원래 성향이 그럴수도 있고 그 동안의 직장 경험에서 위험을 감수했더니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괜히 손해만 나더라라는 선배들의 케이스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이런 분들이 고위 임원일 경우 자기 혼자 일로 끝나는게 아니라 조직원들과 회사까지 손해를 보는게 문제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리스크가 있다며 우리와의 제휴를 계속 피하던 파트너 금융회사 팀장님한테 “리스크가 있는 건 맞지만 팀장님이 안 하셔도 저희와 제휴하는 경쟁사가 나올 거고 팀장님 윗분이 넌 뭐했냐 하실 텐데 그건 리스크 아닙니까”했더니 그제야 제휴를 하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명분 때문에 잘 안 될 것을 알면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실리를 중요시하는 요즘은 투자대비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으면 투자금을 포기하고 될 만한 일을 다시 하는 조직도 많다.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을 본받아 필수 기능만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실험해 보면서 피드백 받고 수정해 나가면서 그 학습 경험을 조직에서 공유하고 자산으로 만들면 그 과정이 의미 있는 고생이 된다. “그래, 그런 건 안 먹히는구나, 이번엔 이렇게 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알아보자라고 리서치만 시키고 “그렇구나. 잘 봤어”하고서 실제 일은 아무 것도 진행을 하지 않으면 조직원들도 (어차피 진행 안 될 거니까) 그 다음 일에 힘을 쓰지 않고 대강 시늉만 해서 가져온다. 결국 그 리더는 자신의 무덤을 (심하면 조직원과 함께 빠질 무덤까지) 파게 된다.

실제 조직에서는 상사가 일을 진행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의 상사에게 올라가서 하자고 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 말고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조정할 수 있게 조직의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 회장님 같은 꼭대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뭘 해 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실험도 안 해 보고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다고 하면서 위 눈치만 보는 임원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주겠는가. 이런 사람인 것 같으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안 되면 자리를 내놓게 하고 일을 잘 할 사람을 발탁해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일하려 하는 조직원들을 경쟁사로 빼앗기지도 않고 조직도 죽지 않는다.

개발자는 계속 필요할까?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지원해야 하는 기기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개발자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사람이 없어 개발을 못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려온다. ‘소프트웨어를 3D 업종 취급하더니 다들 고생한다’라는 생각도 들고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소프트웨어를 배운 사람은 일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생각도 든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다시 인기를 얻게 되니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개발 일을 놓고 높은 자리에서 관리자로 일하다가 다시 개발을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개발자는 계속 자리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어느날, 고객 관계 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가 된 ‘세일즈포스(Salesforce.com)’이라는 회사의 비디오를 보면서 개발자도 자동화로 많이 대체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일즈포스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도 (아예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선택을 비롯한 약간의 노력만 하면 그 플랫폼과 연동되는 인터넷, 모바일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세일즈포스 외에도 자동으로 (혹은 자동에 가깝게 쉽게) 모바일 앱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가 미국에서만도 10개 이상 된다. 물론 이런 도구는 개발자가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딱 그 기능을 만들기에 제약사항이 많지만, 멋진 인터페이스와 일관성 있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빨리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00년대 초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던 개발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워드프레스나 Wix같은 도구를 써서 개발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멋있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하다. 물론 이런 도구가 제공하는 정형화된 기능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자가 여전히 필요하듯, 자동화된 도구가 나와도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여전히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반가운 점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코딩(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 교육을 시켜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훨씬 많아질 것 같다. 이렇게 교육 받은 사람이 많아지고 10년쯤 지나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도 영어 분야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으로 할 줄 아는, 그러나 정말 잘 하는 사람들은 별도로 필요한. 10년 후엔 인공지능도 더 발전해 있을 테니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해 주는 서비스도 더 많이 생길 테고. 지금과 같은 개발자가 아닌,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서 일반적인 수준의 개발자나 로봇/알고리즘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개발자가 되어야 계속 일자리가 있지 않을까.

CEO들의 최대 고민, ‘성장’

9월은 기업 창립기념일이 많은지 큰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몇 주년, 몇 십 주년 행사를 하는 회사들 몇 군데에 초대되어 강연을 하러 갔다. 회사에서도 돈을 많이 들여 전 임직원이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는 행사들은 그 중요도 때문에 회사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주시고 이번 행사는 이런 의미가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그 와중에 중견 기업의 CEO 분들을 몇 분 뵙고 사전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 기업들의 상황이 놀랍게도 너무나 비슷하다.

기업의 CEO들의 최대 관심사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과 ‘혁신’. 가정의 경제도 그렇지만 기업들도 겉으로 보기보다 눈에 안 보이는 돈이 많이 든다. 지금 인원을 유지만 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만큼 성장해야 하는지는 몇 번 계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성장해야 다들 자리를 지키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알려주고 같이 열심히 뛰게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 년 전 잡코리아 광고(https://www.youtube.com/user/jobkoreatv, 시리즈 모두가 재미있다) 중에 사장편이 있었는데 사장님 혼자 3천 프로 성장하자며 북을 치는데 직원들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힘 빠진 손을 힘겹게 겨우 든다.

“사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희가 볼 땐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 하는 거거든요.”라는 임원들, 팀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들으며 그들에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걸 공감하고 열심히 달리게 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몇 년간 매년 24% 성장을 하던 시절, 같은 24%인데 (매출이 매년 늘어나니) 다음 해의 목표 절대량은 매년 늘어났다.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들고 와서 할 수 있다고 외치던 상무님께 대들지는 못하고 ‘저 숫자를 어떻게 달성해? 말도 안 돼.’ 하던 우리를 모아놓고 상무님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데 2배의 물이 필요하다면 2배 빨리 길어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20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두레박이 아닌 펌프 트럭을 가져오든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때 ‘오,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럼 어떤 방법을 써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성장에 목숨을 건 사장님들(대리 과장들과 달리 사장님들의 목숨은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은 “가능하다, 기운 내라”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다른 생각과 시도를 하도록 지원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조직에 쌓고 성공의 방법을 찾는 여정에 앞장서야 하고, 임직원들은 사장님 혼자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 걷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게 하지 말고 같이 손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자. 밀지 말고.

다 잡은 핵심인재를 놓치는 이유

삼고 초려했다. 임원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해서 바빠죽겠는데도 시간 내서 대리, 과장도 찾아가서 영입한다.

그 친구가 오면 이 일을 맡기면 되겠다 조직도의 사각형을 하나 더 채우고 흐뭇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사부에서 연락이 온다.

“상무님, OO회사, 이 과장이 안 온다는데요.”

“예? 언제요? 언제 버전인가요? 제가 그저께 만나서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까 메일 와서 안 온답니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 아이가 실제로는 마음도 없었으면서 나한테는 생글거리면서 어려운 대답을 피한 건가?’ 오만 가지 생각이 난다. 메일을 전달 받았는데 마음을 바꾼 큰 이유도 없어 보인다. 뭐지? 뭐지?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전화를 한다. 전화를 안 받는다. 두 번째 전화에 겨우 답을 한다. “제가 전화를 못 봐서요.”

“아니, 이 과장, 그저께 오기로 했잖아. 무슨 일이야?”

“생각해 보니까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곤란한 건 아는데 나도 사정을 알아야 우리 프로세스가 잘못되었으면 고칠 거 아닌가. 얘기라도 해 줘.”

“사실은요, 마음을 정하고 인사부랑 조건 협의를 하는데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저 여기서도 연봉도 좋고 여러 조건이 좋거든요. 꼭 이직을 할 필요도 없는데 상무님이 같이 일하자고 해 주셔서 같이 할까 했는데, 채용 조건이 좀 부실해서 제가 몇 가지 더 해 달라고 했더니, [과장님이 오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저희 회사는 규정이 원래 이래요. 다들 그 정도로 수긍하고 들어오세요. 그리고 휴가랑 인센티브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시는 거에요.] 이러는 거에요.”

“아니, 휴가는 여기도 있는 거고 인센티브는 회사 사정으로 안 주면 그만인데 그걸 어떻게 비교라고.. 그리고 제가 언제 먼저 가겠다고 했나요? 회사의 얼굴인 인사부가 이런 정도면 회사 분위기 알 만 한 것 같아서 안 가려고요.”

엄청나게 당황스럽다. 인사부가 내 소관이면 불러다가 난리라도 쳐야 하는데.. 일단 이 과장을 달랜다. “이 과장, 원래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는 게 인사부 일이잖니. 말을 좀 더 기분 좋게 했어야 하는데 그건 잘못되었다. 그런데 일은 나랑 할 거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고 여기 와서 좋을 일도 많을 거야.”

“상무님이 정 그러시니 그럼 한 번만 더 생각해 볼게요.”

운이 좋으면 마음을 돌려 입사하겠지만, 인사부가 회사 규정 운운하며 기분 상하게 해서 입사를 포기하는 핵심인재들도 종종 있다. 핵심인재들의 마음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성과를 많이 내는데 왜 연봉 협상 때만 형평성 이야기야. 정확히 보상을 해야 할 것 아냐. 내가 그렇게 중요하면 회사 규정을 바꿔서라도 나를 데려가야지.’ 그래서 같은 직급 동료들의 눈과 형평성에 대한 정서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대기업에서도 핵심인재들에게는 프로야구선수들처럼 사이닝 보너스 (signing bonus, 사인할 때 얹어주는 큰 돈, 이적료)를 주는 경우가 있다. 말 한 마디로 수 천만 원 사이닝 보너스 좀 갚아보자.

망설이는 핵심 인재가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드는 방법

함께 일했던 잘 나가시던 여러 형님들이 또 좋은 회사로 옮겨서 새로운 본부를 맡았다. 디지털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잘 만들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여러 명 소개를 해 드렸다. 사람 소개는 소개하는 사람의 수준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말 될 만한, 소개할 만한 검증된 녀석들만 추천한다. 다녀와서 잘 만났냐고, 어땠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관심 있으면 이력서 보내라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넌 뭐라고 했어?”

“예” 했죠.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요, 꽉 잡는 느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초대하고 싶은 핵심인재들은 자기 조직에서 이미 자리를 잘 잡고 대접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조직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코드 맞춰가면서 날밤 까고 일하다가 오리알 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보통은 돈이 아니라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느낌과 ‘훌륭하고 사람들과 일하며 배우고 발전하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꾼다는 사명감’이다.

비슷한 조건에 비슷한 역량을 가진, 마찬가지로 훌륭한 다른 분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별 생각 없었던 사람들까지 데려가신다.

“우리는 오리알 될지도 모르는 신생 부서야. 하지만 세상에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잘 살고 있겠지만 만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고 또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찾고 있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가 혹시 오리알 되더라도 내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네 커리어는 책임지도록 노력할게. 같이 해 보자. 난 네가 필요해.”

임원분들이여, 아래 직원을 뽑더라도 정말 중요한 사람이면 한 번 찾아오면 한 번은 찾아가시라. 고위 임원이 직접 찾아오시면 ‘황송하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인가’라며 기분 좋아한다. 책임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 어떻게 이야기한다고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신용 없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특히 핵심인재를 데려갈 때는 감성적으로 인간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여러 악조건에서도 내게 와 주는 것 같다는 말씀이다. 마치 가진 게 없어도 “너 아니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듯.

“진실을 듣고 싶어, 지지가 필요해?” – 피드백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난 기분 하나도 안 나쁘니까 어떻게 했는지 피드백 좀 해 줘.”

“솔직하게 해 줘? 기분 나쁠지도 몰라.”

“괜찮아. 너니까 이런 부탁하는 거지.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발전해야 하니까 이야기해 봐.”

이야기를 하는 도중, 상대방의 얼굴색이 안 좋아진다. 화는 안 내는데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 입장에서도 해 달라고 했으니 이야기 나온 김에 솔직하게 해 주는 게 맞는다는 생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계속 한다. 이야기 끝나고 난 후, 내가 물어본다. “기분 나빴지?”

상대방이 말한다.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고 갑자기 약속이 있다며 가 버린다. 다음에 만나기까지 서로 서먹하다. ‘분명 내가 일부러 시간 내서 신경 써서 이야기해 줬는데 왜 좋은 이야기를 못 듣는 거지? 역시 듣고 싶은 말을 해 줘야 하는 거였나?’ 나중에 듣고 보니 솔직한 피드백도 좋지만 그날 잘 했는지 불안했었으므로 일단 잘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줬으면 좋았을 뻔 했단다.

“오늘 어땠어?” 요즘엔 누가 이렇게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물어본다.

“진실을 듣고 싶어? 아니면 지지가 필요해?”

상대와 상황에 따라, 이런 일을 다시 하기 어렵고 결과를 돌이킬 수도 없는 경우라면, 주로 잘 한 면을 집중해서 칭찬해 주고 못한 점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지만 해 준다. 하지만 이번에 뭔가를 배워서 다음 번에 비슷한 것을 더 잘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상대가 좋은 이야기는 자주 들으니 바로 개선점 좀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잘 한 것을 살짝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그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 준다. 예전보다 훨씬 상대의 반응도, 사이도 좋아진다.

패션뿐 아니라 피드백에도 TPO (Time, Place, Occasion, 시간, 장소, 상황)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프로젝트를 맡는 법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군대든 회사든 잘 하는 사람이 계속 하게 된다니까.” 한 번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 일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으련만 나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도 없어서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저 일을 맡을 수도 없다.’

회사의 입장이나 새로 가고 싶어하는 조직의 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람(me!)을 뽑아 왔을 때 잘 할지 걱정이 된다. 잘 할 것 같은 사람이 있어도 빼오면서 그 조직장과 싸움이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인재를 놓고 다투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내가 가려고 물밑작업을 하다가 무산되면 이 조직에 남게 되도 미움 받아 남은 조직생활이 고달파진다. 회사를 옮기는 것도 아닌데 회사 내에서 다른 팀으로 가려고 하는 노력은 때로 커리어를 걸고 하는 모험이 된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두루두루 알면서 몇 가지 주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있을까? 있다.

사내에서 가고 싶은 부서로 옮기는 것은 새로운 회사에 지원하는 것만큼 공부와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일단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어느 부서에서 맡고 있는지, 나의 기술, 경험, 성향과 그 부서의 일이 정말 맞는지, 조직장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내가 그 부서에 가면 공헌할 부분은 있는지 등을 그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네트워크를 연결해 알아본다. 원하는 자리에 사내 공고가 난 후에 급하게 지원하면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해 확률이 낮으므로, 미리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그 분야에 관한 세미나를 듣고 책을 읽고 자료를 찾으며 그 부서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조직장에게 보내준다. 이때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보내면 ‘이 사람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지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조직장에게 미리 인사를 해 놓고 보낸다. 목표는 조직장의 머리에 ‘다음에 우리 부서에 빈 자리가 나면 어떤 사람을 뽑아올까?’라는 생각이 들 내 이름이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 인사 잘 하고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몇 달을 보내면 결원이 생길 때 사내공고를 내기 전에 먼저 은밀히 접촉이 온다. 지금 부서에서 놓아주려면 나 말고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므로 나 혼자만 일을 독점하지 말고 믿을 만한 후배를 키워서 가르쳐 놓고 물려주고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부서의 현재 인원들로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가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믿게 하는 것이 원하는 커리어를 얻는 핵심이다.

실패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

실패한 경험을 써 보라는 자소서 질문에 뭐라고 써야 할까? 실패한 스토리를 솔직하게 다 쓰면 무능해 보일 것 같고, 좋은 이야기를 쓰자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느 정도까지 써야 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에 한 학기 동안 가르치던 학생들 중 2학년 복학생이 있었다. 대학가요제가 없어진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자신의 형과 함께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요제에 참여하자는 연락을 보내고 청담동의 클럽을 빌려 가요제를 개최했다. 한창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들은 터라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매우 궁금했다.

어느 날 생각이 나서, “가요제는 어떻게 되었어? 성공했니?”라고 물었더니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가요제 취지도 잘 설명했고 많은 대학교에서 참가했고 보러 온 사람들도 정말 많아서 표도 다 팔려서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따져보니 1,000만원을 썼는데 들어온 돈은 900만원 밖에 안 되어 부족한 100만원을 운영진 몇 명의 사비로 메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를 운영해 본 좋은 경험은 했지만 돈까지 벌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고생은 해 놓고 돈까지 따로 냈으니 속이 상한 것이 당연했다.

이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해 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이야기를 실패 사례로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요? 쓴다면 무엇을 강조해서 써야 할까요?” 학생들은 저마다 웅성웅성 이야기를 한다. 이 학생이 이 경험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역시 돈 벌기는 어렵다는 결론으로 가면 이상하다. 100만원 물어냈고 실패했다는 이야기로 끝나도 안 된다.

기업에서도 정부 기관에서도 늘 많은 행사를 한다. 돈을 버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인 행사라면 돈도 벌어야 한다. 사람도 많이 오고 다들 잘 했다고 해서 겉으로는 정말 잘 된 행사인데 나중에 보니 투자수익률이 형편없는 행사가 정말 많다. 이 학생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 어떤 의미인지를 수 십 만원을 물어내며 뼈저리게 배웠던 것이다. 시급 6천원 아르바이트를 수 십 시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이제 이 학생은 기업에 들어오면 겉으로만 멋진 행사가 아닌, 정말 기대했던 목표를 이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할 것이다. 기업도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아깝게 생각하며 일하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

자기소개서에 실패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실패가 어떤 교훈을 주었고 직장에 들어가서 어떻게 남과 다르게 일하게 될 것인지 그 차별화된 의미를 설명해 줘야 한다. 그러면 매니저들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꿰뚫어보고 제대로 일할 녀석이 왔다며 뽑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