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것 같은 서비스를 끝까지 개발해야 할까?

‘분명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 여태까지 했던 노력을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네이버 가계부를 만들었을 때 나와 기획자 팀원, 외부 컨설팅 회사가 함께 아이디어를 논의하며 처음 몇 달을 일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기획할수록 점점 욕심이 생겨 기능을 붙이고 더 붙이고 하면서 나중엔 기업 회계 시스템처럼 모든 수입 지출내역과 금융기관 계좌까지 연동되는 복잡한 서비스로 커졌다. 문제는 서비스가 너무 복잡해지고 기능이 많아지니 전에 이 기능을 왜 이렇게 설계하기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만든 사람들이 기억을 못하는 기능을 사용자가 쓸 수 있을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그동안 파트너 회사와 기획했던 (아까운) 강력한 가계부를 버리고 (파트너 수고에 대한 보상을 하고) 기획자 팀원에게 그동안 논의된 것을 기반으로 아주 쉽게 서비스를 처음부터 그려달라고 말했다. 그 후 탄생한 네이버 가계부는 사용자 통계 정보나 카테고리별 지출 분석 같은 기능도 있었지만 쉬운 사용성 덕에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 지인이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 초대되어 개발 바로 전 단계인 영어 학습 앱의 기획 마지막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회의에 가 보니 기본적으로는 잘 만들었는데 몇 가지 중요한 면에서 사용자 참여에 제약이 있어 의견을 내고 이후 더 많이 관여하게 되었다. 디자인과 개발 인력이 내부에 없어 아웃소싱을 하기로 하고, 디자인도 사용자 경험도 글로벌 인기 서비스의 수준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쓸 수 있는 개발비는 정해져 있는데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구하고자 주위 소개도 받아 가며 미국의 개발팀과도 연결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 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시장은 크지만 경쟁이 치열한 영어 시장에서, 몇 달을 사람들과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고민해 보니, 경쟁 서비스와 차별되는 특별한 강점이 없다’는 점이다. ‘일단 핵심 기능만 만들어서 시장에 내 놓고 고객 피드백을 받고 배우며 수정해 나간다’는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 정신이 맞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억대로 드는 개발비를 들여 일단 만들고 나서 아니면 다시 해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급하게 개발을 강행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어렵게 창업자에게 개발을 일단 보류하자고 이야기를 했더니 다행스럽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큰 돈이 나가기 전에 미리 이야기해 주어 고맙다고 한다. 원래 하기로 한 분야는 사업성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다른 사업 기회들도 알아보고 있는데 한 두 달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때 느낌을 무시하고 개발에 들어갔으면 분명 개발비를 날리고 성과는 별로 안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좀 다른 케이스지만 반품 수수료가 아까워 마음에 딱 들지 않는데 그냥 쓰기로 한 물건을 결국 별로 안 쓰고 버리게 되어 결국 훨씬 더 큰 낭비를 하게 되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닌 것 같아도 더 큰 손해를 볼 각오를 하고 강행해서 끝을 볼 것인지 (뚝심 있게 하다가 잘 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원통하고 아깝지만 그동안의 노력과 돈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갈 것인지’는 제품/서비스 개발, 커리어, 주식 투자 등 여러 상황에서 정말 고민되는 문제다.

핀테크 시대의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전략 (3) 플랫폼(Platform)

몇 년 전, 카카오가 돈을 붓기만 하고 벌지는 못하던, 다들 “저건 안돼” 하던 시절, 국민 대박 게임 “애니팡”이 나왔다. 불과 몇 년만에 이제 카카오가 뭘 한다고 하면 “어휴, 또 뭐가 나오네. 다 잡아먹네”라며 우려를 하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당시 애니팡이 성공한 직후, 카카오와 제휴하자는 게임이 200개가 줄 섰다는 이야기를 카카오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부럽다. 카카오의 서비스가 다 성공한 건 아니지만 일단 관심 갖고 써 보는 고객이 많으니 얼마나 유리한가. 보통은 고객에게 존재조차 알리기가 어려운데.

그런데 우리는 애니팡 게임사가 더 부러운가. 아니면 수백개 게임사가 줄 서는 카카오가 더 부러운가. 금융회사는 히트 상품에 관심이 많은데 금융에서의 플랫폼은 또 뭔가?

안타깝지만 내 생각에 한국의 금융 회사가 고객이 정말로 좋다고 느낄 정도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내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정부 규제도 많고 금융 회사의 디지털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니즈를 한참 뒤에서 뒷북치며 따라가는 식이 될 것 같다. ‘금융 분야는 원래 이런 거지’라고 생각하기엔 고객들이 요즘 너무 똑똑하고 바라는게 많다. 올해 말 한다는 인터넷 은행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하면 “왜 너네는 이렇게 안 해?”라고 이야기하는 고객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

“괜찮아, 우리에겐 핀테크 회사들이 있잖아.” 그런가? 고객은 많은데 혁신을 못하는 (아이디어도 없고 실행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들만큼이나,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다지만 핀테크 회사들도 고객 기반이 없어 생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금융회사가 자기가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도 없다) 몸집이 작고 가벼워 여러 가지를 막 해 볼 수 있는 핀테크 회사들이 연결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자신들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 많은 모바일 앱에서 지도를 직접 만들지 않고도 네이버 지도와 구글 지도를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처럼 금융회사도 핀테크 회사들이 가져다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과 연결될 부분들을 모듈화하고 어떻게 활용하라고 규칙을 정해 오픈해야 한다. 이게 보수적인 금융 분야에서 그나마 금융회사들이 혁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2016년 디지털 뱅킹 분야의 가장 중요한 빅 트렌드 Top 10 중의 1위도 ‘금융의 플랫폼화’이다.

물론 보안, 개인정보 이슈 등의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있지만, 우리가 안 해도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겠다는 경쟁자들이 나타나 우리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고생을 많이 한 보람이 있었던 게, 서울대학교 교수님들과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참석하신 발표 대회에서 내가 도와드린 분들이 1등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핀테크 시대의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전략 (2) 디지털(Digital)

이번에 글로벌 리서치 자료를 많이 읽으면서 공통적인 테마를 하나 찾았다. IT로 유명한 액센츄어(Accenture) 뿐 아니라 전략으로 유명한 맥킨지(McKinsey)도, 투자 은행 JP 모건(JP Morgan)도 다 똑같이 주장하는 바는, “디지털이 단순히 새로운 채널이 아니라, 고객과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자산관리 (Wealth Management), 프라이빗 뱅킹 (Private Banking) 분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그러하지만 금융회사들도 오랫동안 고객의 이익이 아닌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열심히 일했으니 (카드 많이 쓰는) 여행을 떠나라고 했지, 고객의 입장에서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충동구매를 피하고 현명하게 소비하라는 메시지는 준 적이 거의 없다. 돈이 있는데도 깜빡하고 돈을 넣어놓지 않아 연체가 될 것 같아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비싼 수수료를 물린다. 자신들의 영업 이익률이 떨어질까봐 고객과 약속한대로 운용을 하지 않고 고객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게 조절한다. 고객 수익률은 바닥인데 운용 보수나 수수료는 떼어간다. 이래서 금융 고객들이 금융회사의 ‘전문가’들을 믿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어려워졌다.

이제 글로벌 선두 금융회사나 핀테크 회사들은 전통적인 접근과 반대이자 원래 그렇게 했어야 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돈을 쓸 때마다 자동으로 계산해서 지금 재정상태가 괜찮은지, 오버해서 지출한 곳이 식비인지, 옷값인지도 알려주고, 이상한 소비 패턴도 경고해 주는 서비스, 저렴한 수수료에 소액 투자도 가능하며 투자 목적과 금액만 입력하면 전문가의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해 주고 365일 확인할 수 있고 중간에 수수료 없이 환매도 가능하게 해 주는 서비스들이 있다. 유명 금융회사 펀드 매니저는 아니지만 실력 있는 무림의 고수들을 소셜 네트워크에서 만나고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따라서 투자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들도 여럿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혜택은 많이, 가격은 낮게 하는 ‘가성비’ 좋은 서비스들이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이런 질문들을 해야 한다.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도구는 고객 그룹에 적합한가?’ ‘우리는 고객이 매일 경험하는 첨단 IT 기업의 디지털 경험과 유사한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가?’ ‘스스로 배우고 결정하려는 고객들에게 필요한 리서치나 교육 도구, 집단 지성 컨텐츠를 제공하는가?’ ‘고객, 자산관리사, 금융회사 간의 상호작용을 더 깊게 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고객을 참여시키는 신선한 방법을 제공하는가?’

(3편 플랫폼에서 계속)

핀테크 시대의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전략 (1) 라이프스타일(Lifestyle)

지난 달 서울대학교 MBA에 초대되어 디지털 금융 혁신(핀테크)을 위해 금융회사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특강을 했다. 오신 분들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그룹 중 하나의 계열사 지점장급 고참들. ‘그동안 이런 강의도 들어보셨겠지만 서비스를 만들어본 사람한테 들어본 적은 별로 없을 테니’라고 생각하고 최신 정보를 담아 준비하고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

강의가 끝나고 몇 분이 오셔서 인사를 해 주시고 따로 만나서 식사도 같이 하며 이 분들의 졸업 발표를 도와드리기로 했다. 처음엔 어느 정도 훈수만 두면 되겠거니 하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자존심 문제도 있고 (내가 도와드렸으니 잘 되어야 한다는) 해서 많이 관여하게 되었다. 나도 이번 기회에 예전 증권사에서 했던 자산관리 리서치를 다시 한 번 업데이트해 보자는 생각에 최신 글로벌 리포트수십개를 구해 읽고 (수 백 페이지를 읽어야 했다) 정리하고 함께 자료를 만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무 일도 안 하고 일주일을 집중해서 정리해 보았더니 신기하게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우리가 정한 방향성은 세 가지,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플랫폼”이다. 먼저 라이프스타일, 금융회사들은 고객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금융상품을 어떻게든 팔려고 푸쉬한다. 고객들은 금융상품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고 (전통적인 자금 설계 주제인 결혼, 집장만, 자녀 교육 뿐 아니라 여가생활, 건강, 새로운 학습, 의미 있는 삶 등의 다양한 관심사)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 선진 금융회사들과 국내 선진 기업들은 고객의 비금융 (금융이 아닌) 니즈,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하여 고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현대카드의 경우 라이프스타일이나 고객의 스타일별로 (여행을 많이 하는지, 쇼핑을 많이 하는지, 마일리지 같은 것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현금 할인을 바라는지) 혜택이 확실히 구별되는 카드 상품을 내놓고,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상품과 문화 마케팅 등을 하고 있다. 치아 보험으로 유명한 라이나생명의 경우도 50대 이상의 고객들에게 건강과 여행 상품을 연계한 ‘전성기’라는 무료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나의 글로벌 모회사는 여행 자회사를 가진 헬스케어 대기업 ‘시그나(Cigna)’란 회사이다. 삼성생명은 은퇴설계 연구소에서 글로벌의 방향성과 가장 잘 맞게 건강, 취미/여가 뿐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사회활동까지 고객들의 다양한 삶의 관심사를 스토리로 풀어가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라이프를 디자인하라는 메시지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나이와 자산 규모 등의 전통적 기준이 아닌, 생애 목표와 관심사에 기반해 고객을 분류하고 각 그룹마다 그 고객들에 특화된 상품, 가격,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바라고 걱정하는지를 알고 그 옆에 미리 가서 서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상품은 이런 기능이 있어요”가 아니라 “고객님, 이렇게 살고 싶으시죠?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라고 말해야 한다.

(2편 디지털에서 계속)

나이가 40인데 새로운 공부를 하는게 맞을까요?

요즘 만나는 분들 중에는 자기 회사에서 40대 직원들을 못 쫒아내서 난리라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 분들이 많다. 30대, 심지어 신입사원도 명퇴 명단에 포함시켜서 욕먹는 회사도 언론에 나오는데 40대는 놀랍지도 않다.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으며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들을 만나면서 ‘빅데이터 분석 (Data Analytics)’에 대한 수요가 정말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그 동료는, 안 그래도 빅데이터 MBA가 생겼던데 거기 지원을 할까 하다가 시간과 수천만원의 비용을 생각해 보니, 40대가 회사를 몇 년이나 더 다니겠다고 그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이나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

내가 말했다. “부장님, 옛날에 배운 걸로 여태까지 많이 써먹었습니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제 그걸로는 먹히지가 않고, 지금 상태로는 몇 년 안 남은게 맞죠. 그런데 앞으로 수요가 많을 새로운 공부를 해 놓으면 그 수요가 유지되는 15-20년 정도는 더 할 수가 있고, 공부 마치는 2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이 분야가 뜰 것 같으니 5천만원 들어도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걸 하면 커리어가 훨씬 길어지는데 연봉의 일부만 투자하면 되는데 하시죠. 저는 강력 추천합니다.”

“아, 그런가요?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네요. 다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볼게요.”

내가 다니는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의 평균 입학 나이는 50세다. 나의 입학 동기들 중 30%는 기업의 CEO, 30%는 임원, 나머지는 고참 부장급 형님들이었다. 학교의 최고령 박사과정 취득자는 75세라고 한다. 기업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이룬 이 분들이 왜 다시 공부를 하러 학교에 와서 몇 년을 고생하는 것일까? 100세 인생 중 (돈이 많아서 놀아도 되는 분들도) 70-80까지는 현직에서 일을 하고 싶고 자신들이 누린 것을 베풀기 위해 공부를 더 해서 후학을 키우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또 다른 친구는 40대 중후반의 나이에 금융 분야의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을 주로 공부하는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 과학도 배울 거고 요즘 인기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로봇이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이 정해진 룰과 모델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것, 사람보다 냉정하게 투자할 수 있다)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긴 과정이고 교수님들도 공부해 가며 가르치는 초창기라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시장에서 보기 힘든 전문가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이 친구는 입학하길 잘 했다며 매우 만족해 한다.

‘나이가 40인데 뭔 또 공부냐’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께,

Think again.

뽑기 힘든 디지털 인재, 이런 마음으로 대하자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의 최고 리더들은 다들 TV나 신문에 나와서는 디지털 분야에서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혁신을 외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은 옛날 그대로다. 사람 뽑는 방식도 금융이나 제조업이나 유통업이나 똑같다. 새로운 분야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 우리 조직에 없으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디에서 확보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일단 잘 모르니 헤드헌팅 회사를 고용한다. 써치펌 컨설턴트들도 디지털을 대부분 모르니 인재를 잘 찾지도, 검증하지도 못하여 시간이 지나도 적임자가 없다는 이야기만 듣게 된다. 하다 하다 역시 지인 소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소개를 부탁한다.

내게도 핀테크를 비롯해 디지털 인재를 구해달라고 각종 회사에서 부탁이 많이 온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서 같이 일하던 후배에게 전화하고 설득해서 소개해 주면, 만나보고 괜찮은지 검증하고 자기네가 안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 특별 대우를 해서라도 데려가야 새로운 시도를 할텐데, 실상은 만나기도 전에 이렇게 말한다. “일 잘 하고 훌륭한 친구라고는 하는데, 대학 학벌이 좀 별로네. 우린 SKY 안 나오면 위로 올려서 승인받기가 좀 어려운데”라고 한다.

“너희한테 필요한 건 최고 스펙이 아니고 (그런 사람은 그 회사에 이미 많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실제 능력이야”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냥 ‘관둬라. 너희가 무슨 혁신이냐. 맨날 그렇게 하다가 정말 혁신적인 회사가 너네 자리 다 없애버려야 정신차리지. 그때 호들갑 떨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말하고 끊기도 한다. 자리를 소개했던 후배에게는 미안하게 되었다고 내가 말해야 한다. 이런 회사에는 다시는 좋은 친구 소개 안 해 준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잘 나가는 대기업 금융회사들 중에 이런 곳이 많다. 안 그래도 정부 규제 많지, 사람들 디지털 하나도 모르지, “잘 모르겠어. 버틸 때까지 버티면 하다가 접을 거야” 이러면서 안 도와주는 조직의 관성 때문에 외부에서 날고 기는 인재가 와도 일 하기 어렵다. 최고 리더가 작정하고 밀어줘도 그렇다. 이래서 외부에서 스타라고 불리는 핵심인재를 데려와도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우리가 모르는 이 새로운 디지털이라는 분야의 역량, 이거 어떻게 하면 갖출 수 있는 거야? 누구랑 이야기하고 누구한테 뭘 물어봐야 돼?”부터 고민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여러 전문가를 소개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회사에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방법을 택하면 된다. (그것도 실제 그렇게 될지는 막상 해 봐야 안다.) 이야기할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들을 피하고, 이야기할수록 내 머리가 깨끗해지고 정리가 되면서 앞이 잘 보이게 해 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우린 대기업이잖아.” “우린 안정적인 은행이잖아.” “돈 많이 주면 올 거야.” “우리 회사에 다들 못 와서 난리야.” 이런 회사들이 갖고 싶어하는 디지털 인재들은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르는 회사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동료들이 그런 회사에 들어가서 고생만 하다가 뜻을 펼치지 못하고 죽어 나온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인재들은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를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조직에 있는지가 회사를 옮길 때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 중 하나이다.

디지털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고 싶다면 실제 우리가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이들과 대화가 되고 이들의 뜻을 펼칠 수 있게 이 분야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오, 이런 대기업에서 이 정도 마인드가 있다니. 그럼 이 사람들하고 한 번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가족 같은 동료들과 이 회사에서 계속 오래 가고 싶으면 혁신을 이끌 인재들이 우리 자리를 뺏을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자리를 더 오래 지켜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도와주자. 우리와 다른 또라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도 낙인찍지 말고 지켜보자.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만큼 고객 서비스에도 신경써야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때는 인터넷 쇼핑을 많이 했다. 어디서 사도 똑같은 제품인 책의 경우 서점에 가지 않고 거의 온라인 서점 (Yes24, Amazon)에서 산다. 그래서 영화의 프리뷰처럼 최고의 페이지만 모아놓은 ‘미리보기’와 목차, 소개글만 보고 샀다가 실패한 책도 좀 된다. 옷과 신발은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쇼핑을 많이 하다보니 예전보다 많이 성공률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옷과 신발은 재질과 사이즈, 착용했을 때의 느낌이 조금씩 달라 오프라인보다 만족도가 떨어진다.

요즘 가장 자주 들어가서 보는 사이트는 LG패션 온라인 몰인 LFmall이다. 제일모직과 함께 가장 유명한 패션회사라고 하던데 이전 회사에서 모시고 일했던 친한 형님들이 고위 임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의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를 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연말에 우연히 좋은 제품을 아주 좋은 가격에 사고 그 후에도 ‘득템’을 하기 위해 종종 들어가서 보다 보니 쿠폰과 마일리지 행사 등을 자주 한다. 그것도 며칠에 한 번씩, 들어갈 때마다 뭔가 컨셉을 만들어 새로운 제안을 해 주는데 신선하고 좋다. 제 값 주고 산 사람들이 불평할 정도로 잘 보고 있으면 좋은 기회가 종종 온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거의 매일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고 리뷰에 써 있다. 회원들이 꽤나 적극적으로 리뷰도 많이 남긴다. 사이즈나 스타일이 브랜드마다 다르기 때문에 입어 보고 사야 좋겠지만 온라인 몰에서 그러긴 어려우니 상세한 구매 후기를 꼼꼼하게 읽어본다. “아버지한테 사 드렸는데 가볍고 편하다고 하시더라” 등의 리뷰는 더 눈에 잘 들어온다. 2016년 연초에 실시한 16명한테 준다는 아침 10시, 오후 4시에 두 번 주는 16% 할인 쿠폰인가는 KTX 명절 예매만큼이나 빨리 1-2초 만에 매진이 된다. 아예 접속이 안 될 때도 많다. 대단하군. 패션 사이트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

그런데 몇 가지는 개선할 점이 보인다. 아이패드에서 브랜드, 옷 종류 등 세부 선택을 위해 카테고리 선택을 하며 좁혀 들어올 때 화면이 한 번 깜빡 하고 다시 눌러야 하는 경우가 있어 불편하다.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또 고객 리뷰를 읽다 보면, 좋은 재질의 좋은 상품들에 가격도 좋다며 칭찬하는 글이 많은데, 가끔 품질 검수가 잘 안 되어 배송되었다는 글이 보인다. 포장을 제대로 안 하고 먼지 묻은 상태로 보냈다든가, 누가 입어본 것 같다던가, 주머니에 영수증이 들어있다든가 하는 옷의 기본 상태도 점검하지 않고 출고가 된 옷들이 있다는 글도 있다. ‘이게 내가 한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들어가서 본 이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로군’이란 생각을 하며 임원 중 한 형님께 알려드렸다. “본사에서만 발송하는게 아니라 전국 각 지점에서 옷을 찾아 보내는 경우가 있어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하더라고”라는 대답을 듣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러면 고객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댓글 신고처럼 쉽게 본사로 클레임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주고 그 옷이 어디서 발송되었는지를 추적해서 그런 일이 줄어들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사이트는 이 형님들이 입사하기 전에 만들어진 상태로 아직은 운영되고 있어서 그럴 텐데 좋은 사용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고객 서비스’라는 것을 고객이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회원이 되려 찾아온 고객이 그냥 떠나는 이유

반가운 지인으로부터 카톡 문자가 왔다.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신규 앱을 출시하게 되어 지인 분들께 설치를 부탁드립니다. 이 앱을 설치하시면 추첨을 통해 OO커피를 한잔씩 드립니다. (중략) 추천인 사번을 꼭 입력해 주십시오. 12345입니다.” 이런 문자다. 금융회사가 앱을 출시한 후 프로모션을 통해 임직원들의 지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옛날 신용 카드나 새로운 금융 상품이 나왔을 때 임직원 프로모션을 걸어 한 명당 몇 개씩 가입시켜와라라는 방식을 많이 썼었는데. ‘아직도, 디지털 세상에서도 이렇게 임직원들에게 강매하듯 프로모션을 해서 실적을 올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케팅 부서의 한 임원이 “임직원 프로모션 한 번 돌려”라고 말하고 그게 전 임직원들에게 전달이 된 게 아닐까. 상세히 알 수는 없지만 지인과 친한 사이이니 이 정도 수고야 뭐 별 거 있겠나 싶어 “알겠습니다. 설치할게요.”라고 답변하고 들어간다.

카톡 메시지에 같이 들어있는 링크를 누르니 설치 페이지로 이동한다. 설치는 쉽다. 설치 후 회원가입 화면에 들어왔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화면이다. 검은색으로 써 있어도 잘 보일까 말까 한 작은 화면인데 메시지가 회색이다. (나는 아직도 손에 쏙 들어오는 아이폰 5를 쓴다)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봐야 보인다. 겨우 입력을 하고 아래 비밀번호 설정을 하려는데 아니, 글자가 안 보인다. 키보드가 ****로 표시되는 비밀번호 입력칸을 가리고 있다. 입력할 때 잠깐 보여주는 알파벳도 없다. ‘뭐야 이거. 맞게 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 잘못되면 다시 쳐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참고 입력을 한다. 겨우 입력을 했다. 확인을 누르니 입력한 글자수가 보인다. ‘아, 한 자 더 쳤다’ 다시 입력을 하려 하니 키보드가 한 칸 내려가 있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 키보드가 다 나오게 겨우 맞췄다. 입력을 다시 하는데 보니, 기존 키보드와 한 칸씩 다르게 (SDF가 있지 않고 WER 아래 있지 않고 ERT 아래 있다) 입력 실수를 유발한다. 완전 짜증이 나는데 또 참고 확인을 누른다. 마지막 화면, 추천인의 사번을 입력하라고 한다. ‘어? 사번이 뭐였지? 5자였던 것 같은데.’ 아까 문자로 받지 않고 카톡으로 받은 기억이 난다. 카톡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니 입력 화면이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없이 맨 위 왼쪽 화살표 (<-)를 눌렀다. 아까 그 메시지가 보인다. 사번은 알았는데 아까 그 화면은? 다시 처음부터 가입해야 한다. 이제 정말 욕이 나왔다. “이런 OO들. 이따위로 서비스를 만들고 지인들한테 가입을 하라고 하다니!”

처음 알려준 지인의 부탁으로 회원가입을 하려 했는데 서버 에러를 포함해 세 번을 하다 화만 나고 포기했다. “안해!” 화난 상태로 지인에게, “이거 누가 만든 거에요? 테스트도 안 해 보고 이런 걸 해 보라고 하다니 다른 사람들은 짜증 안 내던가요?” 지인이 미안해하며, “죄송해요. 다들 짜증내세요.” 일단 그날은 다시 하지 않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2주 후 그 회사의 다른 지인이 똑 같은 카톡 문자를 보내 부탁해왔다. 몇 번 해 본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사번을 복사해 놓고 시작했다. 2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회색 글자, 키보드 문제가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겨우 겨우 어렵게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마쳤다. 지인에게 회원가입도 이렇게 어려운데 서비스가 어떻게 잘 되겠냐고 꼭 고객 경험을 다시 살펴보시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물론 전달은 안 되었을 것이다.

이게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은행 중 한 군데의 수준이다. 이 회사의 고위 임원은 금융 혁신을 외치는데 실제 고객이 만나는 앱을 만드는 조직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쓰는 화면 작은 아이폰 5에서 회원 가입 기능을 만들고 나서 테스트도 제대로 안 해 본 것 같다. 이래서는 성공할리가 없다.

부탁한 지인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바쁜 시간을 내서 자사의 회원이 되겠다고 들어온 잠재고객에게 이런 짜증스런 경험을 주어 그들이 떠나가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은 그 회사가 만든 다른 서비스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고객의 시간과 관심은 웬만한 돈으로는 살 수 없다. 진정으로 고객을 신경 쓰는 마음과 이런 고민까지 했나 싶은 감동스런 고객 경험만이 살 길이다.

빅데이터, 무엇이 중요한가?

빅데이터, 빅데이터 이 단어도 너무 많이 들으니 이제는 별 느낌이 없을 정도다. 빅데이터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졌는가?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중요하다고 하니까, 그리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들에 관심이 많나 궁금해 하다가 TV에서 지난 한 주 동안 가장 인기있었던 키워드 등의 데이터를 보여주니 신기하다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요즘 회사들마다 빅데이터에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경영자이건 실무자이건 일을 할 때 이렇게 할지 저렇게 할지 결정해야 할 때 감이나 경험에 의존하던 것을 이제는 데이터, 특히 고객의 행동과 관련된 데이터를 검증해 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빅데이터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다. 고객이 디지털 채널에서 어떤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구매하고 반품했는지 데이터를 모아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상품을 언제 주로 사는지, 보긴 하는데 사진 않는건지 등을 실제 고객의 디지털 흔적을 통해 분석하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해 제안하려 하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미국 아마존이 이걸 제일 잘 한다.

8년 전, 네이버 가계부를 만들 때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카드 사용 내역을 업로드했을 때 모이는 수많은 고객 지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들이 앞으로 필요로 할 것을 다 제안하자는 아이디어를 회장님께 제안해서 승인을 받았고, 그 후에는 금융 외의 업종에서도 우리가 제일 많이 가지고 알고 있는 디지털 흔적을 분석해 그 데이터에서 나온 의미 있는 통찰을 고객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그 업종 기업들에게도 판매하자는 비전도 제안했다.

요즘 고객사 담당자들과 디지털 분야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윗분들이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잘 몰라서 일단 빅데이터 사업자들을 불러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다들 “우리 솔루션을 사면 됩니다, 비용은 얼마입니다”라는 이야기만 한다고 한다. 물론 빅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저장할지, how가 중요하지만, 왜(why), 무엇(what)을 정하지 않으면 정작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결정은 자신의 비즈니스와 고객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고객사가 정해야 한다.

이제 업에 대한 지식(domain knowledge)을 가진 사람이 분석 기법을 배워 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하고 그 데이터를 쌓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가설이 맞는지 해 보고 모델을 또 수정하고 하는 일을 계속 해야 한다. 이제 미국 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데이터 과학 (Data Science), 데이터 분석 (Data Analytics) 등의 이름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교육 과정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R이나 Python 등 관련 통계 패키지나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책과 동영상 자료도 많아졌다.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놓고 “나중에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 말고 고객 스스로도 공부를 좀 하자.

디지털을 모르는 상사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면?

요즘 핀테크를 포함해 디지털 인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좋은 인재를 좋은 회사에 소개해 주면 양쪽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보람되기도 하다. 다만 이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윗분이 이 분야를 너무 모르셔서 정말 말이 안 통합니다.”

“윗분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써서 정작 혁신에 쓸 에너지가 없습니다.“

“팀장님과 일하는 것은 괜찮은데 팀장님과 부장님이 사이가 너무 안 좋습니다. 부장님께서 디지털을 잘 모르셔서 상무님한테 인정을 못 받으시고, 상무님이 말 통하는 팀장님에게 직접 일을 주시면서 팀장님 부장님 사이가 더 벌어졌어요.”

“저런. 그렇구나. 너 참 갑갑하겠다” 혹은 “좋은 회사 소개해 줬으니 알아서 살아라”라고 하고 전화를 끊기엔 석연치 않다. 중매를 섰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내가 소개해 줬는데 잘 살게 해 줘야지.

“그럼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니?”

“예, 저는 팀장님하고만 맞추고 팀장님이 부장님하고 잘 맞춰오시길 바라고 있죠. 그런데 오늘도 한 판 하셨어요.”

“지금 문제의 근원이 부장님이 이 분야를 잘 모르셔서 헛다리를 짚으셔서 그러는 것 아니냐. 부장님께는 누가 디지털을 좀 가르쳐 드리고 있니?”

“아니요.”

“공부는 따로 알아서 좀 하시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야! 너랑 너네 팀장님은 뭐하는 거야. 가서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면서 이쪽을 이해하게 만들고 아이디어를 같이 가지고 들어가서 상무님을 설득하면 될 것을, 부장님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만 하고 부장님이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또 상무님 만나게 하니까 자꾸 이러는 것 아냐. 팀장님한테 가서 말해.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자고. 그리고 부장님이 모르시니 가르쳐 드리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할 수 있으니 디지털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할 건데 부장님도 오셔서 같이 들으시면 어떻겠냐고 해.”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해 볼게요.”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이고, 대상이 부장님이건 사장님이건 똑같다. 그 분이 이 분야를 몰라서 일이 잘 안 되면, 알려 드려야 하고, 상사가 공부를 안 하시면 부담스럽게 두꺼운 책이나 자료만 갖다 드리지 말고 (바쁘시니)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을 표시해서 그 부분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하고 다시 가서 어땠냐고 묻고 중요한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 중학교 졸업 후 갑자기 어려워진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의 심정으로, 기운을 북돋아드리며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고 좀 더 깊은 내용을 함께 공부하자. 그 분은 늦게 배워 잘 몰랐던 디지털 분야에 대해 새로 눈뜨며 자신감도 찾고 우리 일도 더 잘 돌아가게 지원해 줄 것이며, 자신을 도와주고 가르쳐 준 과외 선생님인 우리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된다. 우리 커리어가 잘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