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40인데 새로운 공부를 하는게 맞을까요?

요즘 만나는 분들 중에는 자기 회사에서 40대 직원들을 못 쫒아내서 난리라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 분들이 많다. 30대, 심지어 신입사원도 명퇴 명단에 포함시켜서 욕먹는 회사도 언론에 나오는데 40대는 놀랍지도 않다.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으며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들을 만나면서 ‘빅데이터 분석 (Data Analytics)’에 대한 수요가 정말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그 동료는, 안 그래도 빅데이터 MBA가 생겼던데 거기 지원을 할까 하다가 시간과 수천만원의 비용을 생각해 보니, 40대가 회사를 몇 년이나 더 다니겠다고 그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이나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

내가 말했다. “부장님, 옛날에 배운 걸로 여태까지 많이 써먹었습니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제 그걸로는 먹히지가 않고, 지금 상태로는 몇 년 안 남은게 맞죠. 그런데 앞으로 수요가 많을 새로운 공부를 해 놓으면 그 수요가 유지되는 15-20년 정도는 더 할 수가 있고, 공부 마치는 2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이 분야가 뜰 것 같으니 5천만원 들어도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걸 하면 커리어가 훨씬 길어지는데 연봉의 일부만 투자하면 되는데 하시죠. 저는 강력 추천합니다.”

“아, 그런가요?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네요. 다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볼게요.”

내가 다니는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의 평균 입학 나이는 50세다. 나의 입학 동기들 중 30%는 기업의 CEO, 30%는 임원, 나머지는 고참 부장급 형님들이었다. 학교의 최고령 박사과정 취득자는 75세라고 한다. 기업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이룬 이 분들이 왜 다시 공부를 하러 학교에 와서 몇 년을 고생하는 것일까? 100세 인생 중 (돈이 많아서 놀아도 되는 분들도) 70-80까지는 현직에서 일을 하고 싶고 자신들이 누린 것을 베풀기 위해 공부를 더 해서 후학을 키우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또 다른 친구는 40대 중후반의 나이에 금융 분야의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을 주로 공부하는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 과학도 배울 거고 요즘 인기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로봇이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이 정해진 룰과 모델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것, 사람보다 냉정하게 투자할 수 있다)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긴 과정이고 교수님들도 공부해 가며 가르치는 초창기라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시장에서 보기 힘든 전문가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이 친구는 입학하길 잘 했다며 매우 만족해 한다.

‘나이가 40인데 뭔 또 공부냐’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께,

Think again.

뽑기 힘든 디지털 인재, 이런 마음으로 대하자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의 최고 리더들은 다들 TV나 신문에 나와서는 디지털 분야에서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혁신을 외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은 옛날 그대로다. 사람 뽑는 방식도 금융이나 제조업이나 유통업이나 똑같다. 새로운 분야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 우리 조직에 없으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디에서 확보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일단 잘 모르니 헤드헌팅 회사를 고용한다. 써치펌 컨설턴트들도 디지털을 대부분 모르니 인재를 잘 찾지도, 검증하지도 못하여 시간이 지나도 적임자가 없다는 이야기만 듣게 된다. 하다 하다 역시 지인 소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소개를 부탁한다.

내게도 핀테크를 비롯해 디지털 인재를 구해달라고 각종 회사에서 부탁이 많이 온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서 같이 일하던 후배에게 전화하고 설득해서 소개해 주면, 만나보고 괜찮은지 검증하고 자기네가 안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 특별 대우를 해서라도 데려가야 새로운 시도를 할텐데, 실상은 만나기도 전에 이렇게 말한다. “일 잘 하고 훌륭한 친구라고는 하는데, 대학 학벌이 좀 별로네. 우린 SKY 안 나오면 위로 올려서 승인받기가 좀 어려운데”라고 한다.

“너희한테 필요한 건 최고 스펙이 아니고 (그런 사람은 그 회사에 이미 많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실제 능력이야”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냥 ‘관둬라. 너희가 무슨 혁신이냐. 맨날 그렇게 하다가 정말 혁신적인 회사가 너네 자리 다 없애버려야 정신차리지. 그때 호들갑 떨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말하고 끊기도 한다. 자리를 소개했던 후배에게는 미안하게 되었다고 내가 말해야 한다. 이런 회사에는 다시는 좋은 친구 소개 안 해 준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잘 나가는 대기업 금융회사들 중에 이런 곳이 많다. 안 그래도 정부 규제 많지, 사람들 디지털 하나도 모르지, “잘 모르겠어. 버틸 때까지 버티면 하다가 접을 거야” 이러면서 안 도와주는 조직의 관성 때문에 외부에서 날고 기는 인재가 와도 일 하기 어렵다. 최고 리더가 작정하고 밀어줘도 그렇다. 이래서 외부에서 스타라고 불리는 핵심인재를 데려와도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우리가 모르는 이 새로운 디지털이라는 분야의 역량, 이거 어떻게 하면 갖출 수 있는 거야? 누구랑 이야기하고 누구한테 뭘 물어봐야 돼?”부터 고민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여러 전문가를 소개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회사에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방법을 택하면 된다. (그것도 실제 그렇게 될지는 막상 해 봐야 안다.) 이야기할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들을 피하고, 이야기할수록 내 머리가 깨끗해지고 정리가 되면서 앞이 잘 보이게 해 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우린 대기업이잖아.” “우린 안정적인 은행이잖아.” “돈 많이 주면 올 거야.” “우리 회사에 다들 못 와서 난리야.” 이런 회사들이 갖고 싶어하는 디지털 인재들은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르는 회사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동료들이 그런 회사에 들어가서 고생만 하다가 뜻을 펼치지 못하고 죽어 나온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인재들은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를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조직에 있는지가 회사를 옮길 때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 중 하나이다.

디지털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고 싶다면 실제 우리가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이들과 대화가 되고 이들의 뜻을 펼칠 수 있게 이 분야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오, 이런 대기업에서 이 정도 마인드가 있다니. 그럼 이 사람들하고 한 번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가족 같은 동료들과 이 회사에서 계속 오래 가고 싶으면 혁신을 이끌 인재들이 우리 자리를 뺏을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자리를 더 오래 지켜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도와주자. 우리와 다른 또라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도 낙인찍지 말고 지켜보자.

실험조차 하지 못하는 리더는 자리를 내놓아야

나도 직접 경험해 보았고 주위에서 상담도 많이 받아본 이야기, “상사가 매번 리서치만 시키고, 이야기만 듣고 진행을 안 합니다.”

예전엔 “네가 아직 상사를 설득할 만큼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준비하지 못했겠지. 많이 가르쳐 드리고 조그맣게 실험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면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냐. 그렇게 해봐.”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안을 들고 가도, 그 안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리더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분들은 지나치게 소심해서 위에서 정해준 일 외에는 일을 만들거나 위험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원래 성향이 그럴수도 있고 그 동안의 직장 경험에서 위험을 감수했더니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괜히 손해만 나더라라는 선배들의 케이스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이런 분들이 고위 임원일 경우 자기 혼자 일로 끝나는게 아니라 조직원들과 회사까지 손해를 보는게 문제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리스크가 있다며 우리와의 제휴를 계속 피하던 파트너 금융회사 팀장님한테 “리스크가 있는 건 맞지만 팀장님이 안 하셔도 저희와 제휴하는 경쟁사가 나올 거고 팀장님 윗분이 넌 뭐했냐 하실 텐데 그건 리스크 아닙니까”했더니 그제야 제휴를 하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명분 때문에 잘 안 될 것을 알면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실리를 중요시하는 요즘은 투자대비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으면 투자금을 포기하고 될 만한 일을 다시 하는 조직도 많다.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을 본받아 필수 기능만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실험해 보면서 피드백 받고 수정해 나가면서 그 학습 경험을 조직에서 공유하고 자산으로 만들면 그 과정이 의미 있는 고생이 된다. “그래, 그런 건 안 먹히는구나, 이번엔 이렇게 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알아보자라고 리서치만 시키고 “그렇구나. 잘 봤어”하고서 실제 일은 아무 것도 진행을 하지 않으면 조직원들도 (어차피 진행 안 될 거니까) 그 다음 일에 힘을 쓰지 않고 대강 시늉만 해서 가져온다. 결국 그 리더는 자신의 무덤을 (심하면 조직원과 함께 빠질 무덤까지) 파게 된다.

실제 조직에서는 상사가 일을 진행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의 상사에게 올라가서 하자고 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 말고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조정할 수 있게 조직의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 회장님 같은 꼭대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뭘 해 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실험도 안 해 보고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다고 하면서 위 눈치만 보는 임원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주겠는가. 이런 사람인 것 같으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안 되면 자리를 내놓게 하고 일을 잘 할 사람을 발탁해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일하려 하는 조직원들을 경쟁사로 빼앗기지도 않고 조직도 죽지 않는다.

젊은 세대의 참신한 감각을 활용하고 싶다면?

똑똑하고 훌륭한 젊은 친구들이 회사에 많이 들어왔다던데 올라오는 아이디어는 왜 매번 비슷할까?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20대 젊은 고객들이 사용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서 최종 결정은 서비스를 써 보지도 않고 이 고객층을 이해하지 못하는 50대 임원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객들과 같은 세대로서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젊은 직원들이 이런 게 좋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내면 위로 올라가면서 팀장선에서, 임원선에서 ‘윗분들’이 좋아하시는 서비스나 컨텐츠로 바뀐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서비스나 컨텐츠는 젊은 고객들이 보기에는 전혀 자기들과 맞지 않고 ‘이건 뭐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스펙 좋고 똑똑하긴 한데 헝그리 정신도 없고 그리 열심히 일하지도 않아.  칼퇴근과 연봉에만 관심이 있고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리더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본 젊은이들 중에는 칼퇴근이나 연봉보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밤새워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계속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이런 친구들은 돈보다는 자부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일에 대한 의미 등에 더 많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은데, 회의 시간엔 “요즘 젊은 친구들이 감각이 좋잖아, 이 친구들 아이디어 좀 들어보자고”하던 리더들이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애들 이야기’라며 무시하고 “위에서 이걸 좋아하실 것 같아”하면서 자기가 정해버릴 때 그들의 참신한 감각과 열심히 일하려고 했던 의지,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 등은 사라져 버린다.

기업의 리더분들께는 이런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다.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는지 면밀히 알아보고 그렇게 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젊은 고객들은 한 번 ‘뜨악’하고 놀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며, 회사에는 뭐가 문제였다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20대의 사용자들을 잡고 싶으면 20대가 많은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과정을 도와주며 성과로 이야기하면 된다. 목표 고객과 소통하지도 않는 50대 본부장이 예전 감성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만을 이야기할 때 회사가 망가지고 조직원들이 죽어나간다.

CEO들의 최대 고민, ‘성장’

9월은 기업 창립기념일이 많은지 큰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몇 주년, 몇 십 주년 행사를 하는 회사들 몇 군데에 초대되어 강연을 하러 갔다. 회사에서도 돈을 많이 들여 전 임직원이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는 행사들은 그 중요도 때문에 회사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주시고 이번 행사는 이런 의미가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그 와중에 중견 기업의 CEO 분들을 몇 분 뵙고 사전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 기업들의 상황이 놀랍게도 너무나 비슷하다.

기업의 CEO들의 최대 관심사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과 ‘혁신’. 가정의 경제도 그렇지만 기업들도 겉으로 보기보다 눈에 안 보이는 돈이 많이 든다. 지금 인원을 유지만 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만큼 성장해야 하는지는 몇 번 계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성장해야 다들 자리를 지키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알려주고 같이 열심히 뛰게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 년 전 잡코리아 광고(https://www.youtube.com/user/jobkoreatv, 시리즈 모두가 재미있다) 중에 사장편이 있었는데 사장님 혼자 3천 프로 성장하자며 북을 치는데 직원들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힘 빠진 손을 힘겹게 겨우 든다.

“사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희가 볼 땐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 하는 거거든요.”라는 임원들, 팀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들으며 그들에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걸 공감하고 열심히 달리게 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몇 년간 매년 24% 성장을 하던 시절, 같은 24%인데 (매출이 매년 늘어나니) 다음 해의 목표 절대량은 매년 늘어났다.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들고 와서 할 수 있다고 외치던 상무님께 대들지는 못하고 ‘저 숫자를 어떻게 달성해? 말도 안 돼.’ 하던 우리를 모아놓고 상무님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데 2배의 물이 필요하다면 2배 빨리 길어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20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두레박이 아닌 펌프 트럭을 가져오든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때 ‘오,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럼 어떤 방법을 써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성장에 목숨을 건 사장님들(대리 과장들과 달리 사장님들의 목숨은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은 “가능하다, 기운 내라”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다른 생각과 시도를 하도록 지원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조직에 쌓고 성공의 방법을 찾는 여정에 앞장서야 하고, 임직원들은 사장님 혼자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 걷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게 하지 말고 같이 손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자. 밀지 말고.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어떻게 개선하는가?

얼마 전 여러 금융 회사(보험, 카드, 증권, 자산운용사)에서 오신 전략 부서 차 부장급 멤버들을 모시고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미니 워크샵 형식의 특강을 진행했다. 두 달 전에 했던 내용에 대해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한 번 와서 심화학습을 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처음엔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반갑기만 했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같은 청중에게, 전에 들어본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하는데다, 2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업무에 도움될 뭔가를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구성할지,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꺼내놓고 이 책 봤다, 저 책 봤다 하는데 시간만 가고 정리는 잘 안 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이분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뭘까?’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일은 아니고, 회사의 방향을 짜야 하는 전략 부서 분들이니, 디자인, 개발 등 프로젝트의 깊은 부분을 다루면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해외 선진 사례만 많이 보여드려 봤자 ‘뻔한 얘기네’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낄 상황이다.

‘그래, 전략가들이니 전략적 고민을 놓고 그걸 함께 푸는 걸 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실제 회사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상황을 놓고 조 단위로 고민하고 발표하기로 했다. 이런 건 많이 해 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동안의 고민들을 보여달라고 했다. ‘고생해서 준비해 왔는데 비슷한 걸 미리 해 봤으면 김새는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다행이다. 내가 준비한 것들과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등장하는 일반적인, 경영학 책에 나오는 멋진 단어들만 몇 개 써 있고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니 이런 걸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여러분, 이 정도로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습니다.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제가 준비해 온 서비스 아이디어를 먼저 예로 보여드릴 테니 이 정도로 고민하고 써 주셔야 합니다.”라고 하고 준비한 5개 아이디어 중 하나를 오픈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매년 이 회사와 계속 거래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고객이 실제 사고를 당했을 때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불편함과 불안함을 고객으로 빙의해서 (나도 고객이니까 그 심정을 안다) 이야기하고 ‘왜 이런 걸 안 해 주나?’라고 생각되던 것을 하나씩 서비스로 제안하는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이와 유사하게 고민해 달라고 했다.

고민하고 토론할 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증권/자산운용사 분들도 보험 비즈니스에 대해 꽤나 깊이 고민하고 당장 회사에 제안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고, 업의 전문가인 보험사 분들은 역시나 가장 깊이 있는, 다음 날 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시작하기 전에 봤던 그 동안 많이 연습했다던, 많이 보던 단어들 한 두 개 적힌 혁신 아이디어가 아닌, 고객이 정말로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진정한 고객 가치 사이에서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까지, ‘야, 똑같은 분들이 맞나? 어떻게 30분 만에 이렇게 수준 차이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놀랐지만 오신 분들도 스스로 뿌듯해하며 말씀하신다.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이 제일 빡센 것 같아요.” “예, 저도 이 5가지 아이디어 준비하느라 2주 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중요하다고 요즘 어디서나 이야기하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면 까다로운 고객으로 빙의해서 그 고객의 삶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라이프스타일, 경제적, 심리적 측면까지 아주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까다로운 고객이 화를 내지 않고 ‘너희가 이렇게까지 하니 내가 참아야지. 고생한다’ 라는 마음이 들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 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자꾸 연습하면 보수적인 회사들도 얼마든지 혁신을 할 수 있다.

다 잡은 핵심인재를 놓치는 이유

삼고 초려했다. 임원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해서 바빠죽겠는데도 시간 내서 대리, 과장도 찾아가서 영입한다.

그 친구가 오면 이 일을 맡기면 되겠다 조직도의 사각형을 하나 더 채우고 흐뭇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사부에서 연락이 온다.

“상무님, OO회사, 이 과장이 안 온다는데요.”

“예? 언제요? 언제 버전인가요? 제가 그저께 만나서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까 메일 와서 안 온답니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 아이가 실제로는 마음도 없었으면서 나한테는 생글거리면서 어려운 대답을 피한 건가?’ 오만 가지 생각이 난다. 메일을 전달 받았는데 마음을 바꾼 큰 이유도 없어 보인다. 뭐지? 뭐지?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전화를 한다. 전화를 안 받는다. 두 번째 전화에 겨우 답을 한다. “제가 전화를 못 봐서요.”

“아니, 이 과장, 그저께 오기로 했잖아. 무슨 일이야?”

“생각해 보니까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곤란한 건 아는데 나도 사정을 알아야 우리 프로세스가 잘못되었으면 고칠 거 아닌가. 얘기라도 해 줘.”

“사실은요, 마음을 정하고 인사부랑 조건 협의를 하는데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저 여기서도 연봉도 좋고 여러 조건이 좋거든요. 꼭 이직을 할 필요도 없는데 상무님이 같이 일하자고 해 주셔서 같이 할까 했는데, 채용 조건이 좀 부실해서 제가 몇 가지 더 해 달라고 했더니, [과장님이 오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저희 회사는 규정이 원래 이래요. 다들 그 정도로 수긍하고 들어오세요. 그리고 휴가랑 인센티브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시는 거에요.] 이러는 거에요.”

“아니, 휴가는 여기도 있는 거고 인센티브는 회사 사정으로 안 주면 그만인데 그걸 어떻게 비교라고.. 그리고 제가 언제 먼저 가겠다고 했나요? 회사의 얼굴인 인사부가 이런 정도면 회사 분위기 알 만 한 것 같아서 안 가려고요.”

엄청나게 당황스럽다. 인사부가 내 소관이면 불러다가 난리라도 쳐야 하는데.. 일단 이 과장을 달랜다. “이 과장, 원래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는 게 인사부 일이잖니. 말을 좀 더 기분 좋게 했어야 하는데 그건 잘못되었다. 그런데 일은 나랑 할 거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고 여기 와서 좋을 일도 많을 거야.”

“상무님이 정 그러시니 그럼 한 번만 더 생각해 볼게요.”

운이 좋으면 마음을 돌려 입사하겠지만, 인사부가 회사 규정 운운하며 기분 상하게 해서 입사를 포기하는 핵심인재들도 종종 있다. 핵심인재들의 마음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성과를 많이 내는데 왜 연봉 협상 때만 형평성 이야기야. 정확히 보상을 해야 할 것 아냐. 내가 그렇게 중요하면 회사 규정을 바꿔서라도 나를 데려가야지.’ 그래서 같은 직급 동료들의 눈과 형평성에 대한 정서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대기업에서도 핵심인재들에게는 프로야구선수들처럼 사이닝 보너스 (signing bonus, 사인할 때 얹어주는 큰 돈, 이적료)를 주는 경우가 있다. 말 한 마디로 수 천만 원 사이닝 보너스 좀 갚아보자.

망설이는 핵심 인재가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드는 방법

함께 일했던 잘 나가시던 여러 형님들이 또 좋은 회사로 옮겨서 새로운 본부를 맡았다. 디지털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잘 만들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여러 명 소개를 해 드렸다. 사람 소개는 소개하는 사람의 수준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말 될 만한, 소개할 만한 검증된 녀석들만 추천한다. 다녀와서 잘 만났냐고, 어땠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관심 있으면 이력서 보내라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넌 뭐라고 했어?”

“예” 했죠.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요, 꽉 잡는 느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초대하고 싶은 핵심인재들은 자기 조직에서 이미 자리를 잘 잡고 대접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조직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코드 맞춰가면서 날밤 까고 일하다가 오리알 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보통은 돈이 아니라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느낌과 ‘훌륭하고 사람들과 일하며 배우고 발전하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꾼다는 사명감’이다.

비슷한 조건에 비슷한 역량을 가진, 마찬가지로 훌륭한 다른 분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별 생각 없었던 사람들까지 데려가신다.

“우리는 오리알 될지도 모르는 신생 부서야. 하지만 세상에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대접받고 잘 살고 있겠지만 만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고 또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찾고 있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가 혹시 오리알 되더라도 내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네 커리어는 책임지도록 노력할게. 같이 해 보자. 난 네가 필요해.”

임원분들이여, 아래 직원을 뽑더라도 정말 중요한 사람이면 한 번 찾아오면 한 번은 찾아가시라. 고위 임원이 직접 찾아오시면 ‘황송하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인가’라며 기분 좋아한다. 책임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 어떻게 이야기한다고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신용 없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특히 핵심인재를 데려갈 때는 감성적으로 인간적으로 감동을 주어야 여러 악조건에서도 내게 와 주는 것 같다는 말씀이다. 마치 가진 게 없어도 “너 아니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듯.

“진실을 듣고 싶어, 지지가 필요해?” – 피드백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난 기분 하나도 안 나쁘니까 어떻게 했는지 피드백 좀 해 줘.”

“솔직하게 해 줘? 기분 나쁠지도 몰라.”

“괜찮아. 너니까 이런 부탁하는 거지.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발전해야 하니까 이야기해 봐.”

이야기를 하는 도중, 상대방의 얼굴색이 안 좋아진다. 화는 안 내는데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 입장에서도 해 달라고 했으니 이야기 나온 김에 솔직하게 해 주는 게 맞는다는 생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계속 한다. 이야기 끝나고 난 후, 내가 물어본다. “기분 나빴지?”

상대방이 말한다.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고 갑자기 약속이 있다며 가 버린다. 다음에 만나기까지 서로 서먹하다. ‘분명 내가 일부러 시간 내서 신경 써서 이야기해 줬는데 왜 좋은 이야기를 못 듣는 거지? 역시 듣고 싶은 말을 해 줘야 하는 거였나?’ 나중에 듣고 보니 솔직한 피드백도 좋지만 그날 잘 했는지 불안했었으므로 일단 잘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줬으면 좋았을 뻔 했단다.

“오늘 어땠어?” 요즘엔 누가 이렇게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물어본다.

“진실을 듣고 싶어? 아니면 지지가 필요해?”

상대와 상황에 따라, 이런 일을 다시 하기 어렵고 결과를 돌이킬 수도 없는 경우라면, 주로 잘 한 면을 집중해서 칭찬해 주고 못한 점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지만 해 준다. 하지만 이번에 뭔가를 배워서 다음 번에 비슷한 것을 더 잘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상대가 좋은 이야기는 자주 들으니 바로 개선점 좀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잘 한 것을 살짝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그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 준다. 예전보다 훨씬 상대의 반응도, 사이도 좋아진다.

패션뿐 아니라 피드백에도 TPO (Time, Place, Occasion, 시간, 장소, 상황)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프로젝트를 맡는 법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군대든 회사든 잘 하는 사람이 계속 하게 된다니까.” 한 번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 일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으련만 나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도 없어서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저 일을 맡을 수도 없다.’

회사의 입장이나 새로 가고 싶어하는 조직의 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람(me!)을 뽑아 왔을 때 잘 할지 걱정이 된다. 잘 할 것 같은 사람이 있어도 빼오면서 그 조직장과 싸움이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인재를 놓고 다투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내가 가려고 물밑작업을 하다가 무산되면 이 조직에 남게 되도 미움 받아 남은 조직생활이 고달파진다. 회사를 옮기는 것도 아닌데 회사 내에서 다른 팀으로 가려고 하는 노력은 때로 커리어를 걸고 하는 모험이 된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두루두루 알면서 몇 가지 주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있을까? 있다.

사내에서 가고 싶은 부서로 옮기는 것은 새로운 회사에 지원하는 것만큼 공부와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일단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어느 부서에서 맡고 있는지, 나의 기술, 경험, 성향과 그 부서의 일이 정말 맞는지, 조직장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내가 그 부서에 가면 공헌할 부분은 있는지 등을 그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네트워크를 연결해 알아본다. 원하는 자리에 사내 공고가 난 후에 급하게 지원하면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해 확률이 낮으므로, 미리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그 분야에 관한 세미나를 듣고 책을 읽고 자료를 찾으며 그 부서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조직장에게 보내준다. 이때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보내면 ‘이 사람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지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조직장에게 미리 인사를 해 놓고 보낸다. 목표는 조직장의 머리에 ‘다음에 우리 부서에 빈 자리가 나면 어떤 사람을 뽑아올까?’라는 생각이 들 내 이름이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평소에 인사 잘 하고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몇 달을 보내면 결원이 생길 때 사내공고를 내기 전에 먼저 은밀히 접촉이 온다. 지금 부서에서 놓아주려면 나 말고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므로 나 혼자만 일을 독점하지 말고 믿을 만한 후배를 키워서 가르쳐 놓고 물려주고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부서의 현재 인원들로 하지 못하는 일을 내가 가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믿게 하는 것이 원하는 커리어를 얻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