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것 같은 서비스를 끝까지 개발해야 할까?

‘분명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 여태까지 했던 노력을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네이버 가계부를 만들었을 때 나와 기획자 팀원, 외부 컨설팅 회사가 함께 아이디어를 논의하며 처음 몇 달을 일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기획할수록 점점 욕심이 생겨 기능을 붙이고 더 붙이고 하면서 나중엔 기업 회계 시스템처럼 모든 수입 지출내역과 금융기관 계좌까지 연동되는 복잡한 서비스로 커졌다. 문제는 서비스가 너무 복잡해지고 기능이 많아지니 전에 이 기능을 왜 이렇게 설계하기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만든 사람들이 기억을 못하는 기능을 사용자가 쓸 수 있을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그동안 파트너 회사와 기획했던 (아까운) 강력한 가계부를 버리고 (파트너 수고에 대한 보상을 하고) 기획자 팀원에게 그동안 논의된 것을 기반으로 아주 쉽게 서비스를 처음부터 그려달라고 말했다. 그 후 탄생한 네이버 가계부는 사용자 통계 정보나 카테고리별 지출 분석 같은 기능도 있었지만 쉬운 사용성 덕에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 지인이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 초대되어 개발 바로 전 단계인 영어 학습 앱의 기획 마지막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회의에 가 보니 기본적으로는 잘 만들었는데 몇 가지 중요한 면에서 사용자 참여에 제약이 있어 의견을 내고 이후 더 많이 관여하게 되었다. 디자인과 개발 인력이 내부에 없어 아웃소싱을 하기로 하고, 디자인도 사용자 경험도 글로벌 인기 서비스의 수준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쓸 수 있는 개발비는 정해져 있는데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구하고자 주위 소개도 받아 가며 미국의 개발팀과도 연결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 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시장은 크지만 경쟁이 치열한 영어 시장에서, 몇 달을 사람들과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고민해 보니, 경쟁 서비스와 차별되는 특별한 강점이 없다’는 점이다. ‘일단 핵심 기능만 만들어서 시장에 내 놓고 고객 피드백을 받고 배우며 수정해 나간다’는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 정신이 맞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억대로 드는 개발비를 들여 일단 만들고 나서 아니면 다시 해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급하게 개발을 강행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어렵게 창업자에게 개발을 일단 보류하자고 이야기를 했더니 다행스럽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큰 돈이 나가기 전에 미리 이야기해 주어 고맙다고 한다. 원래 하기로 한 분야는 사업성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다른 사업 기회들도 알아보고 있는데 한 두 달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때 느낌을 무시하고 개발에 들어갔으면 분명 개발비를 날리고 성과는 별로 안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좀 다른 케이스지만 반품 수수료가 아까워 마음에 딱 들지 않는데 그냥 쓰기로 한 물건을 결국 별로 안 쓰고 버리게 되어 결국 훨씬 더 큰 낭비를 하게 되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닌 것 같아도 더 큰 손해를 볼 각오를 하고 강행해서 끝을 볼 것인지 (뚝심 있게 하다가 잘 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원통하고 아깝지만 그동안의 노력과 돈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갈 것인지’는 제품/서비스 개발, 커리어, 주식 투자 등 여러 상황에서 정말 고민되는 문제다.

디지털을 모르는 상사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면?

요즘 핀테크를 포함해 디지털 인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좋은 인재를 좋은 회사에 소개해 주면 양쪽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보람되기도 하다. 다만 이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윗분이 이 분야를 너무 모르셔서 정말 말이 안 통합니다.”

“윗분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써서 정작 혁신에 쓸 에너지가 없습니다.“

“팀장님과 일하는 것은 괜찮은데 팀장님과 부장님이 사이가 너무 안 좋습니다. 부장님께서 디지털을 잘 모르셔서 상무님한테 인정을 못 받으시고, 상무님이 말 통하는 팀장님에게 직접 일을 주시면서 팀장님 부장님 사이가 더 벌어졌어요.”

“저런. 그렇구나. 너 참 갑갑하겠다” 혹은 “좋은 회사 소개해 줬으니 알아서 살아라”라고 하고 전화를 끊기엔 석연치 않다. 중매를 섰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내가 소개해 줬는데 잘 살게 해 줘야지.

“그럼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니?”

“예, 저는 팀장님하고만 맞추고 팀장님이 부장님하고 잘 맞춰오시길 바라고 있죠. 그런데 오늘도 한 판 하셨어요.”

“지금 문제의 근원이 부장님이 이 분야를 잘 모르셔서 헛다리를 짚으셔서 그러는 것 아니냐. 부장님께는 누가 디지털을 좀 가르쳐 드리고 있니?”

“아니요.”

“공부는 따로 알아서 좀 하시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야! 너랑 너네 팀장님은 뭐하는 거야. 가서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면서 이쪽을 이해하게 만들고 아이디어를 같이 가지고 들어가서 상무님을 설득하면 될 것을, 부장님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만 하고 부장님이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또 상무님 만나게 하니까 자꾸 이러는 것 아냐. 팀장님한테 가서 말해. 부장님 좀 가르쳐 드리자고. 그리고 부장님이 모르시니 가르쳐 드리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할 수 있으니 디지털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할 건데 부장님도 오셔서 같이 들으시면 어떻겠냐고 해.”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해 볼게요.”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이고, 대상이 부장님이건 사장님이건 똑같다. 그 분이 이 분야를 몰라서 일이 잘 안 되면, 알려 드려야 하고, 상사가 공부를 안 하시면 부담스럽게 두꺼운 책이나 자료만 갖다 드리지 말고 (바쁘시니)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을 표시해서 그 부분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하고 다시 가서 어땠냐고 묻고 중요한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 중학교 졸업 후 갑자기 어려워진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의 심정으로, 기운을 북돋아드리며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고 좀 더 깊은 내용을 함께 공부하자. 그 분은 늦게 배워 잘 몰랐던 디지털 분야에 대해 새로 눈뜨며 자신감도 찾고 우리 일도 더 잘 돌아가게 지원해 줄 것이며, 자신을 도와주고 가르쳐 준 과외 선생님인 우리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된다. 우리 커리어가 잘 되게.

실험조차 하지 못하는 리더는 자리를 내놓아야

나도 직접 경험해 보았고 주위에서 상담도 많이 받아본 이야기, “상사가 매번 리서치만 시키고, 이야기만 듣고 진행을 안 합니다.”

예전엔 “네가 아직 상사를 설득할 만큼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준비하지 못했겠지. 많이 가르쳐 드리고 조그맣게 실험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면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냐. 그렇게 해봐.”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안을 들고 가도, 그 안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리더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분들은 지나치게 소심해서 위에서 정해준 일 외에는 일을 만들거나 위험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원래 성향이 그럴수도 있고 그 동안의 직장 경험에서 위험을 감수했더니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괜히 손해만 나더라라는 선배들의 케이스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이런 분들이 고위 임원일 경우 자기 혼자 일로 끝나는게 아니라 조직원들과 회사까지 손해를 보는게 문제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리스크가 있다며 우리와의 제휴를 계속 피하던 파트너 금융회사 팀장님한테 “리스크가 있는 건 맞지만 팀장님이 안 하셔도 저희와 제휴하는 경쟁사가 나올 거고 팀장님 윗분이 넌 뭐했냐 하실 텐데 그건 리스크 아닙니까”했더니 그제야 제휴를 하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명분 때문에 잘 안 될 것을 알면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실리를 중요시하는 요즘은 투자대비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으면 투자금을 포기하고 될 만한 일을 다시 하는 조직도 많다.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을 본받아 필수 기능만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실험해 보면서 피드백 받고 수정해 나가면서 그 학습 경험을 조직에서 공유하고 자산으로 만들면 그 과정이 의미 있는 고생이 된다. “그래, 그런 건 안 먹히는구나, 이번엔 이렇게 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알아보자라고 리서치만 시키고 “그렇구나. 잘 봤어”하고서 실제 일은 아무 것도 진행을 하지 않으면 조직원들도 (어차피 진행 안 될 거니까) 그 다음 일에 힘을 쓰지 않고 대강 시늉만 해서 가져온다. 결국 그 리더는 자신의 무덤을 (심하면 조직원과 함께 빠질 무덤까지) 파게 된다.

실제 조직에서는 상사가 일을 진행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의 상사에게 올라가서 하자고 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 말고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조정할 수 있게 조직의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 회장님 같은 꼭대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뭘 해 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실험도 안 해 보고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다고 하면서 위 눈치만 보는 임원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주겠는가. 이런 사람인 것 같으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안 되면 자리를 내놓게 하고 일을 잘 할 사람을 발탁해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일하려 하는 조직원들을 경쟁사로 빼앗기지도 않고 조직도 죽지 않는다.

CEO들의 최대 고민, ‘성장’

9월은 기업 창립기념일이 많은지 큰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몇 주년, 몇 십 주년 행사를 하는 회사들 몇 군데에 초대되어 강연을 하러 갔다. 회사에서도 돈을 많이 들여 전 임직원이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는 행사들은 그 중요도 때문에 회사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주시고 이번 행사는 이런 의미가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그 와중에 중견 기업의 CEO 분들을 몇 분 뵙고 사전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 기업들의 상황이 놀랍게도 너무나 비슷하다.

기업의 CEO들의 최대 관심사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과 ‘혁신’. 가정의 경제도 그렇지만 기업들도 겉으로 보기보다 눈에 안 보이는 돈이 많이 든다. 지금 인원을 유지만 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만큼 성장해야 하는지는 몇 번 계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성장해야 다들 자리를 지키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알려주고 같이 열심히 뛰게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몇 년 전 잡코리아 광고(https://www.youtube.com/user/jobkoreatv, 시리즈 모두가 재미있다) 중에 사장편이 있었는데 사장님 혼자 3천 프로 성장하자며 북을 치는데 직원들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힘 빠진 손을 힘겹게 겨우 든다.

“사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희가 볼 땐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 하는 거거든요.”라는 임원들, 팀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들으며 그들에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걸 공감하고 열심히 달리게 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몇 년간 매년 24% 성장을 하던 시절, 같은 24%인데 (매출이 매년 늘어나니) 다음 해의 목표 절대량은 매년 늘어났다.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들고 와서 할 수 있다고 외치던 상무님께 대들지는 못하고 ‘저 숫자를 어떻게 달성해? 말도 안 돼.’ 하던 우리를 모아놓고 상무님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데 2배의 물이 필요하다면 2배 빨리 길어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20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두레박이 아닌 펌프 트럭을 가져오든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때 ‘오,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럼 어떤 방법을 써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성장에 목숨을 건 사장님들(대리 과장들과 달리 사장님들의 목숨은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은 “가능하다, 기운 내라”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다른 생각과 시도를 하도록 지원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조직에 쌓고 성공의 방법을 찾는 여정에 앞장서야 하고, 임직원들은 사장님 혼자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 걷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게 하지 말고 같이 손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자. 밀지 말고.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어떻게 개선하는가?

얼마 전 여러 금융 회사(보험, 카드, 증권, 자산운용사)에서 오신 전략 부서 차 부장급 멤버들을 모시고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미니 워크샵 형식의 특강을 진행했다. 두 달 전에 했던 내용에 대해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한 번 와서 심화학습을 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처음엔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반갑기만 했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같은 청중에게, 전에 들어본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하는데다, 2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업무에 도움될 뭔가를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구성할지,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꺼내놓고 이 책 봤다, 저 책 봤다 하는데 시간만 가고 정리는 잘 안 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이분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뭘까?’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일은 아니고, 회사의 방향을 짜야 하는 전략 부서 분들이니, 디자인, 개발 등 프로젝트의 깊은 부분을 다루면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해외 선진 사례만 많이 보여드려 봤자 ‘뻔한 얘기네’ 하면서 업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낄 상황이다.

‘그래, 전략가들이니 전략적 고민을 놓고 그걸 함께 푸는 걸 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실제 회사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상황을 놓고 조 단위로 고민하고 발표하기로 했다. 이런 건 많이 해 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동안의 고민들을 보여달라고 했다. ‘고생해서 준비해 왔는데 비슷한 걸 미리 해 봤으면 김새는데’ 하는 걱정을 하면서… 다행이다. 내가 준비한 것들과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등장하는 일반적인, 경영학 책에 나오는 멋진 단어들만 몇 개 써 있고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니 이런 걸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여러분, 이 정도로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습니다.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제가 준비해 온 서비스 아이디어를 먼저 예로 보여드릴 테니 이 정도로 고민하고 써 주셔야 합니다.”라고 하고 준비한 5개 아이디어 중 하나를 오픈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매년 이 회사와 계속 거래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고객이 실제 사고를 당했을 때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불편함과 불안함을 고객으로 빙의해서 (나도 고객이니까 그 심정을 안다) 이야기하고 ‘왜 이런 걸 안 해 주나?’라고 생각되던 것을 하나씩 서비스로 제안하는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이와 유사하게 고민해 달라고 했다.

고민하고 토론할 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증권/자산운용사 분들도 보험 비즈니스에 대해 꽤나 깊이 고민하고 당장 회사에 제안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고, 업의 전문가인 보험사 분들은 역시나 가장 깊이 있는, 다음 날 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시작하기 전에 봤던 그 동안 많이 연습했다던, 많이 보던 단어들 한 두 개 적힌 혁신 아이디어가 아닌, 고객이 정말로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진정한 고객 가치 사이에서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까지, ‘야, 똑같은 분들이 맞나? 어떻게 30분 만에 이렇게 수준 차이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놀랐지만 오신 분들도 스스로 뿌듯해하며 말씀하신다.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이 제일 빡센 것 같아요.” “예, 저도 이 5가지 아이디어 준비하느라 2주 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중요하다고 요즘 어디서나 이야기하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면 까다로운 고객으로 빙의해서 그 고객의 삶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라이프스타일, 경제적, 심리적 측면까지 아주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까다로운 고객이 화를 내지 않고 ‘너희가 이렇게까지 하니 내가 참아야지. 고생한다’ 라는 마음이 들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 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자꾸 연습하면 보수적인 회사들도 얼마든지 혁신을 할 수 있다.

다 잡은 핵심인재를 놓치는 이유

삼고 초려했다. 임원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해서 바빠죽겠는데도 시간 내서 대리, 과장도 찾아가서 영입한다.

그 친구가 오면 이 일을 맡기면 되겠다 조직도의 사각형을 하나 더 채우고 흐뭇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사부에서 연락이 온다.

“상무님, OO회사, 이 과장이 안 온다는데요.”

“예? 언제요? 언제 버전인가요? 제가 그저께 만나서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아까 메일 와서 안 온답니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 아이가 실제로는 마음도 없었으면서 나한테는 생글거리면서 어려운 대답을 피한 건가?’ 오만 가지 생각이 난다. 메일을 전달 받았는데 마음을 바꾼 큰 이유도 없어 보인다. 뭐지? 뭐지?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전화를 한다. 전화를 안 받는다. 두 번째 전화에 겨우 답을 한다. “제가 전화를 못 봐서요.”

“아니, 이 과장, 그저께 오기로 했잖아. 무슨 일이야?”

“생각해 보니까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곤란한 건 아는데 나도 사정을 알아야 우리 프로세스가 잘못되었으면 고칠 거 아닌가. 얘기라도 해 줘.”

“사실은요, 마음을 정하고 인사부랑 조건 협의를 하는데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저 여기서도 연봉도 좋고 여러 조건이 좋거든요. 꼭 이직을 할 필요도 없는데 상무님이 같이 일하자고 해 주셔서 같이 할까 했는데, 채용 조건이 좀 부실해서 제가 몇 가지 더 해 달라고 했더니, [과장님이 오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저희 회사는 규정이 원래 이래요. 다들 그 정도로 수긍하고 들어오세요. 그리고 휴가랑 인센티브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시는 거에요.] 이러는 거에요.”

“아니, 휴가는 여기도 있는 거고 인센티브는 회사 사정으로 안 주면 그만인데 그걸 어떻게 비교라고.. 그리고 제가 언제 먼저 가겠다고 했나요? 회사의 얼굴인 인사부가 이런 정도면 회사 분위기 알 만 한 것 같아서 안 가려고요.”

엄청나게 당황스럽다. 인사부가 내 소관이면 불러다가 난리라도 쳐야 하는데.. 일단 이 과장을 달랜다. “이 과장, 원래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는 게 인사부 일이잖니. 말을 좀 더 기분 좋게 했어야 하는데 그건 잘못되었다. 그런데 일은 나랑 할 거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고 여기 와서 좋을 일도 많을 거야.”

“상무님이 정 그러시니 그럼 한 번만 더 생각해 볼게요.”

운이 좋으면 마음을 돌려 입사하겠지만, 인사부가 회사 규정 운운하며 기분 상하게 해서 입사를 포기하는 핵심인재들도 종종 있다. 핵심인재들의 마음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성과를 많이 내는데 왜 연봉 협상 때만 형평성 이야기야. 정확히 보상을 해야 할 것 아냐. 내가 그렇게 중요하면 회사 규정을 바꿔서라도 나를 데려가야지.’ 그래서 같은 직급 동료들의 눈과 형평성에 대한 정서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대기업에서도 핵심인재들에게는 프로야구선수들처럼 사이닝 보너스 (signing bonus, 사인할 때 얹어주는 큰 돈, 이적료)를 주는 경우가 있다. 말 한 마디로 수 천만 원 사이닝 보너스 좀 갚아보자.

Consultative selling (컨설팅하며 판매하기, 문제해결식 판매)

경제가 어려우니 모든 영역에서 영업도 어렵다. 영업보다는 고객이 알고 찾아와야 한다는 강의와 컨설팅도 고객을 만나지 않고 찾아오기만 바라면 점점 잊혀진다. 현직 담당자들의 고민을 생생히 이해하고 그 고민을 해결해 주면 그 과정에서 신기하게 여러 가지 일을 맡겨준다.

고객들은 우리가 팔고 싶어하는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우리가 해결해 줄 ‘그들의 고민거리’에만 관심이 있다. 차 한잔 하자고 바쁜 고객을 불러내지 말고, 최근 한 일과 새로 쌓은 전문성,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고객을 찾아가 고객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해당사자들과 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귀를 기울여 잘 듣고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해 준다. 일을 받으러 간 게 아닌데 나는 알고 그들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명쾌하게 문제를 정의해 주고, 이렇게 접근하면 된다, 경쟁사[경쟁학교]는 이렇게 하고 있다고 비밀이 아닌 정도의 이야기를 해 주면 고객은 갑자기 관심을 많이 보이며, “우리도 그렇게 되게 해 줘요” 하신다. 내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영업하려 접근하면 이상하게도 눈치를 채고 발을 빼는데, 내 생각을 잊고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할 때처럼 대하면 반드시 일이 생긴다. 그래서 요즘은 세일즈맨들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고, 이를 consultative selling (컨설팅하면서 판매하기, 문제해결식 판매)이라고 한다.

이런 일은 강의, 워크샵, 컨설팅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업종에서도 일어난다. 40대 이상의 고객들을 주 대상으로 옷과 여러 용품을 판매하는 제이미파커스라는 회사 (나도 우수 고객이다)는 마케팅을 참 잘 하는데, ‘이런 옷이 새로 나왔으니 사세요. 얼마입니다’가 아니라 ‘나도 죽기 전에 청바지 한 번 입어보고 싶다’ 등의 신선한 카피로 40대 전에 청바지를 입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많이 잡았다. 여기 청바지는 품질은 좋지만 유명 상표가 붙어있지 않음에도 수 십 만 원짜리가 나오자마자 품절되곤 한다. 고객의 고민(젊어 보이는 옷을 입고 싶다)을 잘 헤아린 마케팅과 영업이다. 바지만 판매하다가 재킷, 셔츠, 벨트, 신발, 시계, 이제는 건강식품까지 판다. 파는 건 똑같은데 40대 이상 아저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문제를 해결해 주니 비싸도 아저씨들이 많이 산다.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돈들여 이렇게 좋은 컨텐츠를 주는데 왜 안 볼까?

2000년대 초반 내가 증권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들은 고액자산가(High Net Worth Individuals, HNWIs)들을 고객으로 삼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당시 씨티뱅크는 프라이빗 뱅커 (Private Banker, PB)들이 금융자산 20억 이상의 자산가들을 초빙하여 재테크 세미나도 하고 와인도 주고 그랬다. 우리 증권 회사는 5천만원 이상 금융자산을 굴리는 비교적 대중적인, 더 넓은 고객층을 목표로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했다.

요즘 금융회사들과 만나 핀테크 이야기를 해 보면 돈 많은 시니어 분들 (원래 시니어는 60대 이상인데 금융회사들의 타겟은 50대부터이다)을 어떻게 하면 확보해서 고객으로 모실 것인가에 다들 관심이 많다. 그러면서 돈을 많이 들여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 분들께 멋진 화보, 책자를 만들어 집으로 보내고 이메일로도 보낸다.

인터넷 쇼핑하면서 제휴사에서 제공하는 무료배송쿠폰이라도 한 번 쓰면 어김없이 며칠 후 보험사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날아온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처음엔 ‘뭐 볼 만한 것 있나?’하면서 보지만 몇 번 비슷한 메일을 받으면 제대로 읽지도 않고 지워버리거나 봉투째 쓰레기통에 던지기도 한다. 가끔 미안해서 한 번 열어보면 “와” 할 정도로 멋진 사진과 좋은 내용의 글이 가득 찬 잡지였다. ‘내용은 좋은데 내가 읽을 시간이 없네. 그리고 여기서 보낸 거나 저기서 보낸 거나 똑같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

금융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잡지를 만들고 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드는 돈은 상당하다. 컨텐츠를 소싱하고 기획하고 선정할 내부 직원이 기본 한 명 있어야 하고, 외주로 함께 일하는 파트너 회사가 분야별로 여러 가지 (요리, 여행, 쇼핑, 사진 등) 주제에 따라 몇 개가 있다. 한 회사에 맡기고 다 알아서 소싱해 달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 좀 부지런한 금융회사는 여러 회사에 맡기고 경쟁도 시킨다.

문제는 이렇게 돈 들이고 고생스럽게 만든 컨텐츠를 고객들이 잘 안 읽는다는 것이다. 일단 이런 컨텐츠가 너무 많고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겠고, 금융회사가 또 다른 미디어 회사로 보일 뿐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미디어 회사로 접근해서는 컨텐츠를 읽게 할 수가 없다. 미디어는 보통 한 방향 (회사에서 고객으로)으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참여할 방법이 없는 교수님의 일방적인 강의를 지루해 하듯, 고객들은 금융회사와 연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똑 같은 컨텐츠라도 이걸 함께 읽을 내 친구 같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예를 들면 손자 걱정을 하는 할아버지, 죽기 전에 100가지 일을 하고 싶어 버킷 리스트를 만든 시니어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이들이 쓰는 현란하지 않아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공감 가는 글과 사진을 보게 해 줘야 한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와서 늘어놓은 컨텐츠와 서비스를 써 보다가 돈을 낼 만큼 좋은 것을 보면 구매하게 된다. 금융은 특히 신뢰가 중요한 업이라 회사 자체가 믿어져야 돈도 이 회사로 다 옮기고 투자 조언도 듣고 수수료도 운용보수도 기꺼이 낸다.

“진실을 듣고 싶어, 지지가 필요해?” – 피드백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난 기분 하나도 안 나쁘니까 어떻게 했는지 피드백 좀 해 줘.”

“솔직하게 해 줘? 기분 나쁠지도 몰라.”

“괜찮아. 너니까 이런 부탁하는 거지.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발전해야 하니까 이야기해 봐.”

이야기를 하는 도중, 상대방의 얼굴색이 안 좋아진다. 화는 안 내는데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 입장에서도 해 달라고 했으니 이야기 나온 김에 솔직하게 해 주는 게 맞는다는 생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계속 한다. 이야기 끝나고 난 후, 내가 물어본다. “기분 나빴지?”

상대방이 말한다.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고 갑자기 약속이 있다며 가 버린다. 다음에 만나기까지 서로 서먹하다. ‘분명 내가 일부러 시간 내서 신경 써서 이야기해 줬는데 왜 좋은 이야기를 못 듣는 거지? 역시 듣고 싶은 말을 해 줘야 하는 거였나?’ 나중에 듣고 보니 솔직한 피드백도 좋지만 그날 잘 했는지 불안했었으므로 일단 잘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줬으면 좋았을 뻔 했단다.

“오늘 어땠어?” 요즘엔 누가 이렇게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물어본다.

“진실을 듣고 싶어? 아니면 지지가 필요해?”

상대와 상황에 따라, 이런 일을 다시 하기 어렵고 결과를 돌이킬 수도 없는 경우라면, 주로 잘 한 면을 집중해서 칭찬해 주고 못한 점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지만 해 준다. 하지만 이번에 뭔가를 배워서 다음 번에 비슷한 것을 더 잘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상대가 좋은 이야기는 자주 들으니 바로 개선점 좀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잘 한 것을 살짝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그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 준다. 예전보다 훨씬 상대의 반응도, 사이도 좋아진다.

패션뿐 아니라 피드백에도 TPO (Time, Place, Occasion, 시간, 장소, 상황)가 중요하다.

혁신은 왜 어려운가

지난 10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서 만든 모바일 서비스를 오픈한다. 오픈일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올지 조마조마하다가 얼마간의 사람들이 들어온 것을 보고 다행스러워하며 기록해 놓고 주간 보고에 올리기 시작한다. 첫 주부터 잘 되면 기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첫 주니까 하고 넘어간다. 다음 주는 첫 주보다도 못한 숫자가 들어온다. 덜컥 겁이 난다. 뭐가 문제지? 그 다음 주에 더 줄어들면 뻔한 결과인데. (디지털 시대에는 모바일 앱의 성공을 몇 주만 지켜봐도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누적 회원 수는 얼마, 그 중 액티브(active, 앱 설치만 한 사람이 아닌 활동하는) 사용자는 얼마라는 수치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 증가세도 발표한다. 누가 봐도 증가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제 앱을 다운받으면 상품을 주는 프로모션을 할 것인가, 200원씩 주면 회원 가입을 한 명 시켜줄 수 있다는 마케팅 업체를 고용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적어도 10만명은 가입을 시켜야 창피하지 않을 것 같으니 1천만원을 들여 5만명 이벤트를 하기로 한다. 10만명을 달성한다. 이벤트 후 증가세는 또 10분의 1로 눈에 띄게 줄어든다. 두 달이 지난다. 대박 소식만을 기다리던 고위 임원들도 이제 다른 이슈에 더 관심을 빼앗겨 우리 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주간보고에서 서서히 작은 비중으로 내려가다가 어느 날, 주간 보고에서 슬그머니 빠진다. 이렇게 몇 개월 지나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 관리해야 할 채널이 너무 많던데 다 조사해 볼까?”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그 서비스 아직도 하고 있어? 몇 명 쓰지도 않는 서비스, 고객들에게 미안하다고 공지 올리고 내려!” 그 동안 열심히 쓰고 주위에 홍보해 주었던 매니아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떠나간다. 그 다음 서비스를 더 잘 만들어도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또 실망하게 될까 봐 거들떠도 안 본다.

이렇게 슬그머니, 혹은 공식적으로 서비스가 내려간다. 네이버, 구글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데 전문 디지털 기업이 아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늘 일어나는 당연한 수순이다. 투자는 하는데 결과가 없다. 그 다음 디지털에서 뭘 해 보겠다고 기안을 올리면 “그 전의 서비스 어떻게 되었지?”라며 승인을 안 해 준다. 고객은 디지털에 다 모여있는데 디지털 프로젝트를 못하게 하니 손님이 오지 않는 줄 알면서도 돈 많이 드는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하고 디지털 프로젝트보다 더 투자수익률이 안 나오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올인한다. 비즈니스가 망해간다. 기안을 올리면 거절 당하고 거절 당하고 하던 실무자들끼리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예전이 좋았지 라며 신나는 일을 찾아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거기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직원들도 나오고, “뭐 하러 거절당할 일을 벌여. 나처럼 가만히 있어. 월급 따박따박 잘 나오고 힘들지도 않고 좋은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해.”라며 아무 것도 안 하고 누가 하려 해도 협조 안 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롤모델이 되어 청운의 꿈을 품고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 경력사원들이 뜻을 펼쳐보려 하다가 금방 조직에 물들어 포기한다. 혁신이란 말의 뜻은 알지만 우리 조직과는 별로 관계 없는 말이 된다.

프로젝트를 승인할 때는 왜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승인을 하는지도 알려주자. ‘위분들’의 눈치만 보면서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프로젝트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게 하지 말고 100%는 아니라도 최대한 명확하게 우리 회사는 이런 가치(비즈니스적인 이익 포함)를 추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런 가치에 맞으므로 이렇게 승인하고 지원한다 라는 걸 알게 해야 사람들이 회사의 방향성에 맞게 고민하고 서로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 승인했으면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학습을 했으면 그 과정과 결과를 조직 내에 공유해서 다 같이 시행착오를 하지 않게 하자. 실패한 사람을 조직에서 죽이면 (비유적 표현) 아무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죽지 않기 위해 손가락질한다. 그 사람 죽이고 새로운 사람 세워봤자 또 시행착오하고 계속 죽어나가기만 하고 그 동료들은 ‘우리 회사에서는 성공을 못해’라는 이상한 믿음만을 갖게 된다. 시행착오를 했지만 명확히 배웠으면 그 사람에게 다시 실수하지 않고 크게 성공할 기회를 주자. 대신 일을 할 때 대강 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계속 묻고 같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조직의 지식으로 쌓아 공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