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

실패한 경험을 써 보라는 자소서 질문에 뭐라고 써야 할까? 실패한 스토리를 솔직하게 다 쓰면 무능해 보일 것 같고, 좋은 이야기를 쓰자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느 정도까지 써야 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에 한 학기 동안 가르치던 학생들 중 2학년 복학생이 있었다. 대학가요제가 없어진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자신의 형과 함께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요제에 참여하자는 연락을 보내고 청담동의 클럽을 빌려 가요제를 개최했다. 한창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들은 터라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매우 궁금했다.

어느 날 생각이 나서, “가요제는 어떻게 되었어? 성공했니?”라고 물었더니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가요제 취지도 잘 설명했고 많은 대학교에서 참가했고 보러 온 사람들도 정말 많아서 표도 다 팔려서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따져보니 1,000만원을 썼는데 들어온 돈은 900만원 밖에 안 되어 부족한 100만원을 운영진 몇 명의 사비로 메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를 운영해 본 좋은 경험은 했지만 돈까지 벌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고생은 해 놓고 돈까지 따로 냈으니 속이 상한 것이 당연했다.

이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해 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이야기를 실패 사례로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까요? 쓴다면 무엇을 강조해서 써야 할까요?” 학생들은 저마다 웅성웅성 이야기를 한다. 이 학생이 이 경험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역시 돈 벌기는 어렵다는 결론으로 가면 이상하다. 100만원 물어냈고 실패했다는 이야기로 끝나도 안 된다.

기업에서도 정부 기관에서도 늘 많은 행사를 한다. 돈을 버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인 행사라면 돈도 벌어야 한다. 사람도 많이 오고 다들 잘 했다고 해서 겉으로는 정말 잘 된 행사인데 나중에 보니 투자수익률이 형편없는 행사가 정말 많다. 이 학생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 어떤 의미인지를 수 십 만원을 물어내며 뼈저리게 배웠던 것이다. 시급 6천원 아르바이트를 수 십 시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이제 이 학생은 기업에 들어오면 겉으로만 멋진 행사가 아닌, 정말 기대했던 목표를 이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할 것이다. 기업도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아깝게 생각하며 일하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

자기소개서에 실패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실패가 어떤 교훈을 주었고 직장에 들어가서 어떻게 남과 다르게 일하게 될 것인지 그 차별화된 의미를 설명해 줘야 한다. 그러면 매니저들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꿰뚫어보고 제대로 일할 녀석이 왔다며 뽑아준다.

모든 사장님들이 뽑고 싶어할 사람

​지난 주 한 한기 동안 강의했던 경기도의 국립대학 취업 교과목 강의를 마쳤다. 그동안 특강만 많이 하다가 학기 전체를 맡아 한 첫 강의여서 그런지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내 새끼 같은’ 느낌도 들고 (실제로 저학년 학생들은 딸아이와 몇 살 차이도 안 난다) 철부지 아이들 같기도 한데 때로 어른스러운 모습에 감탄하기도 한다. 욕심을 내서 매시간 숙제를 냈다가 학생들도 나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배운게 많았다고들 하니 흐뭇하긴 한데 다음 학기까지 몇 명이라도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니 부담도 된다.

똑같은 숙제를 내도 어떻게 해 오는지가 학생들의 능력, 노력 수준에 따라 많이 다른데 몇 명의 학생들은 정말 놀라운 수준으로 써 온다. 그 중 한 4학년 학생은 학교를 다니던 중 (아마 휴학을 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몇 달 동안 일했던 작은 회사에서 1,000군데가 넘는 거래처의 미수금을 찾아내서 못 받은 돈을 받아내고, 10박스가 넘는 5년치 회사 영수증과 파일을 다 꺼내와 분류하고 증빙을 갖춰 세무조사에 대비해 세금을 절약했다는 이야기를 써 왔다. 다른 업적들도 있었지만 이 두 가지 일만으로도 ‘정말 모든 사장님들이 뽑고 싶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매 수업 시간에 이 학생의 숙제를 좋은 예로 소개하고 “다들 OO처럼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도 했는데 지난 주 마지막 시간에 “OO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니?” 했더니 모 대기업 금융기관 서울 본사에 인턴으로 지원했는데 이틀 후 최종면접만 남았다고 한다. 수제자 같은 친구인데 꼭 합격했으면 해서 수업 끝나고 잠깐 남으라고 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이나 잘 할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는데 업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재무 회계 쪽 일을 하려 하는데 꼭 어느 업종, 어느 회사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업종에 대한 열의도 보여야 하니,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중요한게 뭔지, 지원하는 회사는 뭘 더 잘 하면 좋을 것 같은지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게 하고 내 생각도 이야기를 해 줬다. 학생들 수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야기라 유심히 잘 듣고 녹음도 해 갔다. 보내면서도 ‘그날 잘 하려나. 잘 되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틀 후 오늘 연락이 되어 어떻게 되었는지 물으니 그날 인터뷰 후 바로 합격했다고 한다. 다행히 같이 준비한 질문들이 나왔고 면접관들도 대답을 참 잘 한다고 하셨다고. 주변 지원자들을 보니 다들 명문대에서 온 대단한 스펙의 소유자들이 많아 많이 쫄았었나본데 그리 알려지지 않은 학교에서 왔지만 누구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증명해 합격했다. 면접을 잘 한 것도 중요했지만 이 친구가 살아온 이야기를 서류로만 봐도 누구나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배경이나 스펙이 좀 부족해도 이런 친구들은 어딜 가나 성공한다. 주변에서 “네가 뭘 그렇게까지 욕심을 내니” 하더라도 본인이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꾸고 계속 노력한다면 아마 아는 사람들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같은 수업을 들은, 같은 과의 또 다른 훌륭한 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OO는 OO 금융기관 서울 본사 합격했다는데 들었니?” 이 친구 부러워하면서 약도 오르나보다. 묻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이렇게 할 거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길게 문자로 보내왔다. 나도 참 얄밉다.